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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 "데뷔 60년…늘 새 기분으로 연기합니다"

송고시간2016-10-26 10:10

연극 '법대로 합시다!' 출연…"연기는 평생 해도 끝도 완성도 없어"

연극 '법대로 합시다'의 이순재
연극 '법대로 합시다'의 이순재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배우 이순재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서울 종합예술실용학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하지 않나. 잠시 권력을 내려놓아야겠어."

25일 오후 강남구 서울종합예술학교 11층 연습실. 벽에 붙어 앉아 있는 사람들은 연습실 가운데에서 대사를 주고받는 두 배우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빈선택 통령이 정국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잠시 권좌에서 물러나고 검찰총장이 비상조치를 선포하도록 하면 어떻겠냐고 비서 소길수에게 말하고 있다.

빈 통령을 맡은 배우 이순재는 말이 꼬이자 뒷걸음질 치고서는 꼬인 부분부터 대사를 다시 하며 걷는다.

서울대 개교 70주년 기념 연극 '법대로 합시다!'의 공연 준비 모습이다. '법대로 합시다!'는 서울대 연극회 출신이 주축이 된 관악극예술회 부설 관악극회의 5번째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법에는 법으로'(measure for measure)를 마당극 형태로 풀어냈다.

이순재는 배우로서 이번 연극에 참여할 뿐 아니라 2011년 설립 당시부터 관악극예술회 회장을 맡아 이 단체를 이끌고 있다.

관악극예술회는 막스 프리쉬의 '하얀중립국', 아서 밀러의 '시련', 김동식의 '유민가', 이수인의 '헤이그1907' 등 국내외 우수 고전극을 무대에 올렸다.

이순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나이가 많아서 하는 것"이라며 큰 의미 부여를 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연기를 사랑하고 연기에 향수를 가진 동문이 모여 작업하자는 의미"로 관악극예술회를 꾸리게 됐다며 "연극을 좋아하는 후배들이 연기를 직업으로 삼든 아니는 프로와 같은 기량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관악극예술회에는 서울대 연극회 출신들로 구성됐지만 현업 배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변호사, 교수, 대기업 간부 등 비전문 배우도 있다.

이순재는 올해로 데뷔 60주년이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처음 무대에 올랐다. 대학교 3학년생인 그가 연극 동아리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대학 다닐 때 돈 모아서 영화를 보는 게 취미였어요. 세계의 명작 영화가 많이 상영됐죠. 수준 높은 영화를 보면서 예술성을 발견했죠. 우리 직업을 당시에는 '딴따라'라고 비하했는데 '이건 예술이다', '이런 경지라면 해 볼 만하다'라는 기대를 하게 됐죠."

연기에 대한 갈망이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을 무대로 이끌었다고 한다. 그는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과 함께 당시 단과대별로 있었던 연극 동아리를 한데 모아 서울대총연극회를 만들었다.

팔순이 넘은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한다. 올해만 해도 SBS 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에서 재단사로 자수성가한 유쾌한 노인 유종철 역을 연기했고, '사랑별곡'이라는 연극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오랜 연기활동의 비결을 묻자 "남들이 봤을 때 쓸모가 있겠다 싶으니 저를 활용하는 거 아니겠나. 다행히 건강이 따라주고 암기력이 따라주니 하는 거지"라고 했다. 또 "적응하려고 부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 현장에 나가서 작업에 누가 되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하는 수밖에…"라고 '정답'을 내놓았다.

그러면서도 부단히 자기 역량을 닦아나가는 노력이 중요성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연기라는 예술적 창조 행위는 평생 해도 끝이 없고 완성이 없다"며 "모차르트, 베토벤의 음악이 나왔다고 해서 음악이 끝난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나이가 있으니 할아버지 역할밖에 안 들어오지만 같은 할아버지라도 어떻게 다르게 표현할까 고민한다"며 "그저께, 엊그저께 할아버지를 재탕하면 '저 양반 만날 똑같은 연기 하나'라는 말이 나오고 연기자로서 서서히 퇴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늘 새로 하는 기분으로 임하자'라는 것을 좌우명으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라고 한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상업적 성공에 안주하려는 후배들에게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어느 시점에 어떤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겠죠. 정상에 올라 돈도 벌 수 있을 텐데, 거기에 안주하면 거기서 끝나는 겁니다. 돈도 있겠다, 귀찮게 자신을 개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니. 하지만 얼굴에 주름살 생기면 퇴진할 수밖에 없죠. 지금 톱스타들이 40∼50대가 되면 몇 명이나 남아 있을까요. 끊임없이 내일을 위한 재투자를 해야 합니다."

그는 연말에 데뷔 60주년 기념 공연으로 '세일즈맨의 죽음'도 준비하고 있다. 공연 시간이 2시간40분에 달하고 그가 해야 할 대사는 580마디에 달한다고 한다. 그는 왜 끊임없이 연극 무대에 오를까.

"시작을 여기서 했으니 여기에 대한 향수를 늘 갖고 있죠. 그리고 무대는 배우의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자기 역량을 현장에서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니까요. 체력과 암기력이 따라가지 가지 못하면 못 하는 것이니 자신을 재점검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pseudoj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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