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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일 지진나면 어쩌나" 매뉴얼 없어 수험생·학부모 '발동동'

하루 10여회꼴 여진 발생 경주지역 학부모 "아무 일 없기를"

(경주=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지금부터 수능 시험이 끝날 때까지 지진이 일어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할 뿐입니다"

경북 경주에 사는 학부모 A(55)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고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다음 달 17일까지 지진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A씨가 걱정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달 12일 경북 경주에서 국내 사상 최악인 규모 5.8의 지진이 난 이후 47일이 지난 29일 현재까지 500여 차례나 발생했다.

하루 평균 10건이 넘는다.

규모별로 보면 1.5∼3.0이 480여 회로 가장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진동을 느낄 수 있는 규모 3.0∼4.0 지진이 17차례, 4.0∼5.0도 지진도 2차례 있었다.

게다가 지난 24일에는 기상청 관측 사상 처음으로 인구밀집 지역인 수원에서도 지진이 발생했다.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긴장감 속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은 작은 진동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신경이 예민해지다 보면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 일생일대의 시험을 망칠 수도 있다.

수험생과 학부모는 물론 교사들이 지진 추가 발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진이 계속되는 경북 경주와 인근 지역에서는 A씨처럼 시험 당일에 또는 그 이전에라도 지진이 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

학부모들은 이런 걱정이 기우에 그치고 3년간 최선을 다해 시험준비를 해온 아이들이 제 실력을 발휘했으면 하고 간절히 기도할 뿐이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연합뉴스 자료 사진]

◇ 수능 앞두고 지진 발생하면…경북교육청 "포항·영천서 시험 치르게 할 것"

시·도교육청도 답답해할 따름이다. 교육부로부터 아직 대응 매뉴얼을 받지 못해서다. 그렇다고 자체 매뉴얼을 만들 수도 없다.

수능 시험이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국가적 중대사이기 때문이다.

지진 규모에 따라, 지진 발생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지침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시험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즉시 중단되고 추후 재시험 일정을 잡아 치러지는 건인지, 학부모들이 궁금해하지만 속 시원하게 답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

규모가 작아 시험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지진이 발생한 지역 학생들은 진동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 다른 지역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불리한 조건에서 시험을 치르는 셈이 된다.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경북교육청은 경주에서 수능을 며칠 앞두고 지진이 발생해 수험생들이 이 지역에 마련된 고사실을 이용하지 못할 것에 대비해 인근 포항, 영천지역에 고사실(111개)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설령 고사실 문제를 해결해도 또 다른 난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수험생 숙박 문제다.

경주지역 학생들이 포항이나 영천에서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는 전날 이들 지역으로 가 잠을 자야 하는 데 포항과 영천의 숙박시설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경주지역 수험생은 2천752명이나 된다.

◇ 수능 시험 중 지진이 나면…"대피 후 시험시간 연장 등 대책 강구"

국민이면 누구나 상상조차 하기 싫은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현재로선 정해진 지침이 없다. 다만 교육 당국은 원론적인 입장만 피력할 뿐이다.

교육 당국은 지진으로 건물이 흔들리면 수험생들에게 일단 책상 밑으로 숨게 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12일과 같이 강진이 발생하면 건물 밖으로 대피시키고, 다소 약한 지진이면 진동이 끝난 뒤 다시 시험을 치르게 한다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대피한 시간만큼 시험시간을 더 준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야 수험생을 대피시킬 건인지에 대한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교육부의 대응 매뉴얼이 나오길 바라는 이유다.

교육부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다.

대응 매뉴얼과 관련, 최근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관련 전문가들을 모아 놓고 의견을 들어도 답이 안 나온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을 정도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연합뉴스 자료 사진]

수능일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교육부는 현재 기상청, 국민안전처 등과 신속한 경보 전달 체계 마련 등 대책을 협의 중이다.

또 예비 시험장 수를 예년보다 더 늘리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지진 발생 시 행동 요령을 마련, 감독관과 각 학교장에게 교육하기로 했다.

내달 초에는 이 매뉴얼을 토대로 지진 발생 상황을 가정해 학생들이 책상 밑으로 숨거나 대피하는 등 훈련도 학교별로 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지역과 개인에 따라 지진 체감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데다 규모 등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기준을 정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예를 들어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반대로 특정 지역에서 극히 일부 수험생들만 느낄 수 있는 작은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와 관련, 일정한 규모 이상의 강진이 나면 시험을 취소하고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수험생 학부모 B(58)씨는 "상상하기조차 싫은 상황이지만, 지난달 12일과 같은 강진이 또 발생하면 사실상 시험을 치르기 어려운 것 아니냐"며 "무리하게 시험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경주 같은 특정 지역에서 지진으로 수험생들이 대피하는 비상상황이 발생해 시험을 치를 수 없으면 전국적으로 수능 시험을 무효로 할지 등을 결정하는 것도 큰 고민거리다.

전국적으로 동시에 치러지는 시험인 만큼 특정 지역 수험생이 제대로 시험을 치를 수 없게 되면 당장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재시험이 결정 나도 또 다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본은 '문제은행식'이어서 지진으로 시험이 무효가 돼도 곧바로 재시험을 치를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시험출제자들이 다시 일정 기간 합숙하면서 문제를 내야 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재시험이 치러지는 최악의 경우까지 가정한 대책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진과 관련해 경우의 수가 많아 지침을 만드는 게 쉽지가 않다"며 "형평성 문제 제기 없이 매끄럽게 상황을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연합뉴스 자료 사진]

하지만 지질 전문가들은 수능 시험이 처리지는 동안 지진이 난다면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수험생 수 십만 명이 종일 학교 건물 안에서 시험을 치르는데 지진이 나면 수험생 안전을 최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진이 발생했을 때 시험을 중단할지는 교육 당국이 판단할 문제지만 수험생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며 최악에는 시험 중단도 불사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그나마 학교 건물이 대부분 고층이 아니어서 다행이다"며 "교육부의 지침이 나오는 대로 철저하게 준비해 수험생 안전 확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yongmi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30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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