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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남매 둔 호주 이민자 가정의 비극

콜롬비아 출신 4인 가장, 가족 살해·자살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자폐증을 가진 남매를 둔 호주 이민자 가정의 비극에 호주 사회가 안타까워하고 있다.

호주 시드니 북부의 한 주택에서 지난 17일 오전 콜롬비아 출신 일가족 4명이 모두 숨진 채로 발견됐다. 이 가족은 2005년부터 이곳에서 살아왔다.

현재로는 부부인 페르난도 만리케(44)와 마리아 루츠(43), 딸 엘리사(11)와 아들 마틴(10) 등 일가족은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들 아빠 페르난도가 의도적으로 집안으로 파이프를 설치, 유독가스를 끌어들여 모두 숨지게 한 '가족 살해 후 자살' 사건이라는 것이다.

엄마 마리아는 여느 엄마들처럼 자폐증을 가진 남매를 사랑으로 돌봐왔다.

하지만 수년 전 부부 사이가 악화하면서 이 가정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빠져들게 됐다.

IT 아웃소싱 회사에서 간부로 일하는 페르난도는 점점 일에만 몰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 지역으로 출장 가면 수주일 후에 오기도 했다.

마리아와 가까운 한 친구는 "남편은 집에 있지를 않아 3년 동안 단 한 차례 봤다. 마리아는 모든 것을 혼자 했다"며 결혼 생활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호주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말했다.

집안일이나 아이를 돌보는 일 등 모든 것은 마리아 몫으로 떨어졌다.

마리아는 자폐 아이들과 관련해 주정부로부터 매주 5시간 이하의 도움을 받아 왔다.

하지만 종종 지원 일정이 바뀌거나 취소될 때, 혹은 추가 지원이 필요할 때 마리아는 급하고 암담한 마음으로 담당 기관에 하루에 전화만 9차례를 건 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에 도움을 요청할 만한 가족 한 명도 없는 마리아의 고통은 심해졌고 마음의 병도 깊어갔다.

이 친구는 "남편이 내년에 회사를 차릴 계획이라는 말을 했다"며 "하지만 그녀가 원했던 것은 금전적인 도움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도와주는 것이었다"라고 전했다.

결국, 마리아는 자신의 엄마가 있는 콜롬비아로 돌아가 도움을 받기로 했다. 하지만 페르난도는 아내가 아이들과 함께 호주를 떠날 경우 결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아내의 계획에 반대했다.

그럼에도 기정사실화한 별거가 앞으로 다가오면서 페르난도가 극단적인 행동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가 지난 주말 유독 가스관을 집안으로 끌어오기 위해 지붕 위에 올라갔던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웃들은 마리아가 불면의 나날 속에서도 아이들 학교 엄마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학교 매점 자원봉사에도 열심히 참여해 아이들 이름을 모두 외울 정도였다며 이 가정의 비극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고 있다.

호주 언론도 연일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이 가정의 비극의 원인과 함께 자폐 아이들에 대한 정부의 지원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살피고 있다.

마리아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그림. 지난해 '엄마의 날'을 맞아 아이가 그린 것으로 보이며 아들 마틴은 그림에 재능이 있었다.
마리아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그림. 지난해 '엄마의 날'을 맞아 아이가 그린 것으로 보이며 아들 마틴은 그림에 재능이 있었다.

cool21@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22 13:5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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