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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도 안 줘" 지자체 서울·세종사무소 공무원들 '죽을 맛'

송고시간2016-10-24 07:33

청탁금지법 이후 중앙부처 공무원들 극도 몸조심…"식사커녕 만나지도 못해"

지자체들, 사무소 철수 검토…"힘없는 지자체 '안면장사' 밖에 없는데" 한숨

(전국종합=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정당한 공무 수행을 하러 갔는데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을 노점상이라도 보는 듯한 눈길로 경계할 땐 정말 서운합니다"

정부서울청사와 김영란법[연합뉴스TV 제공]
정부서울청사와 김영란법[연합뉴스TV 제공]

국비 확보나 지역 현안 지원 요청 등 정부 부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서울에 파견된 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의 푸념이다.

지난달 28일 발효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한 달 가까이 흘렀지만, 지자체 파견 공무원들은 스스로 '멘붕'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공황 상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국 지자체의 상당수가 정부 서울청사나 세종청사 전담 공무원을 파견한다.

이들이 근무하는 곳은 위치에 따라 '서울사무소' 또는 '세종사무소'라 부른다.

집에서 나와 가족, 동료들과 떨어져 지내는 이들의 근무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말이 좋아 사무소지 독립된 사무실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초지자체의 경우 광역 지자체에 더부살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업무는 정부 예산과 국비 사업 확보, 투자유치, 자매결연, 지역 농산물 홍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중앙부처나 다른 지자체 등에 관한 정보 수집도 빼놓을 수 없는 임무다.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각 지자체의 눈과 귀는 물론, 핵심 사업의 팔다리 노릇까지 맡는다.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양한다'는 정보기관 이상의 기능을 하는 셈이다.

이런 그들이 청탁금지법이라는 커다란 벽에 부닥쳤다.

예전 같으면 부처 공무원들과 점심도 먹고 저녁에 소주도 한잔 하면서 인맥을 넓혔지만, 이젠 친분을 쌓을 기회가 거의 막혀버렸다.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행여나 자신이 '청탁금지법 위반 1호 공무원'이 되지 않을까 극도로 몸을 사리기 때문에 사무실에 찾아가도 말조조차 건네기 쉽지 않다.

어렵사리 만나는 직원들도 자리에 앉자마자 매정하다 싶을 정도로 선을 긋는다. "공모사업 선정을 도와달라는 말은 아예 하지도 마라"는 말은 기본이다.

지역 특산물 홍보도 힘들어졌다. 맛보기 상품마저 갖다 놓을 수 없다.

청탁금지법 준수 서약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연합뉴스 DB]
청탁금지법 준수 서약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연합뉴스 DB]

"멀리까지 와서 고생한다"며 따뜻하게 맞아주던 시절은 옛 얘기가 됐다.

지자체 사무소 직원들은 6∼7급이 대부분이어서 실질적인 행정권한을 행사하는 중앙부처 사무관(5급)이나 서기관(4급)을 상대하는 게 가뜩이나 힘들었던 터라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오랜 기간 서울사무소에 근무했던 충북도의 전직 간부 공무원이 최근 암으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자체 파견 공무원들의 사기는 더욱 떨어졌다.

연락사무소 직원들은 서울과 세종을 오가며 일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고 식사도 불규칙할 때가 많다.

상황이 바뀌니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진풍경도 벌어진다.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이 하위 지방공무원에게 저녁을 사는가 하면 당구장에 가서는 '접대'가 아니란 걸 증명하려고 주인이 '입회'하도록 하는 일도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파견 직원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되자 일부 지자체는 사무소 폐쇄와 직원 철수까지 검토 중이지만, 실제로 폐쇄한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힘없고 빽없는' 지방 중소도시로서는 현장에서 부닥치며 사정을 하소연하는 것 말고는 딱히 마땅한 방법이 없어 섣불리 결정을 내릴 수도 없다.

충북 지역 한 지자체의 서울사무소장은 "지자체가 국가 예산 지원 없이는 주요 사업을 추진하기가 불가능하다"며 "청탁금지법으로 활동이 많이 위축되긴 했지만, 연락사무소를 아예 없애긴 힘들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사무소장은 "국민권익위원회 질의 등을 거쳐 합법적인 범위 안에서 업무를 하는데도 부처 공무원들이 지나치게 몸조심을 하기 때문에 답답하기만 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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