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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한복 디자이너 이향 "예뻐서 입는다는 얘기 듣고 싶어요"

한복진흥센터 주관 한복 패션쇼서 '디자인 한복' 소개
광장시장서 3대째 한복업…"광장시장 한복도 알리고파"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한복이 '우리 전통 의상이니까 입는다'가 아니라 '예쁘고 멋져서 입는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그러려면 한복 디자인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복의 날'을 맞아 22일 오후 서울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열리는 한복 패션쇼 무대에 서는 한복디자이너 이향(52) 씨는 패션쇼를 앞두고 연합뉴스와 만나 자신이 제작한 '디자인 한복'을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한복의 날' 행사를 주관하는 한복진흥센터가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개최한 '한복개발프로젝트' 공모전에서 당선된 9명 중 한 명이다. 이에 따라 이 씨는 이영희, 김혜순, 이문재 등 유명 한복디자이너와 함께 '달빛 한복 패션쇼' 무대에 올라 자신이 디자인한 일상용 한복 6벌을 대중 앞에 선보인다.

이 씨는 "전통 한복과는 다르지만, 고급스럽고 가볍지 않은 '디자인 한복'을 보여주려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패션쇼에서 선보일 한복을 '디자인 한복'이라고 이름 붙였다. 전통 한복과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일반인이 현대한복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생활한복과도 차별화하고자 이 씨가 만든 용어다.

'달빛 한복 패션쇼' 참가하는 이향 디자이너.
'달빛 한복 패션쇼' 참가하는 이향 디자이너.

이 씨의 한복은 한복 고유의 특징은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곳곳에 서양 복식 패턴을 차용해 입은 사람의 단점은 커버하면서 세련된 느낌을 더한다.

평면 재단 대신 입체 재단으로 한복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그가 만든 저고리를 보면 깃과 동정, 고름이 있는데도 정장 상의가 연상된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체형이 서구화돼 전통적인 재단으로 하면 한복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면서 "이러한 체형 및 생활 변화를 반영해 한복을 손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일반 사람들이 '한복은 불편하다'고 지목하는 부분들을 대폭 개선했다.

치마 길이를 줄이면서 랩 형태로 만들어 앞뒤 구분하지 않고 입을 수 있도록 했다. 어깨끈 면적을 넉넉하게 잡고 치마끈은 가슴 아래로 내려 착용감을 높였다.

아울러 고름은 짧게 줄이거나 스카프 재질로 바꿔달아 묶기 편하면서도 미적인 요소를 강조했다.

색깔과 원단도 과감하게 사용했다. 단색 위주인 전통 한복과 달리 꽃무늬나 기하학무늬부터 자수, 체크까지 다양한 디자인을 도입하고 소재도 실크 외에 면, 나일론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한다.

이 때문에 그의 옷은 한복이지만 평소 입는 다른 서양복과 섞거나 겹쳐 입어도 어색함 없이 어울린다.

이향 디자이너가 만든 '디자인 한복' [한복진흥센터 제공]
이향 디자이너가 만든 '디자인 한복' [한복진흥센터 제공]

이 씨는 이처럼 '믹스 앤 매치'가 가능한 한복이 본인의 디자인 의도와 맞아떨어진다고 밝혔다.

한복의 용도가 제한적이면 일반인들이 더욱 한복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 이렇게 디자인했다는 것이다.

"한복 입고 외출하면 '결혼식 가느냐'고 물어요. 결혼식 날에만 한복을 입는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러면 결혼식 때 한복을 안 입는 날이 오면 한복은 사라지고 마나요? 그러지 않도록 일상에서도 입을 수 있는 한복을 만들어봤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한복이 '우리 전통 의상이니까 입는다'가 아니라 '예쁘고 멋져서 입는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렇게 개량된 한복을 정체불명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이 씨는 그러나 "전통 한복이 미적분이라면 디자인 한복은 더하기 빼기다. 더하기 빼기부터 쉽게 시작하면 언젠가는 먼 길을 돌아 미적분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깊게 파려면 넓게 파야 한다"고도 힘줘 말했다.

그가 한복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면서도 깃이나 동정, 고름 같은 기본 요소는 고집스럽게 지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이번 패션쇼에서 20~30대 전문직 여성이 출퇴근용으로 입을 수 있는 정장 느낌의 한복 원피스, 서양의 칵테일 드레스처럼 화려한 느낌의 한복 드레스, 비행기 승무원용으로 제안할 만한 한복 유니폼, 요즘 같은 가을철에 덧입으면 좋은 한복 등을 제안할 계획이다.

이향 디자이너가 만든 현대적인 한복 [한복진흥센터 제공]
이향 디자이너가 만든 현대적인 한복 [한복진흥센터 제공]

이 씨가 이처럼 한복의 일상화를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그의 성장 배경과도 무관치 않다.

1997년 처음으로 한복의 날이 시작됐을 때 그의 어머니가 공로패를 받았다. 이 씨의 할아버지 대부터 시작해 평생을 한복업에 매진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이 씨는 "20년 전 어머니가 상을 받으셨는데 제가 이렇게 한복디자이너로 서게 되니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이제는 조부모와 부모가 하던 한복업을 이 씨가 이어받아 광장시장에서 이어가고 있다.

대학에서 응용미술과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자신이 가업을 이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엄마 가게를 왔다 갔다 하다가 이렇게 됐어요. 할아버지 때부터 따지면 광장시장에서만 110년째에요. 이곳에서 성장하다시피 했으니 시장에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그래서 이번 패션쇼도 광장시장 대표로 나간다는 마음입니다."

그는 개인적으로 이번 패션쇼 참가로 일반인들에게 광장시장 한복도 홍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남의 유명 한복집들 못지않은,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한복디자이너들이 광장시장에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광장시장 하면 '마약김밥'하고 빈대떡만 생각하시는데 여기 한복디자이너들도 있습니다. 손님들이 '나 한복 샀다, 그것도 광장시장에서 샀다'라고 말할 때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고 싶어요!"

한복디자이너 이향 씨
한복디자이너 이향 씨

luc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22 08: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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