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신장병은 불치병?…"조기발견 노력에 달렸다"
송고시간2016-10-19 07:00
혈압·혈액검사·소변검사로 손쉽게 발견 가능
위험요인 있다면 최소 1년에 1회 이상 검진해야
(서울=연합뉴스) 진호준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 = 신장내과 의사로 일하면서 "신장은 한번 나빠지면 좋아지지 않는다"라는 말이 세간에 떠돌 때마다 신장병에 대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곤 한다. 이런 오해를 잠식시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해결책은 신장 기능과 신장병에 대한 진실을 제대로 사회에 전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신장의 기본 기능은 ▲ 몸에서 생기거나 외부에서 몸으로 들어온 노폐물을 배설하는 기능 ▲ 중요한 호르몬(비타민 D3의 활성화, 레닌 생성, 조혈호르몬의 생성)을 분비하는 기능 ▲ 세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기능(체액의 산성도 조절, 체액의 전해질과 수분조절)으로 요약된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적절한 체내환경을 조성하는 게 신장의 기본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장은 기능이 줄어도, 남아 있는 조직을 최대로 가동하는 적응 능력이 뛰어나다. 때문에 신장의 기능 손상이 천천히 이뤄져 70%가 손상됐다고 해도 사람이 느끼는 증상은 거의 없다.
사람이 느끼는 증상은 신장의 배설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 여과율(eGFR, 단위 ㎖/min/1.73㎡)이 30 미만(정상:90∼120)으로 떨어졌을 때나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고혈압, 다리 부종, 빈혈 증상 정도가 꼽힌다. 그나마 이런 증상들은 신장이 아닌 다른 장기의 기능이 나빠졌을 때도 나타날 수 있어서 환자들이 증상만으로 신장병을 자각하기는 쉽지 않다.
만약 자각하는 증상으로만 신장병이 발견된다면, 대부분은 질병의 정도가 심해 치료 후 정상 기능으로 되돌릴 수 없는 경우에 속한다. 아마도 과거에는 환자들이 증상만으로 의료기관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아 "신장은 한번 나빠지면 좋아지지 않는다"라는 통설이 생긴 것으로 생각된다.
신장병 역시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할수록 완치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신장병이 지금은 없더라도 신장병에 대한 정기적 검진이 필요한 대상은 ▲ 고혈압 또는 당뇨병 환자 ▲ 신장질환 병력이 있었던 경우 ▲ 악성 종양 환자 ▲ 신장에 나쁜 약물을 장기 복용했던 경우 ▲ 출산 시 저체중이었던 경우 ▲ 신장의 크기가 작거나 한쪽이 없는 경우 ▲ 가족 중 신장병이 있는 경우 ▲ 60세 이상 고령자 ▲ 화학 약품에 장기적으로 노출됐던 경우 등이다.
신장병은 의외로 간단한 검진과 검사로 조기에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혈압의 측정이다. 고혈압은 신장병 때문에 발생할 수 있기도 하고, 신장병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둘째는 혈액검사에서 혈청 크레아티닌을 측정하는 것이다. 신장의 배설기능을 대변하는 검사항목으로 가장 쉽고, 값싸고, 간단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오랫동안 시행해 온 검사항목이 바로 혈청 크레아티닌이다.
정상값은 인종, 체중, 성별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지만, 여성 0.6∼0.8 mg/㎗, 남성 0.8∼1.1 mg/㎗가 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평균값이다.
이 검사에서는 수치가 높을수록 신장의 배설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크레아티닌 수치를 기본으로 하고, 성별, 연령, 인종을 고려해 계산한 사구체 여과율을 신장 배설기능을 나타내는 수치로 이용하기도 한다.
사구체 여과율은 노화에 따라 감소하지만, 60 미만이면 신장병이 있다고 판단하며, 60 이상이라 하더라도 연령대 평균치보다 낮으면 추가 검사가 필요하다.
셋째로는 소변검사로 단백뇨, 혈뇨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단백뇨는 만성콩팥병이 합병됐음을 알리는 신호등 역할을 하는 알부민뇨의 정도가 특히 중요한데, 알부민뇨의 정상 수치 기준은 하루 소변에서 30㎎ 미만이다.
2011∼2013년에 측정된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20세 이상 성인에서 알부민뇨가 증가한 경우는 6.7%로 보고됐다.
혈뇨는 소변검사에서 현미경 관찰 소견이 적혈구 5개 이상인 경우 이상 소견으로 판정하는데, 신장 자체 질환과 요관, 방광, 요도 질환 등을 감별할 필요가 있다. 사구체 여과율이 60 미만이거나, 알부민뇨 또는 신장에서 발생한 혈뇨가 나오는 경우 신장병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원인에 대한 정밀 검사로 추가적인 혈액·소변검사를 포함해 신장초음파, 컴퓨터 단층 촬영, 신장 스캔 검사, 신장조직검사 등을 수반한다.
신장병의 치료는 원인 질환에 대한 치료, 원인 질환과 관계없이 공통으로 해당하는 일반적 치료, 신장 기능 감소로 발생하는 합병증을 조절하는 치료로 구분할 수 있다.
일차성 신장병에는 완치가 가능한 게 많이 있는데, 대표적인 건 감염성 신장 질환과 사구체신염(신장의 여과 부위인 사구체에 염증 반응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다. 면역 억제 치료로 90% 이상에서 완치가 가능한 미세변화 신증후군과 40%의 완치율을 보이는 루푸스신염도 있다.
급성 신장손상은 원인 질환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탈수인 경우는 거의 모든 환자에서 완치가 가능하다.
오랫동안 신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만성콩팥병도 조절하는 정도에 따라 호전되는 양상이 다른데, 만성콩팥병 유병률이 높은 노인의 경우 조절을 잘하면 30% 정도에서 사구체 여과율이 호전되는 양상이 관찰된다.
만성콩팥병처럼 오랫동안 만성병으로 지속하는 경우는 당뇨병, 고혈압과 마찬가지로 유지 치료가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유지 치료는 혈압관리(130/80 mmHg 미만~ 140/90 mmHg 미만), 혈당관리(당화혈색소 7% 미만), 저염식(하루 5g 미만의 소금 섭취), 체중조절(체질량지수 25kg/m2 미만) 등이다. 영양결핍이 없다면 저단백 식이(하루 0.8 g 단백질/kg 미만)와 함께 신장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 복용을 피해야 한다.
혈압약과 당뇨병약을 쓸 때도 신장 기능 보존과 단백뇨 감소에 더욱 효과적인 약물을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신장병이 불치병이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질병의 종류와 발병 시기에 따라 불치병일 수도, 난치병일 수도, 쉽게 완치되는 질환일 수도 있다. 조기에 발견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불치, 난치, 완치가 결정되는 것이다.
신장병은 혈압 측정과 간단한 소변검사, 혈청 크레아티닌 검사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만큼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은 최소 1년에 1회 이상의 검진을 통해 조기발견과 상담을 해야 하겠다.
◇ 진호준 교수는 1992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2003년부터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5~2006년에는 미국 반더빌트대에서 연구 전임의로 연수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분과장을 맡고 있다.
진 교수는 만성콩팥병, 사구체신염, 특히 자가면역신질환(IgA)과 루프스 신염에 대한 임상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했고, 관련 논문 130여편을 국내외 학술잡지에 발표했다.
2010년에는 일본 신장학회에서 주는 '아시아 젊은 신장내과 의사상'을, 2011년과 2012년에는 대한 신장학회가 주는 학술상을 각각 받았다. 2011년에는 분당서울대병원 젊은 의학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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