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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이 자유주의 우파에게도 환영받는 이유

송고시간2016-10-14 11:26

신간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기본소득, 자유와 정의가 만나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모든 개인에게 노동 여부와 재산 규모를 따지지 않고 지급하는 기본소득은 좌파의 급진적 복지정책 정도로 여겨지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소득을 이념의 스펙트럼에 집어넣는다면 제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보다 앞선 유럽의 기본소득 논의를 참고해볼 수 있는 책이 잇따라 번역돼 나왔다. 기본소득스페인네트워크 대표이자 바르셀로나대 경제학과 교수인 다니엘 라벤토스가 쓴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는 이 분야의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저자는 재원 마련을 위한 소득세 개혁안을 제시하는 등 유럽의 대표적 기본소득 이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가 기본소득을 정당화하는 방식은 이제 막 도입 논의가 시작되는 한국의 입장에서 꽤 흥미롭다. 저자는 기본소득의 이념적 뿌리를 좌파적 복지제도가 아닌, 공화주의와 자유주의라는 보수적 전통에서 찾는다.

자유가 생존을 위해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라면 물질적 자립은 자유에 필수적인 요소다. 따라서 기본소득은 공화주의적 자유를 확보하는 방안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유럽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는 이념 스펙트럼의 어느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다.

빈곤과 불평등 해소가 최종 목표라면 기존 복지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있지 않을까. 기본소득과 복지제도의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는 지급조건의 유무다. 기존 복지제도에서 보조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목적으로 하는 자산조사는 빈곤을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당사자에게 모욕감을 준다.

더 큰 문제는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복지급여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노동의욕을 꺾는다는 점이다. 수급자를 가려내고 심사하는 데 드는 막대한 행정비용도 단점으로 꼽힌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지향하는 우파의 이념과 기본소득이 만나는 지점이다.

저자는 실제 세금신고 자료를 토대로 세 가지 기본소득 지급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실질적인 세금 부담이 크지 않은 반면 지니계수는 급격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기도 한다.

신간 '기본소득, 자유와 정의가 만나다'는 지난 6월 스위스의 역사적인 기본소득 국민투표를 이끌어낸 활동가 다니엘 헤니와 필립 코브체가 함께 쓴 책이다. 지지자를 끌어모으고 반대파를 설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쓴 책인 만큼 기본소득을 둘러싼 쟁점을 쉽게 풀어 설명한다.

이들 역시 국민투표 과정에서 우파로 분류되는 정치인이나 기업인들이 적극 찬성한 점을 들어 기본소득이 지금까지 제시된 사회·정치적 대안들과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한다. 이념적으로 치우치지 않은 '제3의 길'이라는 것이다. 특정한 정부가 도입하는 복지정책이 아닌 시민의 기본권이라는 점도 강조한다. 헌법 개정을 통해 기본소득 도입을 추진한 이유도 시민권으로서 기본소득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였다.

두 사람은 '기본소득을 지급받으면 사람들이 더이상 일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대논리를 깨는 데 주력한다. 이런 논리는 '인간은 원래 게으르다'라는 전제에서 시작하는데, 전제부터 잘못됐다고 반박한다. 지금까지 생존을 위해 흥미도 없는 일을 억지로 하다보니 '태생적 게으름'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겼다는 것이다.

오히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사라지므로 능동적 노동이 가능해진다. 실제로 독일 경제전문지 '브란트 아인스'의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가 '기본소득이 도입되더라도 일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동시에 80%는 '다른 사람들의 경우 일을 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나는 부지런하지만 너는 게으르다'는 인식이 기본소득에 필요한 추가 재정보다 더 큰 걸림돌이다. 저자들은 여기서 기본소득을 인간의 삶과 사회 공동체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끌어올린다.

"게으른 너 때문에 부지런한 내가 손해를 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한, 내게 다른 사람들은 몰아붙여야 할 게으른 동물 이상의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 동일자와 타자, 근면과 나태의 이분법을 넘어설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용감함과 여유로움을 바탕으로 함께 살아가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기본소득이란 무엇인가 = 책담. 이한주·이재명 옮김. 280쪽. 1만5천원.

기본소득, 자유와 정의가 만나다 = 오롯. 원성철 옮김. 256쪽. 2만원.

기본소득이 자유주의 우파에게도 환영받는 이유 - 1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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