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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생활 40년 고백록…호인수 신부 '목련이 질 때' 출간

송고시간2016-10-14 10:31

"예수처럼 살겠다고 애쓰는 사람 많아요.눈에 띄지 않을 뿐"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얼어붙은 논에서/남의 벼 떨어주느라/주일미사 못했다고/고해성사 보러온 중늙은 아낙네//거친 두 손에는 죄가 묻어 있지 않았다/ 대답하라 교회여/죄란 무엇인가" ('고해성사' 중)

인천 부개동 성당 주임신부인 호인수 신부가 세 번째 시집 '목련이 질 때'를 펴냈다.

호 신부는 암울했던 군사 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에 뛰어들었으며, 우리신학연구소를 설립해 이사장을 지내는 등 진보적인 평신도 신학을 이끈 인물로 널리 알려졌다.

인천 지역운동가들의 '정신적 지주'로도 불리는 그는 지난 1984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1987년 '차라리 문둥이일 것'과 1991년 '백령도'라는 두 권의 시집을 펴낸 바 있다.

1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호 신부는 새 시집을 내는 데 무려 25년이나 걸린 이유에 대해 "무엇보다도 저의 게으름 탓이고, 점점 할 말도 없는데 이런 걸 자꾸 내서 무엇하나 하는 생각이 컸다"고 겸양을 보였다.

이어 "주변의 끈질긴 권유가 있었고 이참에 저의 사제생활을 돌이켜보자고 마음먹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새 시집 '목련이 질 때'는 그의 사제생활 40년을 10년 단위로 묶어 되돌아보는 고백록이자 시어로 표현한 사목신학이다.

호 신부는 시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중학생 때 교내 백일장에서 우연히 1등을 했다. 그게 계기가 돼서 습작을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1970년대에 첫 번째 시화전을 열고 창비와 실천문학을 중심으로 한 참여시인들과 교류하면서 민중의 삶과 신앙의 관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호 신부는 김광섭과 신경림 그리고 김용택과 정호승의 시를 즐겨 읽었다고 밝혔다.

실제 호 신부의 초기 시들은 1970∼1980년대 '참여시'와 '민중시'라는 문학적 흐름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 속 화자의 눈길은 수녀가 되려다 약을 먹은 순자, 노름판에 논 마지기를 날리고 배를 타는 사내, 오뉴월 뙤약볕 염전에서 삽질하는 홀어미 등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고통받은 이들을 향해 있다. 헐벗고 가난한 이웃을 바라보며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의 손길을 건넨다.

그런 호 신부의 시들은 때로 세상의 고통과 절대자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끔 한다.

세상의 고통에 숨은 뜻을 묻자 호 신부는 "부끄럽게도 신의 뜻 같은 건 아직 잘 모르겠다. 사제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그런 사람들 속에서 같이 사는 것밖에는 없는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또 호 신부의 시에는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 대한 애정과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 머무시는 주님을 향한 지성스러운 마음이 동시에 담겼다.

"시나이산에 오르면서 비로소 보았습니다/ 오래전부터 거기 계셨던 당신/다만 내가 몰랐을 뿐입니다" ('별' 전문)

'목련이 질 때'는 청년기부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사람에 대한 사랑'을 견지하면서 살아온 사제의 고뇌와 내면의 여정을 정직한 언어로 보여준다.

한편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호 신부는 교회의 사회참여를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저는 제가 전문 신학자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저는 예수의 사람인 만큼 예수가 어떤 분인지 알아서 비슷하게라도 살아보려고 애쓰는 게 전부입니다. 예수님이 그렇게 사셨으니 사회 참여와 정치적 발언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이어 호 신부는 최근 인권침해 의혹이 불거진 대구시립희망원과 관련해서도 자성을 촉구했다.

호 신부는 "저의 성찰과 고백이 먼저"라고 운을 뗀 뒤 "지금의 한국 천주교회가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과 쇄신을 외치는데 부끄럽지 않을 만큼 떳떳했으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자신의 성찰과 반성, 고백, 쇄신의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호 신부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호 신부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지금 한국교회에는 거의 희망이 안 보인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면서 "교회의 지도층들이 혹시 금수저가 되어 이 서러운 땅과 사람들을 외면하는 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으되 그렇다고 아무렴 예수님이 포기하시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힘들고 어렵지만, 예수처럼 살아보겠다고 애쓰는 예수의 사람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kihun@yna.co.kr

호인수 인천 부개동 성당 주임신부.
호인수 인천 부개동 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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