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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미술계 '큰손' 앨런 찬 "한국적인 게 가장 국제적"

송고시간2016-10-14 09:09

"한국 미술 저평가됐다 단언 어려워…케이팝 적극 활용해야"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제가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내게 영감을 주는가'입니다. 투자적인 관점도 중요하지만 여전히 영감을 주는지를 제일 중시하지요."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가 개최한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를 둘러보기 위해 방한한 '슈퍼 컬렉터' 앨런 찬(Alan Chan·66)은 지난 13일 오후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 개막식이 열린 서울 용산구 인터파크 씨어터 네모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어떤 작품을 주로 구매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홍콩의 그래픽 디자이너로 자신의 이름을 딴 디자인·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그는 코카콜라의 중국어 표기 문양과 굴소스로 유명한 브랜드인 이금기의 상표 등을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은제품부터 전통 다기, 불상,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물건을 모으는 '수집광'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그의 이름 앞에는 '슈퍼 컬렉터'라는 호칭이 따라다닌다.

그는 예경의 초청으로 방한한 해외 미술계 인사 30명 중 한 명으로, 체류기간에 한국 대표 화랑 20곳의 작품을 압축적으로 모아놓은 전시장인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와 지난 12일 막을 올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둘러보고 한국 작가와 화랑 운영자들을 만나는 등 한국 미술을 살피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예경이 초청한 인사 가운데는 앨런 찬처럼 각국 미술계의 '큰 손'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홍콩의 유명 디자이너이자 컬렉터인 앨런 찬.
홍콩의 유명 디자이너이자 컬렉터인 앨런 찬.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한국에서 이런 미술행사를 둘러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한 그는 "한국 작가의 사진 등을 일부 소장하고 있지만 한국 미술에 대해 깊이 있게 알지는 못한다"고 솔직히 말했다.

그럼에도 한국에 온 것은 '내가 보지 못한 창조적인 앵글에서 바라본, 내게 영감을 줄만한 작품'을 만날지 모른다는 기대감에서라고 설명했다.

그는 "디자인 쪽에 종사하고, 갤러리도 운영하기 때문에 내게 예술작품이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기 부여를 해주는 대상이 된다"고 부연했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 한국의 근현대 미술의 트렌드를 짚어보고 특히 한국의 젊은 작가와 영상 작품을 접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한국 기관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왔다고 곧 구매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이런 시도가 한국 미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한국 화가와 작품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데 는 분명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래도 이렇게 와서 한국의 아티스트나 갤러리이스트와 대화하면 한국 예술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지 않겠느냐"며 "제 컬렉션을 한국에 선보일 수도 있고 반대로 한국 작품을 우리 갤러리에서 소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 전시장을 둘러보는 앨런 찬.
'코리아 갤러리 위켄드' 전시장을 둘러보는 앨런 찬.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최근 해외에서 한국 단색화가 주목받으며 거래가가 급상승한다고 하나 정작 챈은 단색화를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컬렉터로서 그는 한국 미술시장이 저평가됐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미술에서 가치를 매기는 방식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있지만 저평가됐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에둘러 답했다.

다만 "어느 미술가나 작품의 가치를 입증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면서 "미로나 피카소도 예전에는 지금과 같은 가격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한국 미술이 어떻게 해외 컬렉터들 사이에서 재평가 받을 수 있을지에 관한 물음에 그는 "이번처럼 해외 인사를 초청하는 것도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에 초대받은 컬렉터들이 자국으로 돌아가 주변 사람들과 소감을 교환하고 이런 사례가 반복되면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커질 것이라는 관점에서다.

그는 컬렉터마다 구매 기준이 다르겠지만 자신은 '영감'을 가장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사들인 신진 작가의 작품 가격이 세월이 흐르면서 높아지면 당연히 기쁘지만" 그렇다고 투자적인 관점이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소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내게 영감을 주는가가 중요하다. 그 영감을 주는 대상은 고가의 작품일 수도 있고, 이태원에 놀러갔다가 식당에서 우연히 본 그림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앨런 찬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앨런 찬 [예술경영지원센터 제공]

따라서 작가들도 컬렉터들을 의식해 일부러 해외에서도 통용될만한 작업을 시도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을 건넸다.

그는 "한국인인데 미국인처럼 춤을 추거나 중국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며 "가장 한국적인 작업이 가장 국제적일 수 있다"는 모범답안을 내놨다.

그는 현재 아시아에 유행하는 케이팝(K-Pop)을 플랫폼으로 한 현대미술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언했다.

"한국의 음악방송은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음악방송인데 왜 이를 활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그는 "케이팝의 음악과 뮤직비디오는 또 다른 형태의 예술이다. 이런 한류 콘텐츠는 한국 사람의 생활방식을 대변하는 강력한 오리지널리티를 갖고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IAF와 코리안 갤러리 위켄드 등을 둘러본 그는 해외 유명 아트페어와 비교해 다소 아쉬운 점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국제적인 갤러리들이 더 많이 참여했으면 합니다. 우리끼리 '빅 브라더'라고 부르는 갤러리들은 없더라고요. 또 규모가 큰 조각이나 설치작품이 부족한 것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시간이 걸리는 문제겠지요."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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