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머리카락만으로 건강진단'…한의사 행세하며 노인 수천명 속여

송고시간2016-10-14 06:00

엉터리 진단 기계로 노인 2천900여명 속이고 한약 10배 부풀려 팔아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기자 = 아무런 면허가 없으면서도 한의사 행세를 하며 머리카락만으로 건강 상태를 진단한다는 사이비 기계를 앞세워 수천명의 노인들을 속인 40대가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한의사 행세를 하며 한약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비싼 값에 판 혐의(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로 지모(58)씨를 구속하고, 간호사 역할을 한 정모(40·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4일 밝혔다.

지씨는 2007년부터 강남의 오피스텔에 진료실을 차려놓고 노인들을 진료했다. 그는 홍삼가루와 녹각 등 한약재를 섞어 만든 환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원가의 10배 이상 부풀린 60만∼120만원에 팔아 부당이득 약 1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지씨는 머리카락을 넣으면 이를 분석해 건강 상태를 분석해주는 프로그램이 탑재된 '생체정보분석기'를 진료에 활용해 환자들에게 신뢰감을 줬다. 이 기계는 손님들의 건강뿐 아니라 감정 상태까지 해석해냈지만, 사실은 엉터리 기계였다.

지씨는 결과와 관계없이 환자들에게 한약재로 만든 환을 거의 동일하게 처방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비타민, 홍삼가루로 만든 캡슐 등을 비싼 값에 팔았다.

지씨는 중졸 학력에 별다른 의료 관련 면허 없이 한의사 행세를 해왔으며 철저히 소개를 통해 진료해 보건당국과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려 했다.

그는 예전에 한의원을 운영한 적이 있고, 러시아에서 대체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환자들을 속였다. 환자들은 지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지인들에게 지씨를 소개했고, 같이 입건된 정씨도 지씨가 대체의학 박사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약 9년 동안 지씨에게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받은 환자들은 2천900명가량으로, 대부분 사리판단 능력이 비교적 떨어지는 노인들이었다.

경찰은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해 이달 5일 지씨를 검거했다.

그는 2006년께 한의사를 고용해 한의원을 차려 이른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져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지씨는 경찰 조사에서 "대체의학을 연구해온 사람으로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진료를 한 것뿐"이라고 변명했지만 결국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지씨가 범행에 사용한 가짜 진료 기기 [서울 강동서 제공]
지씨가 범행에 사용한 가짜 진료 기기 [서울 강동서 제공]

ses@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