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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릿대로 뒤덮인 한라산…설 자리 잃는 구상나무ㆍ털진달래

송고시간2016-10-13 06:23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환경 변화…생물종 다양성 위협 가속

천연보호구역 50년 맞아 '천년대계'로 연구ㆍ보전대책 강화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제주 섬 한가운데 우뚝 솟은 한라산(해발 1천950m)은 저지대에서 고지대까지 다양한 식생이 분포해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로 불린다.

산철쭉이나 털진달래가 피는 시기 장관을 이루는 한라산 선작지왓.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91호. [문화재청 제공=연합뉴스]

산철쭉이나 털진달래가 피는 시기 장관을 이루는 한라산 선작지왓.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91호. [문화재청 제공=연합뉴스]

그러나 한라산도 기후변화의 영향을 피하지 못했다.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조릿대 등 온대성 식물은 확산하는 반면, 한대성 식물인 구상나무와 털진달래는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게다가 산 곳곳이 조릿대로 뒤덮이며 종 다양성이 위협받고 있다. 이대로 '조릿대공원'이 된다면 국립공원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는 경고마저 나온 상태다.

한라산 백록담 밑까지 번진 조릿대[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라산 백록담 밑까지 번진 조릿대[연합뉴스 자료사진]

◇ '조릿대공원' 위기에 놓인 한라산…생물다양성 위협

한라산 곳곳에서는 대나뭇잎 모양의 길쭉길쭉한 잎을 가진 식물이 주변을 온통 뒤덮어버린 모습이 눈에 띈다. 바로 조릿대다.

제주조릿대는 지역 고유종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발 600m에서 정상부까지 대부분 지역에서 분포한다.

1577년 제주를 찾은 백호(白湖) 임제(林悌, 1549∼1587)가 '남명소승'(南溟小乘)에 "작은 대와 누런 띠들이 그 위를 덮고 있어 말의 통행이 심히 어려웠다"고 기록하는 등 과거 문헌에서도 언급된 점을 볼 때 조릿대는 예로부터 산 곳곳에 군락을 이루며 번성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월 13일 '한라산 조릿대 제거 및 구상나무 복원 현장설명회'에서 조릿대에 대해 설명하는 김찬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왼쪽)[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 2월 13일 '한라산 조릿대 제거 및 구상나무 복원 현장설명회'에서 조릿대에 대해 설명하는 김찬수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장(왼쪽)[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다 최근 들어 조릿대가 급속하게 확산한 것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상승함과 함께 조릿대를 먹어 치우던 소와 말 방목을 1988년 금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06년 한라산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조릿대는 해발 500m에서 백록담 바로 밑까지 번식했다. 분포면적은 244.6㎢로, 사실상 국립공원 전역을 뒤덮고 있다.

해발 1천600m 한라산 만세동산에서 '조릿대 제거 특명'을 받은 말 4마리가 조릿대를 뜯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해발 1천600m 한라산 만세동산에서 '조릿대 제거 특명'을 받은 말 4마리가 조릿대를 뜯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늘 푸른 잎을 가진 제주조릿대는 생명력이 강해 해가 갈수록 밀도가 높아지고 키가 자랐다. 자연히 조릿대보다 키가 작은 식물들은 햇빛이 차단돼 성장에 방해를 받고, 다른 식물종이 뿌리를 내리기도 어렵게 됐다.

이로 인해 설앵초, 구름떡쑥, 섬바위장대, 한라구절초 등 고산성 초본식물은 물론 시로미나 눈향나무, 털진달래와 꽝꽝나무 등은 고사 위기에 놓였다. 한라산에 자생하는 섬매발톱나무, 돌매화나무 등 희귀·특산식물 90여 종과 국내에는 제주에만 있는 '한정분포 식물자원' 321종도 위기에 처했다.

봄철 한라산 고지대를 분홍빛으로 수놓는 털진달래의 사례를 보면 조릿대 확산으로 새로 발아해 자라기 어렵다는 진단이 나왔다.

올해 발간된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 조사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원이 한라산 영실 방애오름 일대의 털진달래 생육을 조사한 결과 나무 한 그루당 달리는 꽃눈이 몇 년 사이 줄었다.

특히 발달단계별로 보면 어린 유묘기 개체들은 주로 해발 1천800m 이상 지역 등에서 관찰됐다. 해발 1천800m 이하는 대부분 조릿대가 뒤덮어서 새로 발아하기 어려운 것으로 연구원은 추정했다.

게다가 영실 일대 해발 1천700m 이하 지역은 쇠퇴기에 해당하는 개체들이 많은 상황이라 한라산 곳곳을 수놓은 분홍빛 꽃물결을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효과적인 조릿대 관리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도는 올해부터 2020년까지 5년간 말을 방목한 지역과 사람이 직접 조릿대를 베어낸 지역의 조릿대 생육 상태와 종 다양성을 비교 분석하고 들어간 비용도 비교해 효과가 좋은 방법을 가려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한라산 영실등산로 해발 1천600m 일대의 구상나무 고사목 [한라산연구소 제공]

한라산 영실등산로 해발 1천600m 일대의 구상나무 고사목 [한라산연구소 제공]

◇ 기후변화로 생육환경 변해 고사…설 자리 잃는 '구상나무'

조릿대와 달리 개체 수가 점차 줄어드는 종 중의 하나가 바로 한라산을 대표하는 식물 중 하나인 구상나무다.

한반도에서만 자라는 특산종인 구상나무(Abies koreana E. H. Wilson)는 우리나라에서도 고산지대에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자란다. 한라산의 구상나무숲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세계 최대의 구상나무림(795㏊)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근 말라 죽어 앙상한 가지만 허옇게 드러낸 개체가 부쩍 늘고 있다.

도 세계유산·한라산연구원이 2013년 10월∼2014년 9월 1년간 한라산 전체 구상나무 분포지역을 조사한 결과 ㏊당 평균 개체 수가 2천28.3그루로 추산됐다. 이 가운데 죽은 구상나무가 전체 개체의 45.9%나 됐고, 살아있는 건 54.1%에 지나지 않았다.

전체 고사목의 20.7%에 해당하는 ㏊당 평균 192.5그루가 2010년 이후에 고사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37.9%는 5∼10년 전에, 41.4%는 15년 이상 전에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한라산 백록담 동북쪽 사면의 구상나무 숲이 지난해 태풍 때문에 구상나무가 대량 고사해 하얗게 변해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한라산 백록담 동북쪽 사면의 구상나무 숲이 지난해 태풍 때문에 구상나무가 대량 고사해 하얗게 변해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연구원은 어린 구상나무 생성이 고사목 발생의 28.0%에 불과해 구상나무 개체 수가 지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1990년대까지는 주로 천이, 구상나무 노령화, 개체 간 경쟁 등 자연적인 고사가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으나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잦은 태풍과 집중강우, 적설량 감소 등 기후변화에 따른 생육기반악화, 병해충 피해 등으로 고사 원인이 다변화됐다고 설명했다.

신생대 4기의 기후변화 과정에서 활엽수에 밀려 고산지역에만 남은 구상나무가 다시 기온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셈이다.

IUCN은 구상나무를 멸종위기종 적색 목록에 등재했다.

한라산 고지대의 여름 야생화들
한라산 고지대의 여름 야생화들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7월초부터 9월초까지 촬영한 한라산 고지대의 여름 야생화들.
왼쪽 위부터 구름떡쑥, 산수국류, 산부추, 호장근류, 곰취, 구름체꽃, 한라투구꽃, 구슬봉이, 술패랭이, 꿀풀, 한라고들빼기, 자주꿩의다리류, 눈개쑥부쟁이, 참나리, 미역취, 섬쥐손이, 꽃창포, 손바닥난초, 애기원추리류, 씀바귀. 2016.9.12
jihopark@yna.co.kr

◇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천년대계로 건강한 생태계를"

한라산은 생물종 다양성의 보고로 불린다.

남한 최고를 자랑하는 높이 덕분에 해발 600m까지는 난대 상록활엽수림대, 해발 600∼1천400m는 온대낙엽활엽수림대, 해발 1천400m∼정상까지는 아한대·아고산대 식물이 각각 분포한다.

한라산에는 국내 생물종 4만1천483종의 17%인 7천여종, 국내 멸종위기종(246종)의 17%인 43종이 서식하고 있다.

종종 한라산에서 세계적으로 보고된 적 없는 신종이나 미기록종, 희귀 식물이 발견됐다는 소식도 들린다.

세계에서 가장 키가 작은 관목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식물인 돌매화나무 최대 자연 군락지가 한라산 백록담 부근에서 발견됐다.[제주도 제공 = 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키가 작은 관목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식물인 돌매화나무 최대 자연 군락지가 한라산 백록담 부근에서 발견됐다.[제주도 제공 = 연합뉴스]

지난 6월에는 백록담 일대에서 세계에서 가장 키가 작은 관목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식물인 돌매화나무(암매·岩梅) 최대 자연 군락지가 확인됐다. 돌매화나무는 빙하기를 거치면서도 살아남은 식물이기 때문에 학술 가치가 매우 높다.

지난 8월에는 희귀 지의류(地衣類)인 '송라'(Usnea diffracta Vain) 서식이 확인됐다. 해발 1천m 이상 고산지대에서 자라며, 국내에서는 3종만 발견된 희귀한 지의류다.

지금으로부터 딱 50년 전인 1966년 10월 12일 한라산 일대 91.654㎢는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182호)으로 지정됐다.

도는 천연보호구역 지정 50주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계획하기 위한 한라산 보호 '천년대계'를 준비 중이다.

천년대계에는 천연보호구역 지정 배경, 한라산의 동·식물과 등산의 역사 등 자연과 사람의 공존관계, 생태계 보전, 안전관리, 탐방객 조절 등 종합적 진단과 처방 내용이 포함된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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