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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쪽지예산'도 이제 사라져야 할 때 아닌가

(서울=연합뉴스) 국회의원들이 예산 심사 막판에 지역구의 민원성 예산을 슬쩍 끼워 넣는 '쪽지예산'이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기획재정부가 쪽지예산이 부정청탁에 해당해 김영란법에 위반된다며 이를 신고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하자 당장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앞둔 국회가 당혹스러운 분위기라고 한다. 김영란법 시행 주무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이미 쪽지예산이 법 위반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한차례 내린 바 있어 더욱 혼선이 일고 있다.

기재부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예산과 관련한 모든 요구는 국회 상임위나 예결위 등 공식적인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했다고 11일 밝혔다. 공식절차를 거치지 않고 국회의원이 개별적으로 예산실에 예산 신설이나 증액 등을 요구하는 행위는 부정청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구윤철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상임위에서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예산 요구를) 전달하면 공익이지만 그런 프로세스 없이 그냥 예산실에 주는 것은 쪽지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공식적 루트 외에는 가능하면 막자는 게 (예산실) 입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권익위는 김영란법 제5조(부정청탁의 금지)의 예외조항 3항(선출직 공직자, 정당, 시민단체 등이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기준의 제정·개정·폐지를 제안·건의하는 등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행위)에 근거해 "쪽지예산은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의 공익적인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이므로 부정청탁이 아니다"라고 유권해석했다. 다만 "쪽지예산이 특정 개인이나 단체, 법인을 지원하기 위한 차원이면 부정청탁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다"고 여지를 뒀다. 쪽지예산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법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니 헷갈리는 유권해석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발하고 있다. 예결위 새누리당 간사인 주광덕 의원은 "권익위는 지역 전체를 위한 예산은 김영란법의 예외로 허용된다고 했다"면서 좁은 의미든, 넓은 의미든 쪽지예산은 법에 저촉된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기재부가 자기들이 예산권을 강화하기 위해 법을 지켜야 할 기관이 유권해석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예산결산특위 김현미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들어온 예산에 대해서만 편성을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면서 "공식 석상에서 논의된 예산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지역구 사업에 관한 예산 요청을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하면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정상적인 심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서 막판 흥정을 통해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선심성 쪽지예산을 끼워 넣은 것이 국회의 오랜 관행이었다. 이렇게 얻어낸 예산은 지역구 의원들의 좋은 홍보 대상이 된 건 물론이다. 정치권은 그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쪽지예산을 없애겠다고 다짐했지만 잘못된 관행은 쉽게 근절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는 김영란법 시행을 통해 '청렴한 대한민국'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이제 쪽지예산도 법 위반 여부를 떠나 사라져야 할 때가 아닌가.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11 17:3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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