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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생존전략은 '사나운 척, 허약한 척, 미친 척'"

美안보전략 분석가 "90년대 이래 작고 소외된 北의 생존법…지금까진 먹혔다"
"사나운 척, 미친 척이 지나치면 한계 봉착"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북한이 예상대로 예상을 깨고 노동당 창당 71주년인 10일을 핵이나 미사일 시험 없이 '조용히' 보냈다.

지난 2009년 미국에서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에도 당시의 일반적인 예상을 깨고 그해 4월과 5월 대포동 2호 발사 시험과 제2차 핵시험이라는 잇따른 도발로 갓 출범한 오바마 행정부를 한껏 자극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인 2월초 북한이 보란 듯이 장거리로켓 발사 움직임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북한이 오바마 행정부를 협상 테이블에 조기에 끌어들이기 위해 시위만 하지 '무리수'는 두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전문가들 사이에 우세했었다.

현재,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자산이 집중하는 등 한국과 미국이 북한에 본때를 보이려고 잔뜩 긴장하고 있고 북한 내부도 큰 수해를 입은 상황을 고려하면 북한이 대외 도발을 자제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그러나 북한은 노동당 창당 기념일을 앞두고 핵시험장인 풍계리와 장거리로켓 발사장인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이상징후'를 노출함으로써 `예측 불가'한 속성대로 도발하려는 게 아니냐는 예상을 부추겼었는데 '무사히' 넘어갔다.

북한의 `예측 불가'성은 외부에서 북한을 불안하게 보도록 하는 요인이지만, 북한 정권 입장에선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계산된 주요한 전략이다.

미국의 국제안보분석 전문업체인 스트랫포는 북한 정권이 세계적 냉전 종식 후 소련이 붕괴하고 중국으로부터도 소외된 1990년대 이래 살아남기 위해 펼쳐온 전략을 '사나운 척, 허약한 척, 미친 척' 세 마디로 규정했다.

핵미사일 같은 무기를 보유했거나 보유할 단계에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게 '사나운' 면이고, 조만간 붕괴할 것이니 달리 밀어붙일 것 없이 그대로 둬도 될 존재인 것처럼 포장하는 게 '허약한' 면이며, 조금만 건드려도 어떤 짓을 할지 예측 못 할 만큼 위험한 존재인 것으로 포장하는 게 '미친' 면이라는 것이다.

스트랫포에 따르면, 북한이 사나운 것처럼 보이게 하는 능력은 처음엔 휴전선을 따라 배치돼 서울을 초토화할 수 있는 대규모 장사정 포대였다가 핵과 미사일로 발전했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다른 많은 나라도 이런 '사나운' 척하는 수법을 시도해왔지만, 북한은 여기에 "명민하고 교활한 변화구"를 얹었으니 그게 '허약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다. 북한은 자신들의 경제, 특히 식량문제의 허약함을 노골적인 방식이 아니라 여러 경로로 그 일단을 엿보여주는 방식을 쓰고 있다.

북한이 허약한 경제로 인해 스스로 무너질 것인데 그 사나움을 폭발시키는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북한 정권을 건드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서방의 북한 분석가들 사이에 북한의 힘과 허약성에 관한 논쟁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대북 정책수립자들이 명확하고 지속적인 대북 정책을 만들어 집행하지 못하는 '마비'를 일으키는 이유라고 스트랫포는 지적했다.

북한 지도부는 그 행동을 예측할 수 없으며 터무니없이 위협적이며 전쟁을 좋아하는 것처럼, 즉 미쳤다는 인상을 주는 게 북한의 생존전략을 완성하는 3번째 면모다.

스트랫포는 "북한은 때때로 별다른 이유 없이 한국 배들을 침몰시키는 것과 같은 행동들을 통해 미쳤음을 재확인했다"며 "진짜 고수들이나 재미로 하는 사람들과는 포커를 칠 수 있지만, 도무지 어떤 패를 내놓을지 예측할 수 없는 미치광이하고는 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북한처럼 미친 척 북한에 대응했다간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니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북한 입장에서 허약한 척하고 미친 척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사나운 면모를 계속 유지해나가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사나움의 도를 계속 더해 가면서도, 허약하고 미친 면모가 가져다주는 외부공격과 압박에 대한 억지력을 훼손하지 않도록 조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게 "북한의 끝없이 이어지는 핵 개발 프로그램"이라고 스트랫포는 말했다. "딱히 핵무기를 내놓지도 않으면서 핵무기를 제조했는지를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게 하는" 책략이다.

북한은 미쳤으니 자신들에 대한 약간의 도발에도 핵무기를 완성해 핵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결과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한국이 북한과 대좌해 미친 짓을 하지 않게 설득 노력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스트랫포의 이러한 분석 글은 스트랫포의 창립자이자 지난해까지 회장을 지낸 조지 프리드먼이 원래 북한의 제3차 핵시험(2013.2.12) 직전인 그해 1월 쓴 것이다.

그는 북한이 200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북한 핵시설에 대한 봉인을 해제하고 핵 프로그램의 재가동 준비를 하는 등 핵 활동 동결 선언(1994년)을 번복하던 때부터 북한의 이러한 생존전략 분석을 내놓았다. 스트랫포는 2013년 12월 김정은의 장성택 처형 직후 북한 내 동요와 관련, 이러한 분석이 여전히 유효하다며 1월의 분석 글을 다시 게시하기도 했다.

이 분석이 2016년의 김정은에게도 유효할까?

프리드먼은 2013년 분석 글에서 "북한은 한국전 이래 늘 신중한 계산 속에 행동하면서 시기를 조절해 (한국, 미국 등이) 대대적인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어떠한 행동도 피해 왔다"며 "우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도 이러한 조심성이 들어가 있음을 본다"고 주장했다.

1980년대부터 미정부기관들에서 소련을 비롯해 북한 등의 지도부 심리와 행태를 전문 분석해온 켄 고스 해군분석센터(CNA) 국장도 지난해 8월 발표한 '북한의 도발과 긴장 고조 셈법'이라는 논문에서 그해 5월까지 북한의 행태를 바탕으로 `도발-> 긴장 고조-> 긴장 완화'의 패턴을 분석하면서 "세계의 언론들은 김정은을 비이성적 인물로 보는 경향인데, 그간의 행동들을 보면 이성적 계산을 하는 행위자"라고 진단했다.

고스 국장은 김정은이 장성택 처형 때도 보듯 내부 불안을 호도하기 위해 외부 도발을 하는 게 아니라 내부가 불안할 때는 안정될 때까지 외부 도발을 자제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제4차 핵시험이나 장거리로켓 발사 징후 주장이 나왔으나 그 시험은 지난 1월에야 실시됐다.

북한은 그러나 지난 9월 제5차 핵시험에 이어 '신형 위성로켓엔진' 시험을 잇따라 단행하면서 핵탄두의 소형화와 이의 장거리 운반체를 완성한 게 아니냐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낳았다. 프리드먼의 분석을 차용하면 '사나움'의 도를 한 단계 더 높인 셈이다. 그러나 아직 그 실물은 나타나지 않았다.

프리드먼은 북한의 전략이 지금까지는 잘 먹혀왔지만 "북한의 사나움과 광기에 대한 (주변국의) 두려움이 북한의 허약함으로부터 얻는 안도감을 압도할 때" 이러한 전략의 한계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 정권에 대한 충고로도 들린다.

그는 "외교는 국가가 전쟁에 의지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는 기술"이라며 "작고 소외된 나라들이 전쟁 없이 생존하려면 외교는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편 2013년 상황에서 "중국의 생각을 우리가 알 길이 없고, 중국과 북한이 합작하고 있다고 추정할 명백한 근거는 없지만, 중국이 부쩍 북한의 안정에 관심 있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눈에 띄며, 북한의 이러한 위기 조성 행동들이 중국에 매우 유용한 시점에 일어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yd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11 17:1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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