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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영화제> 부활의 시동 건 일본 로망포르노

나카타 히데오 "현대여성이 보고 멋지다고 느낄 영화 만들고 싶다"

(부산=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일본의 하위 장르인 로망포르노를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다.

심야 시간에 작품성과 오락성을 겸비한 장르 영화를 소개하는 섹션인 미드나잇 패션에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바람에 젖은 여자', '화이트릴리: 백합'(이하 '화이트릴리')을 묶어 상영했다.

'화이트릴리'의 나카타 히데오 감독을 초청해 관객과의 좌담회 행사인 '아주담담'도 진행한다.

부산영화제가 B급 에로영화로 폄하되기도 한 로망포르노에 관심을 둔 것은 이 장르 영화를 제작해 온 일본의 닛카츠 스튜디오의 로망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와 관련됐다.

1912년 일본영화의 여명기에 설립된 닛카츠는 지난 3월 소노 시온, 나카타 히데오, 유키사다 이사오, 시오타 아키히코, 시라이시 카즈야 등 자국의 유명 감독 5명을 불러모아 로망포르노 제작을 재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5명이 만든 작품 중 3편이 바로 이번에 부산영화제가 소개한 영화다.

'화이트릴리'로 영화제를 찾은 나카타 히데오 감독을 11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만나 로망포르노 재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화이트릴리'는 도자기 공예의 사제 관계인 토키코와 하루카라는 두 여성의 사랑과 갈등을 그린 레즈비언 영화다. 스승인 토키코가 공방에 새로 들어온 젊은 남자 수습생과 사귐에 따라 제자인 하루카가 강한 질투를 느끼게 된 과정을 그렸다.

영화 '화이트릴리: 백합'의 한 장면
영화 '화이트릴리: 백합'의 한 장면[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우선 그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은 로망포르노에 대한 동경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닛카츠의 조감독 출신이다.

"정사장면을 넣어야 한다는 일부 규칙을 제외하고는 주류 영화보다 더 많은 재량권을 감독에게 줬기에 영화를 좋아하는 학생으로 로망포르노를 동경했습니다. 31년 전 조감독 시절에는 직접 영화를 만들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 의뢰를 받고 영화를 만들게 됐죠."

로망포르노는 영화산업이 텔레비전에 관객을 뺏겨 불황을 맞은 1970년대에 닛카츠가 싸고 효율적으로 2주에 2편씩 공산품처럼 찍어내다시피 만든 영화를 말한다. 1971∼1988년 일본에서 1천133편 제작됐고, 1970년대에는 일본 영화시장의 4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나카타 감독의 말처럼 로망포르노는 러닝타임은 60분 남짓이고, 10분에 1번 정사 장면이 들어가야 한다는 원칙으로 유명하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이런 원칙이 엇비슷하게 준수됐다고 한다. 단, 러닝타임이 70∼80분으로 늘었다.

과거 닛카츠는 이 원칙만 지키면 창작자의 자유를 허용했기에 로망포르노는 실험정신이 강한 영화로 평가받는다. 일본 공포영화의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 '실락원'(1977)의 모리타 요시미츠, '굿'바이'(2008)로 미국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타키타 요지로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감독들이 로망포르노를 만들면서 경력을 쌓았다.

나카타 감독은 자신에게 주어진 이런 자유를 활용해 '화이트릴리'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고 했다. 등장인물간 심리적 관계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정사장면을 탐미적으로 연출하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포영화를 보면 놀라고 겁을 느끼는 것처럼 '화이트릴리'의 정사장면을 관객이 보면 에로틱한 느낌에 빠지도록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카타 감독은 이른바 'J-호러'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링'(1988)과 '링 2'(1999), '검은 물 밑에서'(2001) 등을 연출하며 호러 장르에서 대가를 이룬 인물이다.

"호러가 인간의 불안과 공포를 유발하고, 에로영화는 성욕에 호소하는데 결국 근본적으로 인간의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부분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이 두 장르는 유사하죠."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나카다 히데오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찾은 나카다 히데오 감독(부산=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일본 영화사 닛카쓰의 로망 포르노 탄생 45주년 기념 연작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국내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마친 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6.10.11
ksujin@yna.co.kr

왜 이 시점에서 로망포르노인가. 로망포르노의 역사는 올해로 45년에 이른다. 마지막 작품이 만들어진 시기도 28년 전이다.

그는 한마디로 '상품성'이라고 잘라 말했다. 나카타 감독은 "4년 전 열렸던 로망포르노 상영회가 로망포르노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됐다"며 "과거에는 관객이 주로 남성이었다면 4년 전에는 관객의 절반가량이 여성이었다"고 전했다.

이는 새로운 로망포르노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좀 더 예술적으로 현대 여성의 삶을 재조명하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며 "현대 여성의 삶을 반영해 현대 여성이 영화를 봤을 때 멋지다고 느낄 수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활을 시도하는 로망포르노가 과거의 영광을 다시 누리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때와 지금 로망포르노가 처한 환경이 판이하기 때문이다.

생존 위기에 내몰린 닛카츠 소속 감독과 스태프, 배우가 회사를 살리고 자신도 먹고살기 위해 만든 것이 로망포르노였다. "알몸도 상관없다"고 할 정도의 절박함이 있었다. 또 당시 닛카츠는 직영 상영관이 100여개 가량 보유했기에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든 영화를 상영할 수 있었다.

지금은 그런 전용관이 없다. 그래서 이번에 제작된 영화 5편은 예술영화전용관에서 상영된다.

또 요즘은 로망포르노처럼 오리지널 각본으로 제작되는 영화가 드물다.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안전한 선택을 하는 영화가 일본영화 전체의 95%가량을 차지한다고 한다.

나카타 감독은 "일본에서 상업영화에 대항해 이런 영화를 만들기에는 벽이 너무 높다"면서도 "일본영화에서 5% 정도는 이런 영화가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라며 로망포르노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인터뷰 하는 나카다 히데오 감독
인터뷰 하는 나카다 히데오 감독(부산=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일본 영화사 닛카쓰의 로망 포르노 탄생 45주년 기념 연작 '로망 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11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 국내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마친 후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2016.10.11
ksujin@yna.co.kr

pseudoj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11 14:2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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