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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나 연출 "골치 아프고 암울? 뮤지컬도 생각 거리 던져야"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뮤지컬을 보고 느끼는 감동도 여러 종류일 수 있어요. 뮤지컬이 아무 생각 없이 즐길 수 있는 '쇼비즈니스'라고들 하지만 문제의식과 고민을 담은 무대를 원하는 관객도 분명히 있습니다."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활약해온 연출가 이지나는 올해 그 어느 때보다 바쁜 가을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비슷한 시기에 개막한 '도리안 그레이'와 '곤 투모로우'(Gone Tomorrow)를 오가며 살피느라 눈코 뜰 새 없었고, 두 작품이 자리 잡은 뒤에는 11일 개막한 서울예술단의 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세 번째 공연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이들 세 작품은 이지나가 연출하는 창작 뮤지컬이라는 것 외에 또 한가지 공통분모를 지닌다. 노래와 춤이 흥겹게 어우러지는 보통의 뮤지컬과는 달리 암울하고 비극적이며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내용이 담겼다는 점이다.

연출가 이지나
연출가 이지나[연합뉴스 자료사진]

'곤 투모로우'가 공연 중인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에서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한 이지나는 "주변에서 '왜 이렇게 취향이 마이너(비주류)냐고들 한다. 이러다 독립 뮤지컬 연출가로 자리 잡을 것 같다"며 웃었다.

자신을 '마이너'로 표현했지만 이지나는 사실 공연계에서도 손꼽히는 스타 연출가다. 데뷔 초기부터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뮤지컬 '록키호러픽쳐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그리스', '헤드윅' 등 라이선스 뮤지컬로 히트작도 여럿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은 창작 뮤지컬을 통해 확연히 다른 색깔을 선보였다. 줄거리보다 이미지와 음악을 중심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바람의 나라' 등 기존 뮤지컬 어법과는 차별화된 문제작들을 내놓았다.

올가을 나란히 무대에 오른 세 작품은 세기말 가치관의 혼란이나 역사적 비극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고뇌와 절망 등 한층 무거운 소재와 주제의식을 지녔다.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을 연이어 하는 이유를 묻자 이지나는 "지금 같은 뮤지컬만 계속 보고 살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문화가 자칫 잘못하면 생각을 비우고 현실을 잊게 하는 마취제가 될 수 있어요. 순수예술로서 가치를 인정받는 연극과 달리 '쇼비즈니스'인 뮤지컬은 더욱 그런 측면이 있죠. 하지만 뮤지컬로도 오감을 자극받고 생각할 거리를 얻어가려는 관객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이지나는 이처럼 좀 더 '다양한 볼거리'를 원하는 관객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객들이 뮤지컬로 얻고 싶어하는 감동에도 여러 취향이 있다. 지금까지 뮤지컬 시장은 그런 요구를 다 끌어안지 못하고 획일적으로 흘러왔다"며 "그런 측면에서 '도리안 그레이'나 '곤 투모로우'는 대중적이지는 않아도 '다른 취향'의 관객을 겨냥한 새로운 영역의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형 창작 뮤지컬 세 편을 거의 동시에 올리면서 아쉽고 더 보완했으면 하는 부분도 이야기했다.

"'도리안 그레이'는 대사를 더 늘리면 쉽게 풀리는 부분이 있는데 현학적이고 지루하다고 할까 봐 충분히 넣지 못했어요. '곤 투모로우'는 좀 더 액션을 강화해 긴박감 있는 첩보 누아르 같은 느낌을 살리고 싶고요. 이번에는 제작비 걱정에 화약도 못 썼거든요. 다시 공연하면 더 어둡고 과감하게 가고 싶어요."

이지나는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작품 성향이 더 무거운 쪽으로 바뀌었다고도 했다. 뮤지컬 '곤 투모로우'의 제목도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여전히 계속돼 '내일이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았다.

하지만 그는 "암울한 현실을 다루면서도 동시에 희망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또 그런 작품이 현재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봤다"고 강조했다.

"세월호를 계기로 내가 직접 당한 비극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같이 산다는 이유로 겪는 비극에 대해 더 깊이 공감하게 됐어요. 현실의 '거대한 적' 앞에서 아무리 발버둥 쳐도 '안되는구나' 하는 절망감이 있죠. 이런 상황에서 '무슨 희망이 있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눈물을 닦고 일어서서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inishmor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11 14:0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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