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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누가 당선돼도 제약업계는 힘들 전망

터무니없이 비싼 약값 국민적 공분에 규제 강화 공약
변화 불가피론 대세…당선 후 실천은 '불투명' 지적도


터무니없이 비싼 약값 국민적 공분에 규제 강화 공약
변화 불가피론 대세…당선 후 실천은 '불투명'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11월 실시될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 제약업계에는 상당히 힘든 시절이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11일 의약전문지 스태트와 피어스파머 등에 따르면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모두 어느 대선 때보다 강하게 제약업계를 비판하며 규제강화를 공약하고 있다.

세계에서 미국 의료비와 약값이 가장 비싸다는 불만이 누적된 차에 제약회사들의 터무니없는 약값 책정 사건 등이 줄줄이 불거지며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어서다.

미국에선 알레르기 필수 상비 구급 주사약값을 9년 사이 609달러로 6배 이상 인상하고, 에이즈 치료약을 삽시간에 50배나 올린다거나, 여드름약 1튜브 값을 1년여 만에 1천여만원으로 39배 인상하는 등의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의료와 의약품가격이 주로 시장기능에 맡겨진 미국 제도 아래에서 가격 규제 기능이 매우 약한 점과 독과점적 지배력을 악용해 거대 제약업체들이 벌이는 일들이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잇따라 터지자 유권자들은 경악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친기업 정책을 펼쳐 온 공화당은 제약업계에 대해서도 규제강화보다는 산업 육성에 방점을 둬 왔다. 반면에 공화당 주류의 정책이나 입장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온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제약업에 대한 가격 규제를 공약했다. 상대적으로 서민을 더 의식한 공약이다.

트럼프 진영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연방과 주 정부 운영 노인·장애인·영세민 공공의료보험)가 제약업체와 가격을 협상할 권한을 주고 외국에서 값싼 약을 수입하는 방안 등을 내놓고 있다.

클린턴은 이는 물론 연방통상위원회와 식품의약국 등에도 가격 규제 및 값싼 약 생산을 촉진할 시책을 펼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가격 인상을 심의 결정하고 제재할 권한까지 지니는 '시민위원회' 신설 추진 등 더 강경한 규제 정책과 연구개발비 세금환급 축소, 약제비 상한선 필요성 등을 밝혔다.

대선 주자들, 특히 클린턴의 규제강화 발언에 제약·바이오 주가가 추락하는 등 투자자들은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제약 및 바이오업계는 대선 이후 차기 정부에서 약값 규제 등 정책이 현실화할 것을 기정사실로 여기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약값 규제강화 공약
힐러리 클린턴, 약값 규제강화 공약 지난 8월 25일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유세 도중 제약업계의 '과도하고 정당화될 수 없는 의약품 고가 책정'을 묵과할 수 없다며 집권 후 강력한 규제정책을 펼 것을 공약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 사진]

화이자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초 클린턴의 가격 규제 공약은 '혁신에 매우 부정적'인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미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이 혁신에 대한 대가를 확실히 보장해주는 정책 덕분에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며 신약 개발로 보건증진에 기여해왔다는 업계 논리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반론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커져 있다. 특허권과 제약업계에 대한 과보호 등이 혁신을 저해하고 보건의료비는 감당 못 할 정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학계와 시민단체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민간의료보험업계와 대형 제약사의 과도한 시장지배력 때문에 국내총생산(GDP) 5%에 해당하는 약 1조 달러의 초과 의료비 지출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신약 개발 비용의 대부분 또는 상당 부분이 공적 자금이며 세제 등 다양한 혜택을 보면서도 업체들이 지나친 초과이윤을 추구한다며 '탐욕에 대한 제어'를 촉구했다.

지난주 바이오업계 행사 토론회에서 보건데이터업체 퀸틸레스IMS의 메이슨 테너글리어 부사장은 "누가 당선되느냐는 문제가 아니고 이미 가격 책정 문제는 (정치권과 정부의) 사정권에 들어 있다"며 " 제약업계가 당면할 가장 큰 일은 투명성 강화"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경영자들도 최근 차기 정부와 의회가 약값 책정 문제를 중요하게 다룰 것이며 어느 때보다 상황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밀란 대표, 에피펜 후폭풍으로 美의회 청문회 불려가
밀란 대표, 에피펜 후폭풍으로 美의회 청문회 불려가알레르기 등을 앓는 어린이 등을 위한 가정 및 학교 상비 주사제인 '에피펜' 가격을 6년 사이 609달러로 6배 이상 올린 제약회사 밀란의 최고경영자 히더 브레쉬(우측)가 더그 스로크모턴 식품의약국(FDA)차장(좌측)과 함께 지난달 21일 열린 하원 청문회에서 선서하고 있다. [EPA=연합뉴스=자료사진]

그러나 대선 이후 실제 공약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라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트럼프 진영은 제약 및 보건산업계로부터 정치자금으로 받은 돈이 9월말까지 11만 달러(약 1억2천만원)에 불과하지만, 후보와 정책이 '예측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과 신뢰성의 문제가 있다.

클린턴 진영은 제약 및 보건산업에서 1천300만 달러(약 144억원)의 정치자금을 받은 데다 유세 기간 민주당 행사 때에도 제약회사 경영진과 영업사원들이 아무 제지 없이 드나들며 '친교'를 나눴다는 보도가 있다. 클린턴의 강경 입장은 당내 경쟁자인 버니 샌더스를 의식해서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바이오젠의 캐슬린 웰건 트레고닝 수석 부사장은 적정의료보험법 등 오바마 정부 보건의료 개혁 정책에 대한 업계와 공화당의 조직적 반발과 비판을 방어하며 관철하는데 적지 않은 정책적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제약업계 규제까지 밀고 갈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투자은행인 에버코어ISI의 테리 헤인즈는 "클린턴이 말한 '시민위원회' 같은 기구는 대통령의 칙령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어서 의회 입법 과정에서 좌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사노피의 바이오 분야 자회사 사노피겐자임의 데이비드 미커 대표는 "어찌 됐든 2017년에 우리 업계로선 '변화의 순간'을 맞을 것을 인식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oib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11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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