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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신식민주의 고발한 응구기 소설 '십자가 위의 악마'

1977년 교도소 수감돼 집필한 작품…국내 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아프리카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케냐 출신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78)의 대표작 '십자가 위의 악마'(창비)가 한국에서 처음 번역돼 출간됐다.

이 장편소설은 응구기가 케냐의 지배층을 풍자한 희곡을 집필, 상연했다가 교도소에 수감된 1977년 화장지에 몰래 써내려간 작품이다. 이전까지 영어로 집필한 작품 '울지 마, 아이야', '한 톨의 밀알' 등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작가는 '십자가 위의 악마'를 기점으로 영어를 버리고 케냐 토착어인 기쿠유어로 문학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이후 작가는 '제임스 응구기'라는 영어식 이름도 버리고 원래 이름인 응구기 와 티옹오만을 썼다.

케냐 출신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 [창비 제공]
케냐 출신 작가 응구기 와 티옹오 [창비 제공]

그의 문학세계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꼽히는 이 소설은 케냐의 신식민주의를 신랄하게 고발한다.

식민지 시절 독립운동에 참여한 민중은 독립된 케냐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일자리도 없이 생계를 위협받는 처지에 놓인다. 농사를 짓던 선량한 원주민들은 농사에 필요한 자금과 자녀 교육을 위한 학자금을 대출받았다가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결국 일자리를 구하러 도시로 나오지만, 도시의 경찰과 위정자들은 이들을 부랑자로 취급하며 감옥에 가두고 벌금을 물린다.

어렵게 학교 교육을 받은 젊은 여성은 도시에서 나쁜 남자들을 만나 원치 않은 임신을 하고, 아이를 고향 부모에게 맡긴 채 어렵게 한 회사의 비서로 취직한다. 그러나 유부남 사장의 끈질긴 구애를 거절하고 성추행에 저항하자 즉시 해고된다.

백인들은 여전히 사회 지배층으로 남아 기업을 경영하며 돈을 불리고, 노동자들은 생계비로 턱없이 부족한 임금을 받으며 착취당하다 파업을 시도하지만, 경찰의 개입으로 실패한다.

소설은 저마다 이런 기구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현대판 도둑질과 강도질 경연대회'라는 기이한 모임의 초대장을 받고 같은 곳으로 향하는 버스에 타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경연대회에서는 케냐 민중의 고혈을 짜는 다양한 지배계층이 나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부를 가난한 이들로부터 뺏어올지를 두고 서로의 방법을 뽐내며 겨룬다.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 독립된 케냐의 지배층이 여전히 제국주의 세력에 빌붙었던 이들임을 보여주며 민중이 각성하고 이들에 맞서 싸우며 공동체적 삶의 가치와 방식을 복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는 이 소설 발표 후 케냐 정권으로부터 더 큰 탄압과 위협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가 머물다 영문판을 출간한 뒤에는 조국으로 아예 돌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아프리카의 문제를 알리며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올랐고, 수년째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다. 최근에는 한국의 토지문화재단이 주는 국제문학상인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십자가 위의 악마'를 펴낸 뒤 여러 저술과 언론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쓸 때 한국 작가 김지하의 '오적'(1970)을 읽고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일제 식민 통치를 받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보여온 그는 2005년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초청돼 한국에 오기도 했다.

그는 이달 22일 제6회 박경리문학상 시상식 참석 등을 위해 두 번째로 내한한다.

한편 그의 다른 대표작인 '한 톨의 밀알'도 최근 개정판으로 국내에서 다시 출간됐다.

응구기 와 티옹오 대표작 '십자가 위의 악마' 국내 초역 출간 [창비 제공]
응구기 와 티옹오 대표작 '십자가 위의 악마' 국내 초역 출간 [창비 제공]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10 12:1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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