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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혈세낭비> "자기 돈이면 그렇게 쓰겠나…책임자 처벌해야"

"사전심사로 '깡통사업' 걸러내고 기관-민간사업자 유착 끊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자기 돈이면 몇십억, 몇백억원을 경제성도 없는 사업에 그렇게 펑펑 쓰겠습니까."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이른바 대규모 '깡통 사업'에 거액의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

600억원을 쏟아부은 전북 정읍 홍수피해사업은 무용지물이 됐고 한때 꿈과 희망의 가교로 미화됐던 마창대교는 개통 이후 통행량이 예측에 턱없이 못 미쳐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했다.

마창대교 해상산책로 개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창대교 해상산책로 개념도 [연합뉴스 자료사진]

마창대교 건설에 투자한 민간자본이 적자를 내자 경남도는 8년간 800억원을 쏟아부었다.

우리나라 첫 경량전철인 부산-김해 경전철도 마창대교와 판박이처럼 닮았다.

이 경전철은 개통 5주년을 맞았지만, 하루 21만명으로 예측됐던 승객은 5만명에 불과해 이들 두 지자체는 1천800여억원의 세금을 운영사업자에게 쏟아부어야 했다.

문제는 승객 수가 현재 수준이라면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 협약에 따라 앞으로 양 지자체는 15년간 1조8천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부 지자체는 MRG를 통해 민간기업과 함께 철저한 타당성 조사 없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손쉽게 손을 대면서 막대한 '재정 폭탄'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MRG는 당초 예측보다 수익이 낮을 경우 적자분을 세금으로 보전해주는 것이다.

철거되는 월미은하레일 [연합뉴스 자료사진]
철거되는 월미은하레일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뿐만이 아니다. 수도권 첫 경전철인 경기도 의정부 전철도 운행 4년 만에 존폐의 갈림길에 섰다.

수요예측을 잘못한 탓에 적자가 2천억원대로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탄광도시를 레저타운으로 개발하려던 태백관광사업도 결국 2천억원의 빚을 지고 말았다.

853억원의 혈세를 집어삼킨 인천 월미은하레일은 고철 덩어리가 돼 폐기처분이 될 운명이다.

혈세를 낭비한 지자체들의 이 같은 대형사업은 단체장의 선심성 선거 공약용이나 치적쌓기용, 보여주기용에서 시작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결국 이같은 사업 실패는 고스란히 주민의 고통이 된다.

지자체들의 재정 악화를 목도해온 지방 의원들은 사업 전에 용역·공청회를 통해 타당성을 검증하는 등 사전·사후 심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단체장의 선심성 공약을 차단할 수 있는 법안이나 이를 폐기할 수 있는 조례 제정의 필요성도 제기한다.

강민국 경남도의원은 "경전철이나 마창대교는 결국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도민 세금이 들어간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가장 중요한 것은 도민 여론과 객관성이 담보된 사전심사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업 시행 이후 공익처분 신청 등 MRG를 바로잡기 위한 조처는 사실상 힘들어서 객관적인 사전심사를 해 세금 낭비 요인을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해시의회 경전철특위 위원장을 지낸 김형수 의원도 "국책 연구기관이 수요예측을 잘 못 하고 족쇄인 MRG 부담은 해당 지자체에 안긴 상황"이라며 정부 주도로 지자체, 사업자가 함께 해법을 찾는 방안을 주문했다.

경전철은 특정 지자체와 민간업체의 돈벌이 시설이 아닌 국가가 공익을 위해 추진한 공공시설로 접근해야 해법이 보인다는 시각이다.

임병운 충북도의원은 "일부 단체장이 선거 공약을 남발하는 것이 혈세 낭비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철저한 분석을 거친 후 사업을 추진해야 하지만 선심성 공약을 남발한 후 이를 이행하겠다고 나서다 보니 그런 문제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단체장의 선거 공약에 대한 의회 차원의 철저한 점검과 선심성 공약을 차단할 수 있는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영규 전북도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영규 전북도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영규 전북도의원도 이런 맥락에서 "의회에서 점검한 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공약을 엄격한 절차를 거쳐 폐기할 수 있는 법률이나 조례 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도 개선이 이뤄진다면 지방선거 단계에서부터 선심성 공약을 무리하게 내세우는 관행이 사라질 수 있고, 설령 선거 후라도 법률과 조례에 따라 선심성 공약을 폐기 처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사업하려는 지자체의 입맛에 맞게 '짜고 치는' 결과가 도출되는 용역에 대한 개선책도 필요하다.

이은우 평택경제사회발전연구소 이사장은 "지자체가 사업의 명분 쌓기용으로 용역을 발주하고, 용역을 수행하는 기관은 발주처인 지자체의 의견을 반영할 수밖에 없어 경제성 부풀리기가 비일비재한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고 시민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은 공청회 등을 거쳐 반찬 의견이 드러나도록 하는 등 충분한 공론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북 정읍 소성천 범람으로 수박 피해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북 정읍 소성천 범람으로 수박 피해 [연합뉴스 자료사진]

양미숙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도 "어떤 사업이든 사업 시행에 앞서 사업 타당성 용역 등을 하지만 그런 용역의 전문성이나 객관성이 담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는 것은 민간업자의 탐욕이나 욕구가 필연적으로 용역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 사무처장은 "그런 용역 결과로 만들어진 각종 사업이 지역의 이익을 위한 사업이 되겠느냐"면서 "행정기관에서 그에 따른 각종 위원회를 개최하는데, 그 위원으로 참여하는 사람이 개인 사업자의 로비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적절한 조처가 있어야 한다. 정책을 잘못 추진한 기관이나 민간사업자에 대한 처벌이 유야무야 되는 게 많다"면서 각종 유착관계를 끊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균 전창해 배연호 전승현 최병길 최수호 최찬흥 김재홍 홍인철)

ich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11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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