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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이사 등판하는 이재용, 엘리엇 파상공세 막아낼까

내년 3월 주총까지 시간 벌고 외국인 주주 만족시킬 카드 준비할듯
지주회사 전환 탄력 받겠지만 배당확대 요구는 수용 쉽지 않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옥철 기자 =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측이 삼성전자[005930]의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 특별배당 등을 요구한 가운데 오는 27일로 예정된 삼성전자 임시 주주총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너의 책임경영 확대를 명분으로 내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번 주총에서 사내 등기이사로 선임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7일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은 이후 엘리엇 측이 어떤 식으로 추가 공세를 펼 지와 등기이사로서 회사의 주요결정에 책임을 지게 될 이 부회장이 이를 어떻게 막아낼지가 향후 삼성 지배구조 재편 과정을 풀어갈 하나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엘리엇이 소송까지 제기하며 반대했던 삼성물산[028260]-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는 대주주임에도 회사의 공식 직함이 없었기 때문에 전면에 등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등기이사로 '등판'하는 상황이라 사정이 다를 수밖에 없다.

◇ 등기이사 선임 이후 전략 구상 드러낼 듯

우선 이번 주총에서는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미국 휴렛팩커드(HP)로 매각하는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의 분할 안건이 논의된다. 공식 안건은 딱 두 건뿐이다.

상법상 주총 안건은 소집 6주 전에 접수돼야 하기 때문에 엘리엇 측이 블레이크 캐피털과 포터 캐피털을 통해 삼성전자 이사회에 서한을 보낸 제안한 4대 요구사항은 이번 주총의 논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총에서 엘리엇 측 제안사항에 대해 질의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의결 안건과는 관계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캐피털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 0.62%를 확보한 엘리엇 측은 지분 요건상으로는 주주제안권(0.5% 이상), 이사 해임청구권(0.25% 이상), 위법행위유지청구권(0.025% 이상), 대표소송제기권(0.01% 이상) 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주주제안을 위해서는 6개월 이상 해당지분을 지속해서 소유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 6월부터 지분을 매집한 것으로 알려진 엘리엇의 제안권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영국계 자산운용펀드 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가 엘리엇 측의 제안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등 삼성전자 지분 50.74%를 보유한 외국계 자본 중에는 이들 입장에 동조할 투자자들이 꽤 있다는 점이 삼성으로서는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의 승인을 받아 사내이사 지위에 오르겠지만, 당장 대표이사나 이사회 의장직을 맡게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은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정관을 변경한 이후 이사들의 동의를 얻어 다시 의장에 추대됐다.

지난 주총에서는 대표이사 외에 사내이사는 물론 사외이사까지도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꿨다.

따라서 이 부회장이 형식상으로는 대표이사가 아니더라도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다.

삼성 계열사는 정관을 대부분 이렇게 바꿨고, 삼성전기[009150]는 지난 주총에서 이사회 의장에 사외이사인 한민구 서울대학교 전기컴퓨터공학부 명예교수를 선임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대신 다음 주총인 내년 3월 정기주총에 대비해 엘리엇 측 제안에 대한 구체적 대응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 지주회사 전환과 배당확대 '양날의 칼'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엘리엇 측이 삼성전자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함으로써 '가려운 곳'을 긁어줬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을 0.59%밖에 보유하지 못한 이 부회장은 자신이 17.23%의 지분을 가진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홀딩스와의 합병을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에 엘리엇 측의 제안이 '기대이자 명분'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삼성전자 투자부문(홀딩스)과 사업회사 간 주식 스와프(교환)→자사주 의결권 부활→삼성전자 홀딩스와 통합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진행하는 데 있어 엘리엇 측이 우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암시한 제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 삼성생명[032830]이 보유한 전자 지분(7.4%)을 어떤 식으로든 해소해야 하고, 단순 지분가치 계산으로도 무려 17조원의 재원이 소요된다는 점에 비춰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닐 것으로 전망이다.

아울러 엘리엇 측이 제안한 30조원의 특별배당,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미국 나스닥 상장, 독립적인 사외이사 3인의 추가는 이 부회장으로서는 분할과는 달리 '양날의 칼'처럼 수용하기가 부담스러운 요구임에 틀림없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주주친화 정책으로 11조원의 자사주를 순차적으로 매입·소각해왔지만, 현 배당 수준의 거의 10배에 달하는 30조원의 특별배당 요구는 매년 수십조원의 R&D(연구개발), 설비투자 비용이 요구되는 삼성전자 경영진 입장에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옵션은 아닌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앞서 삼성SDS 지분 매각 등을 통해 보여준 것처럼 외국인 투자자들의 높은 요구 수준을 만족시킬 만한 새로운 카드를 내놓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oakchul@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07 11: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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