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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살인' 뿌리뽑히나…파키스탄, 면죄부 폐지법 시행(종합)

간통·배교 등의 이유로 딸·아내 살해하면 징역 25년
가족이 용서해줄 권한 없애…사형 선고받은 경우만 징역형으로 감형가능

(카이로·서울 =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김수진 기자 = '명예 살인' 범죄자를 반드시 처벌하고, 가족의 감형 요구권을 최소화하는 역사적인 법안이 파키스탄 의회를 통과했다.

파키스탄 정부가 만든 명예살인 처벌 강화 법안이 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의회에서 만장 일치로 가결됐다고 AP, AFP통신 등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이 법은 '명예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라도 '피해자 가족이 용서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규정을 폐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명예 살인은 간통, 부적절한 의상 착용, 배교 등에 연루된 여성을 아버지나 남편, 남자형제 등이 가문의 명예를 지킨다는 이유로 살해하는 행위다. 파키스탄에서 지난해에만 1천명 이상의 여성이 명예 살인이라는 이름 아래 목숨을 잃어 국내외의 비난을 받았다.

파키스탄에서는 그동안 희생자 가족이 범죄자를 용서하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이슬람 율법(샤리아)를 받아들인 기존 법에 따라 명예살인 범죄자 대부분이 면죄부를 받았다.

새 법이 시행되면 명예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는 반드시 징역 25년형에 처해지며, 피해자 가족도 용서할 권한이 없다. 다만, 범죄자가사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징역형으로 감형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 법안은 의회에서 약 4시간 논의 끝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법안 지지자들은 감형 가능성을 아예 차단했어야 한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올바른 방향으로 첫걸음을 뗐다며 환영했다.

파키스탄에서 명예 살인 처벌을 강화하자는 움직임은 지난 7월 파키스탄의 유명 블로거이자 모델인 찬딜 발로치(26)가 오빠에 의해 목이 졸려 숨진 사건을 계기로 증폭됐다.

발로치는 "여성으로서 자신을 위해, 서로를 위해, 정의를 위해 일어서야 한다"는 등 남녀평등을 주장해 열렬한 지지를 받았고, 소셜 미디어 팔로워만 4만명에 이르렀다.

발로치의 죽음은 명예 살인에 대해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경찰은 이례적으로 그녀의 오빠에 '국가에 대한 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명예살인 처벌 강화 법안은 지난해 발의됐으나 찬반이 극명히 엇갈려 이날 의회를 통과하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보수주의자와 종교계는 '쿠란에 반하는 법안' '서양 문화를 들여오려는 시도'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결국 보수정당인 파키스탄무슬림리그(PML-N)가 사형에 처한 범죄자에 대한 용서 가능성을 열어두는 조항을 덧붙여 정치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다.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의 법률 고문인 자파룰라 칸은 "이 법안이 가능한 최선이었다"면서 "문제는 사람들의 사회적 행동 양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보다도 남성 가족의 사고방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살인에는 명예가 없다'는 팻말을 든 시위자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살인에는 명예가 없다'는 팻말을 든 시위자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gogo213@yna.co.kr

gogog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07 09:4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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