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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나도 김영란법 대상…'거절하는 문화' 만들자"

송고시간2016-10-06 21:34

"규범 내면화 필요…제정 과정에서 '엘리트 입법' 한계 봤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저도 김영란법 대상이에요. 오늘 모임도 사전 신고를 하고 왔고요. 청탁이 들어왔을 때 '그건 제가 도와드릴 수 없는 일입니다' 이렇게 거절을 못하는 문화가 있잖아요. 저도 판사 시절에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에, 거절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법을 만들자는 게 첫 번째 목표였어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입안한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 저녁 팟캐스트 '라디오 책다방'이 마련한 대담 자리에서 김영란법 시행에 대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열린 이날 대담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그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공개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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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제 이름이 거의 매일 포털사이트 첫 화면에 나오니까 부담스럽긴 하다. 이러이러한 질문에 답을 해달라는 요구도 이해한다"면서도 "제가 나서서 '이렇게 합시다', '저렇게 합시다' 하는 게 도움이 안 된다. 우리 스스로, 우리도 모르게 바뀌는 효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란법의 목표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부정한 청탁을 거절하는 문화를 만들고, 공적 업무를 둘러싼 규범을 내면화해 사회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는 이웃이나 친인척과 가깝게 지낸다. 술을 못 먹는 사람도 마셔야 하는 경우도 있다. 농경사회적 네트워크가 굉장히 강한데 거절을 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수 권력자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대다수 시민이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진 청탁 관행도 그에 못지않은 문제라는 게 김 교수의 판단이다. 그는 "생각 없이 해오던 관습들을 현대사회에 맞춰 바꾸고 스스로 변해 가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김영란법 입법과 시행 과정에서 뜻밖의 법사회학적 쟁점을 발견했다며 한계를 토로했다. 대중의 지적 수준이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는데도 투표로 선출됐다는 이유로 소수의 엘리트에게 계속 입법을 전적으로 맡겨야 하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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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근대법이 만들어질 당시 대의제 정신은 대중의 의사를 그대로 반영할 필요는 없고 엘리트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입법을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며 "요즘처럼 지식이 대중화되고 대학 진학률도 높은 사회에서는 한계에 왔다. 이 한계를 보여준 게 (김영란법) 입법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선물을 받은 일화도 소개했다. 며칠 전 커다랗고 무거운 소포가 편지와 함께 학교로 배달됐기에 '죄송하지만 마음만 받겠습니다'라고 써서 반송했다고 한다. 그는 "저를 좋아하시면 이런 걸 안 보내주시는 게 좋겠다"며 웃었다.

김 교수는 "의문스러운 일은 자제하고 그러다 보면 (규범을) 내면화하는 데 성공하지 않겠느냐"며 "다 같이 지켜봐 주시고 법이 잘 시행되도록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 교수는 이날 대법관 시절 참여한 판결을 논평한 책 '판결을 다시 생각한다'와 사법부 비리, 독서에 대한 생각 등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최근 불거진 법조비리에 대해서는 "사법부 구성원이 닫힌 세계에서 내부 논리에 충실하게 살다 보니 외부에는 신뢰를 쌓아오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2004∼2010년 첫 여성 대법관을 지냈다.

2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대담은 150여 명의 일반 독자가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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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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