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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으로 관사서 '혼밥'…'기러기' 공무원들 달라진 저녁 풍속도

기관장 모임·유관단체 회식 꺼려…요리 문외한도 손수 해결
문제 없는 모임도 기피…"인간관계 팍팍해졌지만 자기계발 기회"

(충주=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식사가 가장 큰 문제죠. 사람 만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여서 혼자 저녁을 해결하는 데 익숙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붐비는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김영란법 시행 이후 붐비는 정부세종청사 구내식당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가족과 떨어져 외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생활상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충북 청주가 집인 충주경찰서 A과장은 요즘 일과가 끝나면 김밥 한두 줄을 사서 관사로 직행, TV를 보며 간단히 저녁 식사를 해결하는 날이 많아졌다.

퇴근 시간이 늦어지면 경찰서 구내식당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도 한다. 구내식당 식사는 관사에서 쓸쓸히 혼자 밥을 먹는 것보다 몇 배는 행복하다. 마뜩잖았던 '짬밥'이 요즘은 오히려 고맙고, 맛있어졌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외부인과는 물론, 직원들과도 술자리 한 번 하지 않았다.

일선서 과장은 가끔 직원들과 함께하는 식사자리도 마련해야 하지만, 법 시행 초기인 지금은 초긴장 상태다.

A과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식사자리는 그냥 해도 상관없지만, 행여나 입방아에 오르지 않을까 싶어 일단 만남 자체를 꺼리게 된다"며 "일부 부서는 식사 때마다 몇천 원씩 걷는 게 번거로워 과장부터 막내 직원까지 밥값을 갹출해 모아놓고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단양군청 간부 B씨도 관사에서 혼자 밥을 해먹기 시작했다.

요리에 관심이 없었던 그였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이면 꼬박꼬박 관사에서 직접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충주시청 간부 C씨도 부인이 가져다주는 밑반찬으로 혼자 식사를 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외부인과의 만남은 가급적 일과 중에 끝낸다. 함께 식사라도 하다 남들 눈에 띄면 괜한 오해를 사거나 구설에 오르는 것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다.

외지 생활을 하는 검사들이 많은 지방 검찰청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법사랑위원 연합회, 범죄피해자 지원센터 등 유관 봉사단체와 함께 식사하며 의견을 나누는 자리마저 조심스러워 한다.

예전 같으면 검찰과 단체가 번갈아 가며 편하게 밥값을 내곤 했지만, 법 시행 직전인 지난 9월 중순 식사자리에서는 검찰이 먼저 나서서 후딱 식대를 계산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사랑위원 같은 봉사단체 관계자들은 청탁금지법상 공무 수행 사인(私人)에 해당하진 않지만 직무 관련성은 있다"며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 목적의 만남이라 해도 처신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 기관장 모임이나 같은 부서에 근무하다 변호사로 개업한 옛 동료 검사와의 식사자리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1인당 식사비를 조정하거나 아예 모임을 취소하는 일도 잇따른다.

김영란법 적용 대상
김영란법 적용 대상

저녁 약속과 모임이 크게 줄자 개인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 것은 반길만한 일이다.

각종 회식과 약속에 밀려 그동안 멀리했던 책을 다시 집어 들고 운동도 새로 시작한다. 김영란법 덕분에 취미 생활과 자기 계발을 할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인간관계가 팍팍하고 주변의 사람을 잃는 것 같은 상실감을 자신에 대한 투자로 보상받는 공무원들이 늘고 있다.

청주지검 제천지청의 한 검사는 "최근 검찰 안팎의 분위기와 잦은 야근 때문에 법 시행 이전에도 외부 약속은 거의 없었지만 그런 분위기가 더 굳어지는 것 같다"며 "확실히 저녁 시간이 좀 더 여유로워졌다"고 전했다.

kon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07 07:03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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