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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깎이 학생들의 절절한 고백…'보고시픈 당신에게'

전국 문해교육기관 공모전으로 89편 뽑아 시·산문집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50∼70대의 나이가 돼서야 한글을 깨친 이들이 마음속에 오랜 세월 담아둔 한(恨)과 부끄러움, 가족에 대한 사랑과 고마움을 시와 산문으로 썼다.

이런 특별한 사연이 담긴 글 89편을 모은 책 '보고시픈 당신에게'(한빛비즈)가 최근 출간됐다.

사단법인 전국문해기초교육협의회와 한빛비즈가 주최한 공모전에 전국 30여 개 문해교육 기관이 참여해 480여 편의 시화와 산문 작품을 접수했고, 여기서 87인의 작품 89편을 뽑아 책으로 묶은 것이다.

평생 글을 알지 못해 당한 서러움과 부끄러움, 늦게나마 글을 깨쳐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를 얘기한 글들이 많다. 침침한 눈과 기억력으로 어렵게 글을 배우고 공부하느라 겪는 어려움도 토로한다.

책에는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틀리고 삐뚤빼뚤한 손글씨로 쓰인 원문이 그대로 실려 글의 진정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어린 시절 제때에 글을 배울 수 없었던, 저마다의 고난이 담긴 인생역정은 독자에게 더욱 절절하게 다가온다.

"죽을 똥 살 똥 일을 해도 펴지지 않는 살림살이/아침마다 학교 가는 옆집 순덕이 숨어서 보며 살았다.//동생 업고 교실 밖 창문 너머로 순덕이 얼굴 선생님 얼굴 몰래 훔쳐보고 /돌아오는 길에 애꿎은 동생 엉덩이만 꼬집었다. 우는 동생 엉덩이를 더 때려주고 언제나 눈물 찔끔//교실 안에서 공부하는 나/이제 구경꾼 아니라 학생이다./어릴 적 순덕이처럼/나도 공부하는 학생이다." (하채영 씨 '나도 공부하는 학생이다')

"6연 전부터 몸이 아파요/백병원에서 파키스병이라고 함이다/땀이 비오더시 헐러내림니다/옷 두 벌 새 벌식 배림니다/온 몸이 떨림니다/그래서 글이/삐둘삐둘함니다//부끄럽지 안아요/잘몬한 기 업서요" (김시자 씨 '글이 삐뚤삐뚤')

글을 배우게 옆에서 도와준 남편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하거나 먼저 하늘로 떠나보낸 남편을 그리워하는 시들도 눈에 띈다.

"갓 20살에 만난/하늘같고 꿈같던 남편/아들 형제 낳고 살 만하다 싶을 때/누구의 질투였을까?/남편은 병이 깊단다//하나님, 부처님, 천지신명님!/삼천 배로 빌고 또 빌었더니/15년을 더 곁에 있게 해주셨네//하늘같은 남편이 공부하라 밀어주고/친구 사귀라고 밀어주고/까막눈 나를 눈뜨게 밀어주어//오늘도 나는 당당하게 시민학교로 달려간다/그리운 남편이 하늘에서/잘하고 있다고 칭찬하겠지//오늘도, 내일도/친구들과 선생님들과/당당하고 씩씩하게 살아가련다" (김정자 씨 '나에게 보내는 응원')

"오토바이 타고/학교 가는 길/글 모를 땐/길 못 찾을까 걱정 돼서/데려다 주고/글 배운 다음/아픈 다리 걱정 돼서/데려다 주고/공부가 어렵다 투정하면/한 자만 배우고 오라 하는데/내 욕심은 더 배우고 싶네/고마운 우리 영감님" (최정 씨 '사랑하는 우리 영감님')

전국문해기초교육협의회 김인숙 대표는 책머리에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글을 모르는 비문해자들이 264만 명이나 된다. 60∼70대 성인 여성 10명 중 5∼6명이 문해교육을 필요로 한다"며 "이 책을 통해 문해교육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아져 문해 학습자들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썼다.

늦깎이 학생들의 절절한 고백…'보고시픈 당신에게' - 1

mina@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06 07:3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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