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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 반드시 잡힌다> '단서는 파편2점'…퍼즐식 수사에 덜미

새벽 대로서 발생한 뺑소니 사고…CCTV 100여대 확보해 일일이 분석
용의차량에 1∼50번 번호 매겨 추적…수사개시 8일 만에 용의자 검거

(성남=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지난해 11월 8일 오전 4시 45분께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왕복 8차선 산성대로.

'쿵'하는 소리와 함께 이곳을 가로질러 건너려던 A(34)씨가 도로를 뒹굴었다.

A씨를 들이받은 것은 은색 싼타페 차량으로, 운전자 김모(51)씨는 100여m를 더 가 비상등만 켜놓고 있을 뿐 차에서 내리지는 않았다.

김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당구장에서 손님들과 소주를 나눠마신 뒤 운전대를 잡은 터였다.

사고 발생 모습.
사고 발생 모습.(성남=연합뉴스) 지난해 11월 8일 새벽 성남시 수정구 수정대로에서 발생한 뺑소니 사고 모습. 경찰은 사고 현장을 비추는 CCTV가 없어 수사에 애를 먹어야 했다. 희미하게 보이는 사고 발생 모습. [경기 성남수정경찰서 제공 = 연합뉴스]

앞서 두 차례 음주 전력이 있던 김씨는 덜컥 겁부터 먹고 사고 처리를 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른 새벽인 데다 비까지 내리는 날씨에 목격자도 없으리라 판단한 김씨는 '죽지는 않았겠지'라고 자위하며 그대로 가속 페달을 밟아 달아났다.

20여분 뒤 다른 차량 운전자가 이곳을 지나다 A씨를 발견했을 때, A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수사에 나선 경찰은 처음엔 사고 시간조차 추정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했다.

쓰러진 A씨 주변에서 나온 단서라고는 차량 전조등이 깨지면서 나온 유리파편 2점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사고 현장을 비추는 CC(폐쇄회로)TV는 단 한 대도 없었다.

그러나 경찰은 포기하지 않았다.

성남수정서는 교통조사계장 박중칠 경감을 반장으로 하는 18명 규모의 전담수사반을 꾸렸다.

비상등 켜고 달아나는 피의자.
비상등 켜고 달아나는 피의자.[연합뉴스 자료사진]

박 경감은 우선 산성대로 모란역∼남한산성 입구에 이르는 5km 도로를 훑고 다니며 다른 지역으로 빠지는 구간 및 주변 상가에 있는 CCTV까지 모두 100여 대에서 영상을 수거했다.

주행 차량 번호인식 CCTV가 있는 분당수서간 도로 입구에서는 사고 신고 시간 40여분 전을 기준으로 해 차량을 일일이 살펴보고 전화 연락을 하면서 블랙박스 2대를 확보했다.

그야말로 눈알이 빠져라 영상을 분석, 또 분석하다 보니 천운도 따랐다.

오전 4시 45분 전후 5분 간격으로 지나간 차량 2대 중 1대의 블랙박스에는 A씨가 쓰러진 모습이, 다른 1대에는 A씨가 아예 없었다. 이 시간을 사고 발생 시간으로 특정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퍼즐맞추기식 수사로 사건의 실마리는 조금씩 풀려갔다.

박 경감은 사고 현장을 200여m 앞둔 수진역 사거리에서 차량이 신호에 걸려 있다가 무리를 지어 10여 대씩 함께 달리게 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무리를 5그룹으로 나눠 차량에 50번까지 번호를 매겨 두고, 앞서 모아뒀던 CCTV 100여 대에 희미하게나마 나오는 차량을 보면서 통행 순서를 유심히 살폈다.

수진역 사거리에서 동시에 출발했다면, 주행 중 별다른 특이점이 없는 한 통행 순서는 뒤바뀌지 않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 경감은 사고 현장을 700여m 지난 고가 밑에 설치된 CCTV에서 2그룹에 속해 있다가 3그룹 차량과 함께 들어오는 김씨의 차량을 포착, 용의차량으로 확신했다.

역추적을 시작한 경찰은 성남 지역의 한 카센터에 맡겨진 용의차량을 찾아내 김씨를 검거하는 데에 성공했다. 사건 발생 여드레만의 일이었다.

검거된 김씨의 첫 마디는 "그 사람(피해자) 죽었나요?"였다.

김씨는 사고 현장을 지날 때마다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봤지만, 피해자가 사망한 사실은 담겨있지 않아 별일 없으리라 믿고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차량 혐의로 김씨를 구속했다.

박 경감은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 사고의 피해자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면 목숨을 건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교통사고를 내는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런 조치 없이 도주하는 것은 살인과도 같다"고 말했다.

ky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06 07: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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