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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인데 '여사님?'…비정규직 공무원 호칭 인권침해 논란

정규직은 '주무관' 호칭…비정규직은 '여사님'·'∼씨'
수원시인권센터 "인권침해 요소있다"…개선 설문조사

(수원=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경기도 수원의 모 주민센터에서 공무원 보조업무일을 하는 A(39·여) 씨는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다.

경기 수원시청사[연합뉴스 자료사진]
경기 수원시청사[연합뉴스 자료사진]경기 수원시청사
(수원=연합뉴스)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수원시청사 전경.

여러 정부 관련 기관에서 단기계약직으로 일하다 올해부터 수원의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그녀는 미혼이다.

그런데 동료 공무원들은 그녀를 '여사님'이라고 부른다.

여사의 사전적 의미는 '결혼한 여자를 높여 부르는 말', '사회적으로 이름있는 여자를 높여 부르는 말'이다.

같은 주민센터에서 일하는 정규직 공무원들은 서로를 '주무관'이라고 부른다.

'수원시 실무공무원 대외직명제 운영 규정'에 6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의 대외직명(호칭)을 '주무관'으로 통일해 직원 상호 간 호칭하도록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혼도 안했고, 사회적으로 이름있는 여자도 아닌 A씨는 "나 같은 계약직을 왜 여사님이라고 부르느냐"라고 동료 공무원들에게 물었다가 "위에서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A 씨 같은 비정규직 근로자는 성별과 나이에 따라 달리 불리고 있다.

보통 6급 이하 주무관보다 어린 계약직 근로자는 '∼씨'라고 부르고, 남자 계약직 근로자는 '선생님'으로 호칭한다.

나이가 어리지도 않고 남자도 아닌 40대에 가까운 A 씨의 경우 일반 정규직 공무원들이 '~씨' 또는 '선생님'으로 부르기 모호하니까 '여사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A 씨는 민원인에게도 '선생님'이라고 호칭을 부르는 시대에 한 직장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여성을 '여사님'이라고 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생각했다.

계약직이라고 무시하는 건지, 하대받는 느낌이 참으로 싫다는 그는 여러 날 고민 끝에 수원시 전체 계약직 근로자를 대신한다면서 호칭 개선을 수원시인권센터에 요청했다.

존중하는 마음이 없어도 좋으니 여사님이라는 차별적인 호칭 대신 '∼씨'나 '선생님'으로 불러달라는 것이다.

비정규직 직장내 차별해소.[연합뉴스 자료사진]
비정규직 직장내 차별해소.[연합뉴스 자료사진]

A 씨의 민원을 접수한 수원시인권센터가 여사님이라는 호칭에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고 판단해 호칭 제도 개선에 나섰다.

일선 행정현장에서 일반직 공무원과 동일한 대민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직·기간제·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대외직명이 없다는 것은 해당 근로자들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자 차별행위에 해당한다는 것이 수원시인권센터의 판단이다.

수원시인권센터는 수원시 소속 1천686명 공무직·기간제·단시간 근로자를 대상으로 '수원시 근로자 대외직명제 도입을 위한 설문조사'를 4일 시작했다.

설문조사는 호칭으로 인한 불쾌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 등 호칭에 대한 근로자의 인식 실태를 조사하고, 개선 시 어떤 호칭이 좋을지를 결정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한다.

수원시인권센터가 확인해보니 강원도와 제주도, 경찰청이 6급 이하 일반직 공무원과 비정규직 근로자를 모두 차별 없이 '주무관'으로 통일해 부르고 있다. 행정자치부와 경상북도, 전라남도는 '실무원'으로 호칭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수원시 사례처럼 '여사님', '∼씨',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인권센터는 오는 13일까지 설문조사를 마무리한 뒤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원하는 호칭대로 제도개선을 하도록 시에 권고할 계획이다.

수원시인권센터 관계자는 "호칭을 바꾸는 것이 예산이 들어가거나 조직을 개편하는 일이 아니라 단지 인권에 대한 인식만 전환하면 개선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일반직 공무원보다 후생복지 등 여러 분야에서 차별받는 기간제 근로자의 처우와 인권이 개선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원시인권센터는 시정 수행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인권침해사항을 독립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2015년 5월 4일 시청 별관에 개소했다.

공무원 시험 응시생의 '소변봉투' 사용이 인권침해여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난해 9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해 1년여 만에 인권침해라는 결정을 끌어내는 등 행정집행과정에서의 관행적 인권침해를 개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hedgeho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06 07:3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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