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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참전 은혜갚는 한국…콜롬비아 내전피해자 상처 치유한다

8월 준공한 한-콜롬비아 우호재활센터서 한국전 참전용사 등 상이군경 재활

(보고타=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지난 2일(현지시간) 콜롬비아에서 있었던 평화협정 국민투표 부결은 수십 년에 걸친 내전의 상처가 깊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부와 최대 반군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이 맺은 평화협정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콜롬비아 국민은 찬성 49.78%, 반대 50.21%로 반대의견을 밝혔다. 사망 22만 명, 이재민 800만 명, 실종 4만5천 명에 달하는 내전은 52년이 지났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콜 우호재활센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콜 우호재활센터(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콜롬비아에도 평화 분위기는 생겨나고 있다. 국민투표가 가결 직전까지 갔고 내전 사망자 숫자는 2014년 342명, 2015년 146명에서 올해 상반기 3명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4일(현지시간) 찾은 수도 보고타의 '한-콜롬비아 우호재활센터'도 콜롬비아의 평화 정착에 힘을 보태고자 양국 정부가 협력해 건립한 시설이다.

한국의 무상원조전담기관 코이카(KOICA)는 2007년부터 시작된 재활센터 건립 프로젝트에 1천150만 달러(약 127억 원)를 투입했다. 콜롬비아 국방부가 457만 달러(약 50억 원)를 더했다. 콜롬비아는 한국전쟁 당시 5천100 명의 지상군 1개 대대와 함정 1척을 파견한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한 참전국이다.

이 센터는 치료보다는 재활에 집중하는 곳이다. 콜롬비아에서는 내전으로 인한 상이군경이 연평균 400명에 달한다.

영어공부하는 콜롬비아 상이용사들
영어공부하는 콜롬비아 상이용사들(보고타=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콜롬비아 우호재활센터'에 마련된 교실에서 콜롬비아 상이용사들이 영어를 배우고 있다. 2016.10.6
jk@yna.co.kr

센터 길 건너편에 콜롬비아 국방부가 건설 중인 병원이 완공되면 상이용사들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다음 재활센터로 옮겨오게 된다.

노인이 된 한국전 참전용사들도 이 센터에서 건강 관리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현재 가장 주요한 치료대상은 FARC를 비롯해 제2 반군 민족해방군(ELN) 등과의 전투에서 다친 장병들이다.

재활센터는 지난 8월 29일 준공식 이후 아직 정식 개원은 하지 않고 시험 운영 중인 상태지만 벌써 재활에 나선 장병들이 많았다.

이날 센터 곳곳에선 컴퓨터·인터넷 교육을 비롯해 영어 수업, 요가 교실, 심리 상담 등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목발을 짚은 육군 상사 실바 카밀로(22)는 "올해 3월에 콜롬비아 서부 해안 지대에서 ELN과 교전하다 다리를 다쳤다"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던 차에 재활센터에 입소하게 됐고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언어인 영어를 공부하며 제대 후의 삶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영어 공부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거의 동일한 알파벳을 쓰면서도 발음이 전혀 다른 데다가 형용사와 목적어의 어순 등이 반대이기 때문이다.

대부분 영어를 처음 배우는 군인들을 가르치던 한 강사는 "진도가 쉽게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학생들의 열의가 대단하다"며 "성치 않은 몸으로 곧장 사회에 나가면 적응과 정착이 쉽지 않을 텐데 이 센터에서 영어를 배워두면 쓸모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요가 배우는 콜롬비아 상이용사들
요가 배우는 콜롬비아 상이용사들(보고타=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콜롬비아 우호재활센터'에 마련된 공간에서 콜롬비아 상이용사들이 요가를 배우고 있다. 2016.10.6
jk@yna.co.kr

요가 교실에서 스트레칭을 하던 해병 출신 후안 다비드(28)는 "약 4개월 전 시골 지역에서 야간 순찰을 하던 중 폭탄이 터져 다리를 다쳤다"고 떠올리며 "요가를 배우면 통증을 줄이고 몸을 조금 더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인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콜롬비아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들도 재활센터에서 새 삶을 찾고 있다.

휠체어에 올라탄 기예르모 크루스(44)는 "1996년 보고타에서 은행 강도를 추격하다가 차 사고가 나서 하반신을 못 쓰게 됐다"며 "센터에서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춤을 배워 스트레스를 해소해보려고 한다"고 웃었다.

콜롬비아는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한국전쟁에 병력을 파견했다. 1951년 10월 산양지구 전투에서 첫 콜롬비아군 전사자가 나왔으며 한국전쟁 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꼽히는 불모 고지 전투 등에 투입돼 총 213명이 숨지는 등 총 809명의 인명 피해를 겪었다.

재활센터는 연면적 1만2천487㎡에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졌다. 체육관과 수영장 등 물리치료·운동, 직업 훈련, 사회 적응, 대중교통 이용 시뮬레이션, 심리 치료 등을 위한 시설을 갖췄다.

'한-콜롬비아 우호재활센터' 입소하는 콜롬비아 장병들
'한-콜롬비아 우호재활센터' 입소하는 콜롬비아 장병들(보고타=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4일(현지시간)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콜롬비아 우호재활센터'에 입소할 콜롬비아 장병들이 대기하고 있다. 2016.10.6
jk@yna.co.kr

상이군경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아파트형 주거 시설도 갖춰 신체 기능이 온전하지 않은 이들이 최장 4개월간 거주하며 요리, 청소, 빨래 등 일상생활을 직접 해결할 능력도 기르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재활센터 앞마당엔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콜롬비아 장병들의 이름을 적어넣은 추모비를 세웠다.

코이카는 심리·신체 재활분야 직원 등 45명을 초청, 한국의 국립의료재활원에서 위탁 연수를 실시해 재활센터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연간 재활훈련 인원을 2018년에는 1천200 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사자를 기리며
전사자를 기리며(보고타=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콜롬비아 보고타의 '한-콜롬비아 우호재활센터' 앞마당에 마련된 추모비에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콜롬비아 장병들의 이름이 적혔다. 2016.10.6
jk@yna.co.kr

재활센터의 초대 소장을 맡은 디아나 피녜레스는 "우리 센터의 목표는 분쟁으로 다치거나 신체 기능에 이상이 생긴 장병들의 재활을 돕는 것"이라며 "1964년부터 52년간 이어진 내전으로 상이용사가 무척 많다. 평화가 정착할수록 그 숫자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재활프로그램 운영팀장으로 있는 리카르도 페드라사 콜롬비아 육군 대령은 "콜롬비아가 한국전에 참전한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한국 정부가 재활센터 건립을 지원했다"며 "양국 우애의 상징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코이카 콜롬비아 사무소 장봉순 소장은 "한-콜롬비아 우호재활센터가 앞으로 내전으로 인한 피해 장병과 군인들의 재활에 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jk@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06 09: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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