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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윤 PD "'고구마' 없는 '사이다' 전개 작가와 의기투합"-③(종합)

송고시간2016-10-05 09:25

"왕세자와 홍경래가 꿈꾸는 세상 결국 다르지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조회 수 5천만의 히트작을 원작으로 둔 드라마는 운신의 폭이 작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많은 눈과 귀가 있고, 열혈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르미 그린 달빛'은 과감하게 원작을 대폭 각색했다. 드라마가 원작의 설정만 따오고, 사실상 창작과 다름없는 전개를 한다는 평가다.

중요한 것은 각색을 잘못했다고 욕을 먹는 게 아니라, 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도 사랑받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빠른 속도감이 높은 점수를 받는다. 질질 끌거나 배배 꼬지 않고 직진으로 시원하게 질주하는 속도감에 시청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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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자도 쿨하게 각색 동의"

'구르미 그린 달빛'은 131회의 웹소설을 18부로 압축한 드라마다. 당연히 생략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단순히 생략에 머물지 않고 많은 에피소드와 캐릭터를 창작했다.

태생적으로 '성균관 스캔들'의 아류작이 될 수밖에 없는 한계는 이러한 창의적 각색 과정을 통해 많이 희석됐다.

김성윤 PD는 "나도 처음에는 지금 시절이 어느 때인데 또 남장 여자 얘기냐고 했다"며 웃었다.

"그런데 5권으로 나온 책 중 1~2권을 정말 재미있게 읽은 거죠. 대사니 상황이니 아주 재미있더라고요."

하지만 각색 작가를 구하는 게 어려웠다.

"작가들이 원작이 있는 작품의 각색을 잘 안 하려고 합니다. 원작 팬들에 대한 두려움도 있는 것 같고 잘돼야 본전이라는 생각도 있는 것 같았어요. 제가 '후아유 - 학교 2015' B팀 연출이었는데, 그 인연으로 김민정 작가에게 부탁했습니다. 다행히 김 작가가 청춘 로맨스를 좋아해 흥미를 보였어요. 다만 사극을 해보지 않아서 좀 걱정이었는데 기우였죠."

각색을 할 때는 원작자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

"윤이수 작가가 쿨하게 동의했어요. 이미 자신의 손을 떠난 것이라면서, 제작진이 잘 판단하라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각색에 탄력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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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존 인물 싹 바꿔"

원작은 효명세자(1809~1830) 이영을 주인공으로 한 만큼 실제 19세기 초반 조선 순조 시대의 역사적 인물과 사건들을 등장시킨다.

하지만 드라마는 주인공을 이영으로 내세우되 실제 효명세자 이영의 한자와는 다른 한자를 사용해, 박보검이 연기하는 이영이 효명세자와는 다른 인물이라고 선을 긋는다. 또 안동 김씨 수장 김조순도 김헌이라고 이름을 바꿨다.

김 PD는 "원작 속 실제 인물을 싹 바꿨다"면서 "그러고 나니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가 많더라"고 전했다.

표독스러운 중전도 원작에는 없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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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PD는 "안타고니스트(적대적 인물)가 필요해서 넣었다"고 설명했다.

"이영도 아예 이름을 바꾸려고 했는데 원작 팬들 사이 난리가 나더라고요. 또 이영이라는 이름은 원작자인 윤이수 작가도, 주인공인 박보검도 그대로 가져가기를 원했고요. 극에서 이영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게 중요한 전환점이 되기에 그대로 살리되 한자만 바꿨습니다."

이영은 한자와 함께 캐릭터도 바뀌었다. 원작보다 훨씬 순화됐다.

"이영은 원작에서는 '냉미남'(차가운 미남)이에요. 까칠하기만 하고. 개인적으로는 원작의 캐릭터가 재미가 없었어요. 드라마에서는 이영의 성장을 다뤄야 하는데 원작 캐릭터는 그럴 지점이 없어 바꿨습니다. 시티헌터처럼 칼을 품고 있는 캐릭터로, 일할 때는 냉철하지만 풀어질 때 여유가 있는 그런 캐릭터로 바꿨습니다."

비밀 결사조직 백운회도 원작에서는 세자의 편이지만 드라마에서는 민란을 일으킨 홍경래를 추종하는, 세자의 적대적 조직으로 그렸다.

"민중이 주인 되는 세상을 꿈꾸는 자들로 백운회의 설정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종국에는 왕세자와 홍경래가 꿈꾸는 세상이 결국은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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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구마' 없이 가자 의기투합"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은 꽉 막힌 속을 확 뚫어주는 사이다 같은 직진 전개를 한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작가나 저나 '후아유- 학교2015' 할 때 고구마(목을 막히게 하는 답답한 전개)가 너무 많아서 욕을 많이 먹었어요. 악역을 맡은 조수향이 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주인공이 민폐 캐릭터라는 말도 들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고구마 없이 가자고 의기투합했죠."

김 PD는 "속도를 내면서 많이 압축했고 꼬지도 않았다"며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이야기 구조가 쉬워야 하는데 우리 이야기가 그렇다. 뻔한 구도니까 스피디하게 가도 이해가 안될 부분이 없다"고 분석했다.

"홍삼놈이 내시가 되는 과정도 처음에는 2회 분량이었는데 2회로 그린다고 한들, 여자가 내시가 되는 과정은 어떻게 해도 설명이 안 되더라고요. 그럴 거면 그냥 스피디하게 생략해서 가자고 했죠. 이영이 대리청정을 하게 되는 과정도 2회 이상인데 그것도 싹 줄였습니다. 속도를 내도 에피소드가 부족하지는 않아요. 다만 막판 인물들의 감정 라인을 잘 살려야 하는데 그게 관건인 거죠."

김 PD는 시청률이 20%를 넘은 것에 대해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시작할 때는 '후아유'(최고 8.2%) 정도로만 시청률이 나오면 좋겠다고 했어요. 원작의 화제성이 있으니 큰 욕심 안내고 소박하게 가자 싶었죠.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나오니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놓은 시청률이 나올만한 이야기인가도 싶어요."

김 PD는 드라마의 인기를 스태프와 배우의 공으로 돌렸다.

"우리 배우들이 다 목마름이 있었어요. 보검이는 단독 주인공을 안 해봤고, 풀어진 연기도 안 해봤죠. 유정이는 성인 연기, 멜로 연기에 대한 도전이었어요. 기존에 안 했던 역이었는데 잘해냈고, 반응이 좋아서 너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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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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