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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용의 저울달기> 변호사들의 생존권 투쟁

(서울=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대한변호사협회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행정사법 개정 저지 운동에 적극 동참해 달라는 알림이 떴다. 며칠 뒤인 지난 5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변호사들이 참여한 집회가 열렸다. 행정사의 업무 영역을 확대하는 내용의 행정사법 개정안이 변호사의 직역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이를 막자는 취지다. 변협은 소속 변호사 2만 명에게 공문을 보내고 행정사법 개정안 저지를 위한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변호사들은 집회에서 생존권 보장과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잘나가던 시절을 떠올리면 변호사들이 먹고살기 어렵다며 정부청사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게 좀 생소하다. 전문인 자격을 보유한 직종 간에 수시로 벌어지는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기도 한다. 검사장과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2명은 거액의 수임 논란에 휩싸여 지금 법정에 서 있는데 많은 변호사는 벌이가 시원찮아 못 살겠다고 호소하는 모양새다. 법조계 내부의 경쟁이 격화되면서 빈부 격차가 극심해진 탓일까.

대한변호사협회, 행정사법 개정안 저지 집회
대한변호사협회, 행정사법 개정안 저지 집회

행정사법 개정안은 지난달 입법 예고됐다. 행정사는 행정기관에 제출하는 서류, 사실 증명에 관한 서류의 작성 및 대리 제출 등을 업무로 한다. 행정서사로 불리기도 했다. 개정안은 단순한 서류 작성·제출 범위를 넘어 행정심판 사건을 직접 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행정사협회는 "행정심판 대리권을 행정사에게만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행정사법 개정 문제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법조계의 속사정은 심각한 듯하다. 변협은 국내 변호사들의 '처량한' 현실을 스스로 공개했는데 올해 상반기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의 1인당 평균 수임 건수가 1.69건으로 집계됐다. 변호사 1인이 맡은 사건이 반년 동안 1건 남짓이라니 과거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1건당 평균 수임료는 300만~400만원 가량이다. 사무실 임대료와 직원 월급 등 사무실 운영비를 충당하기도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변호사들의 직역 투쟁이 행정사에 국한된 게 아니다. 변리사와 법무사, 공인중개사 등과도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3월 공인중개사협회는 부동산 중개 업무를 한 혐의로 A 변호사를 경찰에 고발했는가 하면 변협은 변리사에게 특허소송 대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에 반발,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도 했다. '사'자 붙은 전문직 종사자들의 사활을 건 업무 영역 쟁탈전이 점입가경이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서울대 로스쿨 특강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서울대 로스쿨 특강

변협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에서 배출된 변호사는 1천581명에 달했다. 일본은 올해 1천583명의 변호사가 배출됐다. 거의 똑같다. 일본 인구가 우리의 2배가 넘고 GDP가 4배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변호사 신규 배출이 너무 많다.

최근 사법시험 폐지 내용을 담은 변호사시험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사법시험은 2017년 12월 31일 폐지를 눈앞에 두게 됐다. 사시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조선변호사시험이 치러졌던 1947년 이후 70년 만이다. 사시 폐지 결정으로 로스쿨이 유일한 법조인 배출 창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로스쿨 제도는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7년 도입돼 제도가 시행된 지 벌써 만 10년이 돼 간다. 2009년 정원 2천 명의 25개 로스쿨이 문을 열었다.

변호사들의 생존 투쟁은 로스쿨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변협은 연간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과거 사시 체제에선 법조인 수가 많지 않았다. 1970년대는 매년 60~80명 수준이었다. 1980년 들어 합격자가 300명으로 늘었고 2001년에 1천 명으로 급증했는데 법조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많은 국민이 법률 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기회조차 제한받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로스쿨은 법학 교육의 정상화, 다양하고 전문화된 법조인 양성, 우수 인력의 효율적 배분 등이 주요 명분이었지만 이면에는 변호사를 크게 늘려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었다. 변호사 수를 늘리면 비용이 낮아질 것이고 대국민 법률 서비스가 확산하지 않겠느냐는 기대 때문이다. 변호사들을 생존 투쟁 현장으로 내몰자고 로스쿨을 도입했을 리는 없다. 다만 국내 법률 서비스 시장의 무한 경쟁은 불가피한 대세가 됐다. 국내 법률 시장 개방은 관련 절차에 따라 진행중이며 '완전 개방'의 날도 멀지 않았다. 국내 변호사들끼리 또는 변호사와 행정사간 다툼 차원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법률 시장에서 국경을 뛰어넘는 치열한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논설위원>

ks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6/10/07 07:3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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