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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돋우는 이야기'…책으로 만나는 음식 문화사

송고시간2016-10-03 09:10

신간 '어른의 맛'·'푸드 인 더 시티'·'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문화유산을 대할 때 '아는 만큼 보인다'고 말하듯, 음식을 먹을 때면 '아는 만큼 맛있다'고 할 수 있을 듯싶다.

물론 음식의 맛은 개인의 취향과 그가 살아온 문화적 환경에 따라 달라지지만, 음식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알고 나면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최근 음식문화에 조예가 깊은 작가들이 쓴 책 '어른의 맛', '푸드 인 더 시티',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이 잇따라 출간됐다.

일본에서 음식에 관한 책을 다수 펴낸 작가 히라마쓰 요코가 집필한 '어른의 맛'은 단맛, 쓴맛, 짠맛 같은 감각적인 맛이 아니라 아련한 맛, 비뚤어진 맛, 기다리는 맛 등 감성적인 맛에 관해 설명한다.

아련한 맛은 향수를 자극하는 '엄마의 맛'이자 '고향의 맛'이다. 어린 시절에 엄마가 해주던 평범하고 소박한 음식에 깃들어 있던 그 맛이다. 저자는 닭고기, 생선, 새우 등을 넣은 계란찜인 '자완무시'를 아련한 맛이 나는 음식으로 꼽는다.

그에게는 눈물 나는 맛도 있다. 바로 아버지가 사 왔던 초밥 도시락이다. 초밥에 들어있는 고추냉이가 하도 얼얼해서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저자는 자신의 추억과 음식을 연결 지으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일상 속에서 펼쳐지는 드라마를 담담하게 그리는 일본 영화처럼 음식에 관한 일화를 따뜻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소개한다.

음식 칼럼니스트 박정배 씨가 내놓은 신간 '푸드 인 더 시티'는 음식의 공간적 특성에 주목한 책이다.

북한 음식인 냉면이 부산에서 밀면이 되고, 포항에서 청어를 말려 과메기를 만들게 된 연유를 추적한다. 또 실향민이 많은 속초에서 '함흥냉면'이 '속초냉면'으로 불리는 이유도 알아본다.

이른바 '지역의 별미'는 보통 현지에서 나는 식자재와 관계가 깊다. 목포의 민어, 거제의 대구탕, 인제의 황탯국이 대표적이다. 반면 일찍부터 차이나타운이 조성된 인천의 짜장면과 미군 부대가 있는 의정부와 평택의 부대찌개는 지역의 역사에서 비롯된 향토식이다.

저자는 "장흥의 된장물회, 제주도의 돼지 두루치기, 부산 돼지국밥 등은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면 제대로 된 맛을 느끼기 어렵다"면서 "이 땅의 음식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풍부하다"고 강조한다.

일간지 기자 출신의 작가 윤덕노 씨가 쓴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은 전쟁으로 인해 유명해진 음식들을 조명한다.

예컨대 아귀찜의 주인공인 아귀는 본래 천대받던 생선이었다. 그런데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먹을거리가 귀해지자 아귀를 삶거나 무와 대파를 넣어 국으로 끓여 먹는 사람이 생겨났다.

팝콘이 영화관에서 즐기는 간식으로 자리잡게 된 배경도 재미있다. 1941년 일본이 진주만을 습격하고 동남아시아를 장악하자 미국은 주된 설탕 수입처였던 필리핀과의 교역이 끊겼다. 이에 따라 설탕이 많이 들어가는 사탕, 초콜릿, 과자의 생산량이 줄었고, 그 틈을 팝콘이 파고든 것이다.

책에는 이외에도 카레라이스, 주먹밥, 케이준 샐러드 등 여러 음식이 전쟁을 통해 대중화되고 위상이 높아지게 된 과정이 실렸다.

어른의 맛 = 바다출판사. 조찬희 옮김. 336쪽. 1만3천800원.

푸드 인 더 시티 = 깊은나무. 352쪽. 1만7천원.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 = 더난. 432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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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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