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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물리치고, 왜군 혼내주고'…보호수에 깃든 사연

송고시간2016-10-03 08:13

경기도 보호수 1천77그루…저마다 재미와 교훈 담은 이야기 서려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나라에 전쟁 같은 큰 어려움이 닥치기 전에 미리 알려주는 나무가 있다?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영통동에 가면 높이 23m, 둘레 굵기 2.6m, 줄기 폭 34m의 거대한 느티나무가 있다. 1982년 10월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된 이 나무 나이는 700년으로 추정된다.

남양주 수종사의 은행나무(보호수)[연합뉴스 자료사진]
남양주 수종사의 은행나무(보호수)[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나무는 예로부터 나라에 큰 어려움이 닥치기 전 반드시 구렁이 울음소리를 내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에 따라 인근 주민들은 이 느티나무를 신비한 힘을 가진 나무라며 정성껏 보살폈다고 한다.

200여 년 전 정조는 화성을 쌓을 때 이 나뭇가지를 잘라서 서까래로 썼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 나무를 포함해 경기도 내에는 모두 1천77그루의 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돼 관리받고 있다. 수종은 30가지가 넘는다.

느티나무가 617그루로 가장 많고, 다음이 은행나무(208그루), 향나무(99그루), 회화나무(36그루), 소나무(31그루) 순이다.

한두 그루에 불과하지만, 모과나무, 배나무, 아까시, 산수유도 보호수로 지정된 것이 있다.

이들 나무는 대부분 전설이나 사연을 갖고 있다.

부천시 소사구 소사본2동에 있는 높이 15m, 굵기 1.5m, 줄기 폭 25m의 은행나무(수령 1000년 추정)는 1950∼1960년 뿌리가 땅 위로 심하게 드러나 흙으로 덮어주었더니 마을에 질병과 사고가 잇달았다고 한다.

이에 주민들이 덮은 흙은 없애자 재앙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면 완장리에는 나이 800년, 높이 12m, 줄기 폭 23m의 보호수(1982년 지정)가 있다.

느티나무인 이 나무도 '오래전 마을에 전염병이 돌아 폐허가 되어 갈 때, 산에서 백발노인이 내려와 수호나무를 심으라고 일러 줬고, 마을 사람 몇몇이 산에서 느티나무 하나를 캐와 마을 입구에 심고 정성을 다해 보살폈다. 이후 마을에 전염병이 사라졌다'는 전설을 간진하고 있다.

수원 화서행궁의 느티나무(보호수)[연합뉴스 자료사진]
수원 화서행궁의 느티나무(보호수)[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 보호수 가운데는 스님과 얽힌 이야기를 가진 나무가 많다.

평택시 안중읍 학현리에 있는 은행나무(1982년 보호수 지정)도 그중 하나다.

수령이 875년이고 높이가 12m인 이 은행나무에는 고려 명종 때 젊은 스님이 이 마을 과부의 미모에 반해 점잖지 않은 행동을 했다 화가 난 과부가 꾸짖자 한순간의 잘 못을 뉘우치고 이 자리에서 고행하다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이야기가 서려 있다. 마을 사람들이 이를 측은히 여겨 이 나무를 심었다는 이야기다.

이밖에 620여 년 전 왜군을 혼내준 평택의 느티나무, 전염병을 물리친 시흥의 향나무, 일제 강점기 일본 순사를 혼내준 화성의 느티나무 등 많은 보호수가 재미있거나 후손들이 새겨들을 만한 사연 또는 전설을 갖고 있다.

나들이가 많은 가을. 어느 마을을 지나가다 크고 오래된 보호수를 만나면 안내판에 적힌 각 나무의 사연을 읽어보는 것도 여행의 한 재미가 될 것 같다.

k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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