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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등 재난대비 교육, 일본 교과서는 어떻게 가르치나

송고시간2016-10-02 07:00

광주교대 이정희 교수 논문 "1937년부터 방재교육…내용도 체계적"

"단순 대피법 아닌, 재해에 임하는 태도·이웃과의 협력 가르쳐"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경주 지진을 계기로 학교 재난안전 교육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면서 일본 사례를 벤치마킹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마침 일본 교과서의 방재교육 내용을 분석한 논문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2일 한국일본교육학연구지에 게재된 논문 '일본의 초등사회과 자연재해·방재교육의 구성 원리'(저자 이정희 광주교대 교수)에 따르면 일본의 방재교육은 역사도 깊거니와 교과서 내용도 매우 체계적이다.

우선 일본 학교에 방재교육이 도입된 것은 1937년, 일본 최초의 방재교육 교재인 '이나무라의 불'이 초등 5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리면서부터다.

'이나무라의 불'은 1854년 와카야마현 히로카와쵸에 큰 지진해일이 발생했을 때 하마구치 고료라는한 남성이 자신의 이나무라(볏단 더미)에 불을 붙여 마을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유도해 구해냈다는 이야기다.

이후 1947년 일본 사회과 학습지도요령에서 '자연재해를 줄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내용을 한 단원에 반영하도록 규정하면서 교과서에 방재 관련 내용이 다수 등장하게 됐다.

논문은 현행 일본 교과서의 방재교육 내용을 분석하기 위해 2014년 개정된 일본문교출판의 초등 사회과 교과서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우선 초등 3·4학년 사회과 교과서에는 5단원 '안전한 생활을 지키기'와 6단원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에서 방재 관련 내용이 집중적으로 나온다.

'안전한 생활을 지키기'에서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어떤 피해를 입었을까' '지진이 일어나면 누가, 어떤 활동을 할까' '재해에 대비해 어떤 일을 하나' '우리 지역이나 자신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의 주제별로 관련 내용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지진이 발생하면 학교나 유치원, 보육원은 아이들을 무조건 귀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호자가 올 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해야 한다. 학생뿐 아니라 지역민 모두가 학교를 피난소로 이용하도록 훈련한다는 내용 등도 담겼다.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한 사람들' 단원에서는 '이나무라의 불'에 등장하는 하마구치 고료의 이야기를 배우고, 실제 그와 관련한 역사적 장소를 견학함으로써 '방재'가 자신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체감하도록 한다.

고학년인 5·6학년 교과서는 전 단원에 걸쳐 방재 관련 내용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뒀다.

일례로 5학년 교과서 4단원 '우리들의 생활을 지지하는 정보'에서는 '큰 지진이 일어났을 때의 모습 알기' '재해 때 라디오의 역할 조사하기' 등을 배운다.

5단원 '국토 환경 지키기'에서는 '왜 일본은 자연재해가 많은가' '재해가 일어나면 우리의 생활은 어떻게 되는가' '산업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피해를 막기 위해 어떤 대처를 하고 있을까' '재해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나' 등 각 분야에 미치는 영향, 대비책을 자세히 가르친다.

특히 '재해 시 일본인의 모습' '라이프 라인을 사용할 수 없는 불편함' '경찰·소방 등에 의한 등에 의한 구조, 즉 공조(公助)의 한계' '가족이나 이웃의 협력으로 구조되는 공조(共助)와 스스로 내 생명을 지키는 자조(自助)의 중요성' '고령자나 장애인의 피난 훈련' 등 재해에 임하는 삶의 태도와 협력, 소수자 배려 등을 강조하는 것이 눈에 띈다.

논문 저자인 이정희 교수는 "일본의 방재교육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그간의 교육이 대피 훈련에만 의존했다는 반성에서, 삶의 태도와 방향성을 생각하는 교육으로 새롭게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방재교육은 지나치게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교육과정은 과학, 체육 등 일부 교과에서 재난의 종류, 발생 원리, 대처법 등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데 그친다.

다만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내년부터 초등 1∼2학년에 '안전한 생활' 교과서가 신설된다. 2018년부터는 초등 3학년∼고교의 관련 교과에 '안전' 내용이 별도 단원으로 포함될 예정이어서 지금보다는 한층 내용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올해 2월 논문을 발표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인재가 더 무섭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집필될 교과서에 일본 사례가 유의미한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지진대피 훈련중인 아이들[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지진대피 훈련중인 아이들[연합뉴스 자료사진]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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