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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과 윤리는 '헌신짝'…뒷돈과 성범죄에 발목잡힌 의사들

송고시간2016-10-02 07:00

억대 불법 리베이트 관행·의사 성범죄 근절 안돼

거액의 리베이트 논란 의사들 [연합뉴스TV 제공]

거액의 리베이트 논란 의사들 [연합뉴스TV 제공]

(전국종합=연합뉴스) 대형병원 의사들은 우리 사회에서 최고의 엘리트로 대접받는다. 특히 몸이 아파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의사의 진료행위는 물론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도 환자들은 신경을 곤두세운다.

사회 지도층으로 여겨지는 의사들이 부정한 돈을 챙기고 성범죄를 저지르는 등 일탈행위를 벌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의사들 사이에서 제약사나 의약품 도매상에게서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는 일은 한때 관례처럼 받아들여졌다. 리베이트는 약값 상승으로 이어져 환자의 비용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 때문에 오래전부터 리베이트 수수를 불법으로 처벌하고 있지만 여전히 검은 돈을 주고 받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함께 일하는 직원이나 심지어 자신이 진료하고 돌봐야 할 환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가 쇠고랑을 차는 의사들도 심심찮게 나온다.

◇ 억대 리베이트는 '기본'…왜 나만 잡아요?

부산지검 특수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올해 4월부터 의료계의 뿌리 깊고 잘못된 관행인 '불법 리베이트' 수사를 벌이고 있다.

부산의 대형병원 의사 중 상당수가 검찰에서 전화가 올까 봐 겁에 질려 있다는 후문이다.

검찰 수사가 특정 병원, 특정 진료과목 의사를 대상으로 확대되며 언제까지 이어지는지 알아보려는 움직임이 일었고, 급한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으로 납작 엎드린 의사들도 많았다.

검찰에서 소환 통보를 받은 한 의사는 "왜 나만 갖고 그러느냐. 제약사에서 돈 받는 의사가 나뿐이냐"고 항변하기도 해 의료계 리베이트 관행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짐작하게 했다.

특정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해당 제약사 등으로부터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수억원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부산지검이 수사대상에 올린 대형병원 의사만 수십 명에 이르고, 이중 상당수가 정식 재판에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기소된 부산시 산하 공공병원인 부산의료원의 외래 진료과장은 억대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정 의약품을 처방해주는 대가로 제약사 등에서 2억원이 넘는 뒷돈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부산에 있는 한 대학병원 교수도 특정 의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부산의 대형 의약품 유통 전문업체 대표에게서 1억원이 넘는 뒷돈을 받은 혐의로 올해 8월 말 구속됐다.

이밖에 부산의 다른 대학병원 교수 3∼4명이 거액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부산지검은 다음 달 5일 의료계 리베이트 수사 중간 브리핑을 할 예정인데, 대형병원 의사 10여 명이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제약사로부터 무려 3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의사가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서울서부지법은 3억원이 넘는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의사 신모(58)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을 선고했다.

신씨는 부인을 내세워 제약사와 접촉해 간 질환 치료제를 바꿔주고 제약사로부터 뒷돈 3억600만원을 받아 챙겼다.

검찰 수사 결과 이 회사는 역대 리베이트 수사 사상 최고액인 56억원 상당의 금품을 전국의 병·의원 의사들에게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8월 말에는 건당 30만원을 받고 개인택시 면허 양도에 필요한 거짓 진단서를 마구잡이로 발급해준 부산의 한 대학병원 의사가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 병원 가기 겁나…의사가 직원, 환자도 성추행…

올해 5월에는 수면 내시경 검진을 하다가 환자를 성추행한 서울의 유명 건강검진센터 의사가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서울 강남 한 의료재단의 병원 내시경센터장이었던 해당 의사는 2013년 10월∼11월 대장내시경 검사를 위해 수면유도제를 투여받고 잠든 여성 환자 3명의 특정 신체 부위에 손을 댔다.

의료인 직업윤리를 잊은 명백한 범죄였음에도 그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혐의를 인정하지 않다가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지만 법원은 실형을 선고했다.

올해 8월에는 서울의 한 병원 원장(74)과 같은 병원 의사인 아들(42)이 간호사를 상습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로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의사에 의한 성범죄는 폐쇄적 공간에서 환자가 마취된 무방비 상태에서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실제 드러나지 않는 의사의 성범죄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경찰청이 내놓은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1년∼2015년 성폭력 범죄로 검거된 의사는 403명이나 된다.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도 2013년 95명, 2014년 83명에서 2015년에는 109명으로 늘고 있으며 강간·강제추행과 같은 중범죄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가 저지르는 성범죄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진료 중 비도덕적 행위를 의사끼리 서로 감시하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을 오는 1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쌍벌제가 도입돼 리베이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면이 있지만 내부고발을 활성화하고 의약품 채택이 공개적인 과정을 거쳐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며 "성범죄를 예방하려면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병원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의사뿐만 아니라 의료인 모두를 대상으로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수희 박영서 안홍석 안용수 기자)

osh998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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