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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훈의 광화문별곡> 오바마와 부시, 부러운 한 장의 사진

송고시간2016-09-28 11:21

(서울=연합뉴스) 며칠 전 태평양을 건너온 한 장의 사진이 눈길을 끌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립 흑인역사박물관 개관식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내외가 참석한 장면이었다.

<황재훈의 광화문별곡> 오바마와 부시, 부러운 한 장의 사진 - 1

행사장에 입장한 미셸 여사가 뒤에서 두 팔로 부시 전 대통령을 감싸 안고 손을 잡으며 인사를 보내고, 부시 전 대통령은 흐뭇한 표정으로 눈은 거의 감고 머리는 그녀의 어깨 쪽으로 기댄 채 입가에 미소를 띠며 호응하는 한 장의 사진이었다.

서로 당적이 다른 이들 전·현직 대통령 내외의 만남이, 눈이 시원할 정도로 이렇게 편하고 친근해 보일 수가 있을까. 이 장면이 부럽다 못해 질투까지 난 것은 우리의 현실과 대조됐기 때문일 것이다.

놀라움은 행사 당일의 다른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보면서 더 커졌다.

[부시 전 대통령 인스타그램 캡처]

[부시 전 대통령 인스타그램 캡처]

개관식 현장 인근에서 흑인 가족과 셀카를 찍으려 이리저리 스마트폰을 조절하던 부시 전 대통령이 갑자기 자신 옆에서 다른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오바마 대통령의 등을 쿡 찔렀다. 부시 전 대통령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스마트폰을 받아든 오바마 대통령은 주저함 없이 몇 걸음 물러난 뒤 이들 일행의 기념사진을 찍어줬고, 사진이 잘 나왔는지 함께 확인까지 했다. 격식과 권위적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길거리를 지나가다 늘 볼 수 있는 보통 사람의 모습이었다. 권위는 다른 어떠한 것보다도 자연스러운 진심에서 더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을 깨우친 것은 필자뿐이 아닐 것이다.

정치의 현장에서는 정적이었을 두 전·현직 대통령 내외의 따뜻한 포옹과 세계를 쥐락펴락한다는 미국 대통령도 우리와 같은 보통 이웃이었음을 확인시킨 두 장면은 미국 내에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며 많은 화제를 낳았다.

민족이나 나라마다 문화, 관습이 다른 상태에서 두 사회를 일률적으로 비교해 우위를 논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하지만 흑인역사박물관 개관식에서 목격된 두 장면은 갈수록 극단을 쫓고, 대결과 반목, 질시가 심화하는 우리 사회가 탈출구를 찾기 위해 어디를 지향해야 할지에 대한 답을 분명히 보여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개관식 축하 연설을 통해 "(박물관이) 우리가 서로 이야기(talk)하고, 더 중요하게는 서로의 말을 듣고(listen), 가장 중요하게는 서로 바라볼 수(see) 있게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는 지난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 3당 체제를 만든 민심의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20대 국회 개원초부터 극단의 대결과 파행 정치를 펼치고 있는 우리 정치권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20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지만,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이후 후폭풍에 국회가 휘청거리고 있다. 여당 의원들의 국회 보이콧과 여당 대표의 단식투쟁, 단독 국감을 강행하는 야당의 '깨진 협치' 모습은 국민의 희망과 기대를 무참히 짓밟는 일이다.

씁쓸한 2016년 가을 한국의 정치권이 태평양을 건너온 한 장의 사진에서도 교훈을 못 찾는다면 정녕 '노 답'이다. 국민이 다른 나라에서 전해진 사진 한 장 보면서 부러워할 일을 만들고도 정치를 한다고 말할 수 있겠나. <황재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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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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