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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마음의 병 치료하고 싶어요"…상담심리 석사 취득 소방관

송고시간2016-09-28 07:55

제43회 소방안전봉사상 '대상' 구리소방서 박승균 소방장

(구리=연합뉴스) 최재훈 기자 = "첫사랑을 잊지 못하듯 소방관은 처음 본 참혹한 현장을 평생 잊지 못합니다. 그런 트라우마가 별 조치 없이 쌓이면 결국 폭발하게 되는데 이를 치료하는 예방주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구리소방서 박승균 소방장
구리소방서 박승균 소방장

소방관들은 보통 사람은 평생 한 번도 보기 힘든 참혹한 사고현장이 일터다. 그런 만큼 트라우마가 항상 따라다닌다.

일반인의 우울증 유병률은 2.4%이지만 소방관은 10.8%에 달하며, 소방관 21.9%가 수면장애를 겪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동료들을 돕기 위해 현직 소방관으로 활동하면서 상담심리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소방관이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경기도 구리소방서 소속 박승균 소방장. 올해 초 광운대학교 상담복지정책대학원에서 상담심리 치료학 석사학위를 받은 박 소방장은 최근 화재 현장에서 맹활약하면서도 상담심리학을 공부해 동료를 도운 공로를 높이 평가받아 한국화재보험협회가 주최한 제43회 소방안전봉사상 대상을 받았다.

박 소방장은 28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처음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는 나를 치료하고 싶어서 였다"고 말했다.

아내 역시 소방공무원인 그는 "아내가 구급차로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며 이송하다 환자가 사망하자 심하게 좌절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 후 아내는 물론 나 역시 우울감에 빠졌다"며 "이런 일은 소방관에게 흔하다"고 했다.

마음의 병을 앓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곁을 떠나기도 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함께 빵을 나눠 먹던 동료가 보통 사람이 봤을 때 사소한 일로 자살하기도 했고, 건강하다 갑자기 퇴직한 후 큰 병을 얻어 세상을 뜨는 선배도 있었다. 참혹한 현장에 출동한 날이면 꼭 폭음하던 후배가 음주 운전을 하다 불명예스럽게 공직을 떠나기도 했다.

이러한 일이 있을 때마다 박 소방장을 비롯한 주변인들도 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검게 그을린 소방관의 손 [연합뉴스DB]
검게 그을린 소방관의 손 [연합뉴스DB]

트라우마는 일상적이었지만 치유 방법은 마땅찮았다. 남자답게 잊어버리라고 독려하며 근무 시간이 끝나면 동료들과 함께 폭음하는 게 고작이었다.

문제를 느끼던 박 소방장은 2012년부터 동료상담지도사로 활동하며 상담의 힘을 알게 됐다.

동료 상담지도사는 '소방관 마음의 상처는 소방관이 돕는다'는 취지에서 시행 중인 제도로, 일정 교육을 수료한 소방관이 동료를 상담하는 조직 내 상담지도사로 활동한다.

"참혹한 현장을 피할 수는 없지만, 그런 일을 겪었을 때 그 경험과 느낌에 대해서 동료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큰 위안을 얻습니다."

시신이 뒹구는 참혹한 현장, 그리고 눈앞에서 숨지는 환자들을 보며 느끼는 좌절감과 죄책감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 비극이 소방관의 잘못이 아니라며 서로 다독이며 상처를 보듬는 것이다.

박 소방장은 동료를 돕기 위해서는 더 전문적인 상담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공부에 매진, 결국 '소방공무원의 사망사건 외상경험에서의 어려움과 대처에 대한 질적 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땄다.

화재 현장의 소방관들 [연합뉴스 DB]
화재 현장의 소방관들 [연합뉴스 DB]

"소방관의 마음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전문 상담 지식을 갖춘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는 박 소방장은 "교통사고 현장에 다녀와 밥을 못 먹겠다던 새내기 소방관들, 환자를 돕다 오히려 폭행당하는 등 봉변당한 동료들이 내 상담 후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자신들도 상담 지식을 배워 동료를 돕고 싶다고 할 때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다음 목표는 소방관을 위한 병원이 세워지도록 기여하는 것이다.

"동료들이 조직이나 외부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소방병원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나의 지식과 경험이 쓰였으면 좋겠습니다."

jhch79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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