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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닷길 정문' 100년간 환히 밝힌 '산지등대'

송고시간2016-09-28 07:21

불빛 22마일 비춰 선박 안전항해 길잡이…해양문화 체험장 역할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전지혜 기자 = '제주 바닷길의 정문' 제주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제주시 사라봉 등성이에는 하얀 등탑이 우뚝 솟아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부터 동이 틀 때까지 어둠이 드리운 제주 앞바다 곳곳을 밝히는 산지등대다.

제주도 본섬에 최초로 세워진 유인등대 '산지등대'가 제주도 앞바다를 밝힌 지 다음달 1일로 꼭 100년이 된다.

산지등대의 밤과 낮
산지등대의 밤과 낮

산지등대가 처음 불을 밝힌 건 한일합병 6년째 되는 1916년 10월이다.

제주에 가장 먼저 생긴 등대는 지난 2006년 100주년을 맞은 우도등대(1906년 3월)며, 그다음 1915년부터 불을 밝힌 마라도 등대에 이어 산지등대에 불이 들어왔다.

산지등대가 있는 제주시 사라봉은 조선시대 왜적의 침입을 막는 방어 시설의 기능을 했다. 통신 수단이던 봉수대도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산지항(현 제주항)과 정뜨르비행장(현 제주국제공항) 일대를 감시하는 중요 군사기지 역할을 하는 등 예로부터 제주 앞바다를 조망하는 위치의 역할을 해온 곳이다.

옛 산지등대 [제주해양수산관리단 제공=연합뉴스]
옛 산지등대 [제주해양수산관리단 제공=연합뉴스]

산지등대는 애초 무인등대로 출발했지만, 이듬해 3월 유인등대로 변경됐다.

100년 전 세워진 등탑은 지금은 사용되지 않는다. 그 옆에 모양새는 비슷하지만 높이는 두 배가량 되는 등탑을 새로 세워 1999년 12월 개장했다. 현재는 두 등탑이 사이좋게 나란히 서서 제주항을 내려다보고 있다.

신등탑의 등명기는 높이가 18m에 이른다. 등명기는 2002년 12월에 국내 기술로 개발한 고광력 회전식 대형 등명기로 교체했다.

등대에서 뻗어 나가는 불빛은 4줄기다.

전구의 불빛을 멀리 보내는 프리즘은 주기적으로 회전하며 주변을 두루 비춘다. 불빛 가닥이 한 번 닿은 곳에 다음 불빛이 닿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5초다.

등대 불빛은 22마일(약 35.4㎞)까지 다다른다고 한다.

제주 앞바다 밝히는 산지등대
제주 앞바다 밝히는 산지등대

해무가 짙게 껴서 불빛이 잘 보이지 않는 날에는 불빛이 아닌 소리(음파표지)가 길잡이 역할을 한다.

산지등대의 음파표지는 전자식 저주파 발진으로 발음기에 의해 소리를 내는 전기혼이다. 음파표지 소리는 3마일(4.8㎞)까지 닿는다.

산지등대 뒤편 제주시 건입동 일대에는 아파트와 주택 등이 밀집해있다. 그러나 전기혼이 바다쪽으로 향해있는 데다가 사라봉이 소리를 막아주기 때문에 집집마다 음파표지 소리가 크게 들리지는 않아서 민원이 제기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산지등대에서는 3명이 2교대로 12시간씩 근무한다.

예전에는 등대관리원이 일출몰 시간에 맞춰 등대를 켜고 꺼야 했지만, 요즘은 기계에 입력된 시간에 따라서 자동으로 등대에 불이 들어오고 꺼진다.

산지등대 불빛을 받으며 제주항을 드나드는 선박은 크게 늘었다.

제주항은 2∼7부두 및 외항 9∼11부두의 총 20개 선석에 화물선 14척과 연안 여객선 8척, 관공선 1척 등 23척의 선박이 대고 있어 선석이 포화수준이다. 제주항 1부두는 어선과 관공선 부두로, 제주항 8부두는 국제 크루즈 부두로만 사용하고 있으며 해경 경비정과 해군 함정도 제주항을 이용하고 있다.

제주항 물동량도 크게 늘었다.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제주항의 물동량은 3만2천575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만879t)에 비해 56%나 증가했다.

제주 바닷길 정문의 길잡이로서 산지등대의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이유다.

해양문화 전문가인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는 저서 '등대'에서 "산지등대는 제주도 북부를 항해하는 배들의 좌표로 이용돼왔다. 한반도와 제주도 사이를 항해하는 배, 제주를 거슬러 육지로 오가는 배도 산지 불빛을 받는다"며 "오늘날에는 국제여객선과 대형화물선이 닿는 제주항 항로를 밝히는 데 쓰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북제주 연안 어장의 어선들이 산지등대를 자신의 바다 위치를 판단하는 가늠으로 대신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산지등대는 제주시 도심과 멀지 않은 데다가 제주항과 제주 앞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멋진 풍경 덕분에 많은 관광객이 찾는 해양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제주시민에게 사랑받는 사라봉 산책로와도 연결돼 있다.

해질녘부터는 노을진 하늘과 푸른 제주바다, 등대와 제주항이 어우러진 절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사진 동호인들의 발길도 잦다.

산지등대에서는 등대의 역할을 알리고 바다사랑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숙박형 등대체험을 운영하고 있다. 등대의 기능과 역할 등에 관심이 있는 초·중·고등학생을 동반한 가족 등을 대상으로 사전 신청을 받아 등대 내 숙소에 묵으며 등대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무료로 숙소를 이용할 수 있는데다가 등대를 직접 둘러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예약이 매번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많다.

산지항로표지관리소 관계자는 "오전 9시∼오후 6시까지 등대를 개방해 누구나 직접 시설을 둘러볼 수 있으며, 등대에 묵는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는 요청에 따라 등대에 관해 설명해주고 궁금한 점도 알려주고 있다"며 항해선박 안전을 위한 항로표지의 기능뿐 아니라 해양문화 체험의 장으로써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ato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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