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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혈세낭비> '왕창 빚내 펑펑'…2천700억 까먹은 태백관광개발공사

송고시간2016-09-28 07:01

"고원관광 레저스포츠 도시 탈바꿈하겠다"며 설립…재정위기 주범

1천억 쏟아 붓고도 보증채무 1천700억 떠안아…5년간 더 갚아야

(태백=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강원 태백시는 '탄광 도시에서 고원관광·레저스포츠 도시로 탈바꿈하겠다'며 오투리조트(태백관광개발공사)를 설립했다.

결과는 '고원관광·레저스포츠 도시'라는 희망이 아니라, '재정위기 자치단체 지정 위기'라는 재앙이었다.

옛 태백관광개발공사
옛 태백관광개발공사

민자유치가 안 되는 상황에서도 사업 추진을 밀어붙였고 그 결과 태백시는 공적자금만 1천억원 넘게 쏟아부어야 했다. 2천억원에 가까운 보증채무도 떠안았다. 공적자금과 보증채무를 합하면 태백시 1년 예산 규모와 맞먹는다.

부담은 시민에게 고스란히 돌아왔다.

태백시는 앞으로 5년간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태백관광개발공사 설립으로 말미암은 빚을 모두 갚을 수 있다.

태백관광개발공사 애초 명칭은 서학리조트다.

서학리조트는 1997년부터 추진한 강원도 탄광지역 종합개발사업 중 하나다. 태백시가 '관광·레저스포츠 도시 건설'의 핵심사업으로 추진했다.

민자유치로 추진했지만, 1997년 말 닥친 IMF 외환위기로 차질이 발생했다.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하자 태백시는 직접 투자를 결정했다.

태백시는 민·관 공동출자 방식으로 서학리조트를 조성하겠다며 2001년 말 태백관광개발공사를 설립했다. 물론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도 했다.

연구용역 결과는 '접근성 개선과 효율적 운영'이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무난한 수익성이 전망된다'였다.

옛 태백관광개발공사 리조트 조성공사 모습
옛 태백관광개발공사 리조트 조성공사 모습

그러나 법인 설립 이후 첫 시설인 골프장을 개장할 때까지 무려 7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민간자본 유치, 회원권 판매 등 재원 마련이 난항을 겪었기 때문이다.

'민·관 공동출자'라는 애초 발표와는 달리 사실상 태백시만의 투자가 매년 이어졌다.

공사를 시작한 2003년부터 골프장, 콘도, 스키장을 개장한 2008년까지 6년간 510억원을 쏟아 부었다.

2008년 강원랜드로부터 빌린 150억원까지 더하면 660억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6년 7월 560억원, 2008년 12월 900억원 등 두 차례에 걸쳐 1천460억원을 금융기관에서 빌렸다.

이유는 공사비 부족이고, 태백시가 지급보증을 했다.

애초 태백시 출자계획금액의 4배를 공사 기간에 다 쓴 꼴이다.

돈 없다며 여기저기에 손 벌리던 태백관광개발공사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광고, 협찬 등 홍보비로만 82억원을 썼다.

한 해 평균 27억원이 넘는 액수이고, 2008∼2010년 3년 연평균 매출의 26%다.

'왕창 빚내 펑펑 쓰는' 방만경영의 전형으로 지적받는 이유다.

연구용역에서 '경제성 있다'고 분석된 태백관광개발공사는 영업을 시작하자마자 적자였다.

회원권도 팔리지 않았다. 태백관광개발공사는 회원권 판매를 위해 2009년부터 2010년까지 2년간 골프장 초청행사를 했다. 총 810회에 걸쳐 3천128명을 초청했다.

그러나 판매 실적은 고작 32계좌였다. 행사 초청자 100명 가운데 고작 1명만이 회원권을 산 꼴이다.

옛 태백관광개발공사 골프장
옛 태백관광개발공사 골프장

시민 혈세가 다시 투입됐다. 2009년 57억원, 2010년 60억원 등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매년 수백억원에 이르는 영업적자는 계속됐다.

정부는 2010년 3월 법인 청산 명령을 했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영업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법인 청산 명령과 함께 유동성 위기가 본격적으로 닥쳤다. 은행 이자 연체, 전기료 체납, 직원 월급 미지급 등이 일상화됐다. 회원권 반환 요구, 지급명령, 가압류 등 채권자 소송도 잇따랐다.

태백시는 2011년 39억원, 2012년 53억원 등 또다시 공적자금을 쏟아부었다.

강원랜드 출연금 150억원과 강원도비 출자금 30억원도 투입했다.

시 예산을 긴급자금으로 지원받고 빚으로 급한 불을 끄는 '하루살이' 경영이 반복됐다.

2014년 8월 태백시는 파산 위기에 처한 태백관광개발공사 후폭풍에 휩싸였다. 태백시는 지급보증한 태백관광개발공사 채무 1천761억원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51.6%로 치솟았다.

눈 만드는 옛 태백관광개발공사 스키장
눈 만드는 옛 태백관광개발공사 스키장

재정위기 지자체 1호 지정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태백시는 초긴축 재정운용에 들어갔다.

석탄산업 사양화로 침체한 지역경제가 더 위축됐다. 6월 말 현재 태백시 채무는 727억원이다. 모두 태백관광개발공사 빚이다. 내년부터 150억원씩 갚아도 5년이 걸린다.

150억원은 태백시 1년 총예산의 5%에 가까운 액수이고, 공무원 인건비 등을 제외한 연간 순수 사업성 예산과 비교하면 10% 규모다.

태백관광개발공사는 올해 초 민간기업에 매각됐다. 태백시는 782억원을 매각대금으로 받아 모두 빚을 갚는 데 썼다.

태백시민연대 정득진 사무국장은 28일 "그간 투입한 엄청난 예산 그리고 앞으로 갚아야 할 빚 모두가 시민 복지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쓰일 돈"이라며 "비전문가 공무원이 주도한 무책임한 투자로 인한 고통은 모두 시민 몫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도 책임을 지거나 사과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허탈해했다.

b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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