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美특허기업에 세금 한푼 못거둘 판…國富 3조5천억 증발 우려

송고시간2016-09-25 06:05

'특허괴물' NTP도 "법인세 21억 돌려달라" 소송…분쟁 잇따를 듯

2011∼2015년 국내서 미국에 준 특허사용료 23조5천억원 추산

대법원 "세금 못거둬" vs 정부 "판례, 국제기준 안맞아…세법 존중해야"

(세종=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 최근 '특허괴물'로 불리는 미국 기업 엔티피 인코퍼레이티드(NTP)가 법인세 수십억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시작으로 국내에서 벌어들인 특허사용료에 대해 세금을 납부해온 미국 기업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한국이 토해내야 하는 세금이 지난 5년간만 따져봐도 3조5천억원을 넘는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정당한 과세를 위해 8년 전 법까지 개정해놨지만, 법원은 미국 기업에 유리한 25년 전 판례를 고수하고 있어 향후 소송을 통해 거액의 국부유출이 시작돼도 국세청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5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법조계에 따르면 NTP는 최근 세무당국을 상대로 법인세 21억원에 대한 경정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국내 대기업이 NPT 특허를 사용한 대가로 지급할 로열티에서 일부를 먼저 떼어 법인세로 한국 국세청에 원천징수로 납부한 것을 돌려받겠다는 것이다.

'특허괴물'로 불리는 NTP는 보유하고 있는 각종 특허에 대한 로열티로 수익을 벌어들이는 일종의 특허관리전문회사(NPE)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을 대상으로 특허 사용대가를 요구하며 무차별 소송을 제기하면서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졌다.

이와 관련, MS도 최근 삼성전자에서 지급받은 특허사용료 수익에 대해 납부한 법인세 6천340억원을 환급해달라며 지난달 국세청에 경정청구를 했다.

이에 세무당국은 NTP와 MS의 움직임을 신호탄으로 미국 기업들의 세금환급 요구가 쇄도할까 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내 IT 제조기업이 스마트폰 및 컴퓨터를 제조하는데 사용되는 많은 핵심 특허기술은 MS나 퀄컴, IBM 등 미국 회사가 보유한 상태다.

이 때문에 매해 해외로 지급되는 특허 사용대가의 약 80%가 미국에 집중된다.

작년 처음 발표된 한국은행과 통계청의 '지식재산권 무역수지' 자료를 분석해보면, 2015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특허권을 사용한 대가로 미국에 지급된 금액은 5조8천159억원이다. 이는 미국에 지급된 전체 지식재산권 수입 규모의 63%다.

여기에 한·미 조세조약상 사용료소득 제한세율인 15%을 적용하면 이 가운데 국세청에 걷힐 세금은 8천724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방식으로 따져보면 2011∼2015년 5년간 발생한 사용료는 약 23조5천56억원, 같은 기간 미국 기업이 한국에 냈어야 하는 세금은 모두 3조5천258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국내에서 특허사용료를 둘러싼 세금 분쟁이 벌어지면 대법원은 한미 조세조약상 불분명한 일부 규정을 근거로 미국 기업에 과세할 수 없다는 입장을 1992년 판례 이래 고수해오고 있다.

특허 사용료가 지급된 지역의 과세관청이 세금을 물릴 수 있다는 원칙(지급지주의)이 통용되는 대부분의 국가와 달리 한미 조세조약은 특허권이 국내에서 사용되는 경우에만 과세할 수 있다는 기준(사용지주의)을 따른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미국에 등록된 특허의 사용 대가에 국내에서 세금을 매길 수 없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각국에 등록된 특허는 그 나라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특허법상의 '속지주의'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반면 법원 논리대로라면 국내에서 사용된 특허권이 없다는 모순적인 결론에 이르는 것이 기재부와 국세청의 지적이다.

미국 기업이 특허기술을 대가로 거액의 사용료를 받아가고 있는 게 엄연한 경제적 현실인데도, 이와 전혀 동떨어진 결론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또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미국 특허기술 사용 대가를 제조원가에 포함한 뒤 세법상 비용으로 처리하는 절차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런 대법원 해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적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고 꼬집고 있다.

사실 기재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2008년 법인세법을 개정했다.

국내에 등록되지 않은 특허권이라고 해도 국내에서 제조·판매 등에 사용됐다면 그 대가에 세금을 매길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분명히 규정했다.

국세청도 과세 근거가 명확해졌다고 보고 미국 기업들로부터 적극 세금을 거두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법원은 미국 기업이 제기하는 소송마다 전부 국세청 패소로 판결을 내리고 있다.

법인세법 개정 이후 제기된 소송 9건 가운데 5건은 이미 대법원에서 세금 전액을 환급하라는 확정판결이 나왔고, 나머지 4건은 진행 중이다.

최근 국세청이 MS의 경정청구 건에 환급 불가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 만큼, MS가 소송을 제기해 세금을 돌려받을 경우 퀄컴과 IBM 등 대형 미국 기업들이 잇따라 환급청구 대열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 관계자는 "문제의 발단이 된 한미 조세조약 조항을 바꾸기 위한 시도도 여러차례 있었지만 현재는 논의가 잠정적으로 중단됐다"며 "소송에 대응하는 논리를 보강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미국 법인들이 수조 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세금을 환급해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논문에서 "조세조약 해석상 국내 세법의 지위에 관한 국제적 원칙에 비춰보면 2008년 도입된 규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해 (판례 변경 가능성 등을) 얘기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dk@yna.co.kr

<표> 연도별 특허사용료 및 추정세수 (단위 : 억원)
2011년2012년2013년2014년2015년합계
미국 지식재산권
무역 수입수지
56,73575,05084,97570,77692,443379,980
미국 특허권 관련
무역 수입수지
35,743*47,282*53,534*40,33858,159235,056
추정 세수5,3617,0928,0306,0518,72435,258
※ 자료 : 한국은행, 특허청
※ 해당 연도별로 연평균 환율 적용
※ '*'는 2015년 지재권 대비 특허권관련 비율(65%) 적용해 산출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