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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D-3> 고급식당 '예약절벽'…골프장은 명암 엇갈려

송고시간2016-09-25 07:00

룸살롱 등 유흥업소 긴장…화훼·대리운전업계 "불똥 튈라"

(전국종합=연합뉴스) 맹찬형 옥철 김인유 임기창 이재림 기자 =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의 본격 시행을 목전에 두고 고급 식당과 골프장, 유흥업소 등 관련업계에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서울 광화문, 세종시, 대전 등 정부청사가 몰려있는 지역과 여의도 일대, 서초동 법조타운 인근의 고급 식당들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오는 28일 이후 예약률이 급감해 '예약절벽' 사태를 맞고 있다.

회원제 골프장 역시, 부킹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곤 했던 예년의 가을시즌 호황은 이제 옛말이 됐다.

'시범 케이스에 걸려선 안된다'는 인식이 공무원 사회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면서 외부인과의 약속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김영란법이 실물경제에 몰고올 '한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대전의 한 고깃집에 등장한 저가 메뉴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대전의 한 고깃집에 등장한 저가 메뉴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정부청사 인근 음식점 예약 끊겨

정부청사 인근에 있는 음식점들은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법이 시행되는 28일 이후 예약이 급감했고, 일부 식당은 아예 예약이 '0'건인 곳도 있다.

특히 고급 식당의 경우 재료 원가 자체가 높아 무작정 단가를 조절하기도 어려워서 매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인분 코스 요리 가격이 5만원 이상인 세종시 어진동의 한 복요리 전문점 관계자는 "보통 부처 오찬이나 만찬 등 단체 손님이 많은데 28일 이후엔 예약이 거의 없다"며 "품질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단가가 낮은 복어로 대체하는 등의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서울청사가 있는 서울 광화문과 여의도 국회 일대 음식점들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종로구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저녁에 주로 1인분에 4만~5만원대 주안상을 찾는 손님들이 많은데 10월엔 예약이 체감상 40% 이상 줄어든 것 같다"며 "메뉴 단가 등을 고민 중이긴 한데 일단 법 시행 이후 상황을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의도의 유명 중식당 관계자는 "이맘때 쯤되면 통상 10월 중순 전까지 예약이 들어와야 정상인데 올해는 예약이 거의 0건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대전의 전복요리 전문점의 '예약 노트'는 추석 이후 빈칸이 점점 늘고 있다.

이 식당 주인은 "식사 시간대 직전에는 다른 일을 보기 힘들 정도로 예약문의 전화가 왔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며 "대부분 음식점 분위기가 비슷할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정부대전청사 인근 한정식집도 요즘 손님이 평소보다 10∼20%가량 줄었다.

이 식당의 한우 꽃등심 코스는 8만5천원, 보리굴비 코스는 4만2천원으로 식사접대 상한을 훌쩍 뛰어넘는다. 싼 메뉴를 내놓는 것도 고려하고 있지만, 일단 추이를 살피고 있다고 식당은 전했다.

세종특별자치시 한우전문점은 하루 매출액이 700만∼800만원에서 최근 100만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쇠고기만으로 승부했던 이 식당 주인은 "김영란법에 직격탄을 맞았다"고 표현했다. 그는 "1만5천원짜리 점심특선도 만들었지만, 손님이 안 오니 소용없다"며 "이 상태로 가다가는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했다.

1980년대 문을 연 부산 수영구의 횟집은 주말 기준 예약 건수가 평소 절반에도 못 미쳐 울상이다.

또 부산시청사 앞 고급 고깃집은 "예약문의 자체가 30% 넘게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공무원 손님들이 "이제 쇠고기 먹기 힘들겠다"며 농담처럼 건네는 말에도 가슴이 서늘해진다고 식당 관계자는 전했다.

일부 식당들은 김영란법 시행령이 허용하는 식사가액 3만원에 맞춰 새로운 메뉴를 내놓으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가장 저렴한 정식코스가 5만5천원인 서울 서초구의 고급 일식집은 1인분에 2만9천원짜리 '김영란 정식'을 메뉴판에 추가했다. 단 사전 예약 및 10명 이상 단체주문 시에만 가능하다.

세종시의 갈빗집은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고기 구워주는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인건비를 줄이는 대신 '고기 잘 굽는 법 안내문'을 붙여 뒀다.

김영란법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곳도 등장했다.

불고기 전문 체인점 불고기브라더스에서는 메뉴판에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만들기에 함께 한다'는 안내 문구와 함께 2인분에 5만9천800원, 3인분에 8만6천900원인 '스키야키 불고기 세트'를 출시했다.

1인당 3만원 이하 메뉴에는 '김영란'이라고 적힌 원형 마크를 붙였다.

고급 레스토랑이 있는 호텔들도 예약이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호텔 서울의 10월 레스토랑 예약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감소했다. 이 중 일식당은 30% 감소했다. 재료 단가가 높은 일식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호텔은 보고 있다.

웨스틴조선호텔이 운영하는 연회장 뱅커스클럽은 오찬·만찬 모임의 비중이 높은 탓에 28일 이후 예약 급감을 우려하고 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뱅커스클럽에서 28일부터 3만원 메뉴를 선보이기로 했다"며 "도시락 등 간단하고 저렴한 조찬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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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장 10월 첫 주말 부킹은 'OK'…이후가 문제

김영란법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됐던 골프장업계는 법 시행 후 첫 주말인 10월 1~3일 예약이 대부분 채워져 일단 안도하는 표정이다.

수도권 소재 회원제 A골프장 관계자는 "다소 예약 문의가 줄어들긴 했지만, 눈에 띌 정도는 아니다"며 "일단 10월 첫 주말 연휴까지는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예약이 차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가 짧아지고 라운딩할 수 있는 팀의 수가 제한돼 부킹전쟁이 벌어지곤 하던 예년의 가을 시즌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경기지역 B컨트리클럽 관계자는 "가을이면 부킹해달라는 부탁 전화를 자주 받곤 했지만, 올해는 김영란법의 영향 때문인지 그런 문의가 없었다"며 "무난하게 부킹이 이뤄지는 상황이 과거와 다르다면 다른 점"이라고 전했다.

수도권의 회원제와 고급 대중제 골프장은 예약이 감소한 데 비해 그린피가 저렴한 대중제 골프장의 예약은 증가하는 추세가 뚜렷했다.

인터넷 골프장 예약업체 엑스골프에 따르면 수도권의 고급 대중제인 A골프장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6%가 줄었으나, 저렴한 대중제인 B골프장은 108%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밖에 대다수의 대중제 골프장은 10월 첫째주 예약률이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제 골프장의 예약률은 감소세가 뚜렷했다. 수도권의 회원제 C골프장은 48%, D골프장은 37.6% 각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골프장 업계는 당장의 상황보다는 중장기적인 내장객 감소를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접대골프 약속이 현저히 감소하고 있어 결국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당장 주요 대기업들이 접대골프 일정을 잡지 않고 있고, 접대 대상인 공무원 등은 김영란법 시행 초기 이른바 '시범 케이스'가 되지 않기 위해 골프장 출입을 하지 않을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대기업 대관담당 임원인 K씨는 "요즘 분위기에 접대골프하러 필드에 나갈, 간 큰 공무원이 몇이나 되겠느냐"며 "회사 차원에서도 접대골프는 당분간 하지 않도록 내부 지침이 내려왔다"고 말했다.

골프장 업계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공무원, 언론인, 교직원 등의 라운딩이 줄어들면서 매출 감소에 미칠 영향은 10~15% 정도로 보고 있다.

경기도 소재 C골프장 관계자는 "접대골프가 사라지면 10~15%, 많게는 20% 정도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데 이를 메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한편 김영란법 시행 전 마지막 주말인 24일과 25일에는 골프장마다 예약이 꽉 차는 현상이 빚어졌다. 법 시행 이후에는 하지 못할 골프를 마지막으로 쳐야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용인의 회원제 골프장은 24일과 25일 각각 150개 팀의 예약이 끝났고, 수원의 회원제 골프장 역시 토요일 152개팀, 일요일 128개팀의 예약이 꽉 찼다.

◇ 룸살롱 등 유흥업소 '초긴장'

종종 음성적인 접대 공간으로 이용돼온 룸살롱 등 유흥업계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 선릉역 인근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법 시행이 며칠 더 남았는데도 손님이 살짝 빠지는 추세"라면서 "룸 상석을 차지하던 공무원들이 요즘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무원과 기업체 직원들이 주로 찾는 서울 광화문 일대 고급 주점도 손님이 줄어들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주점 사장은 "우리 가게에는 제 돈 내고 술 마시는 단골이 많아서 큰 타격은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단골 손님 중에서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당분간 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연락하는 분들이 있는 걸 보면 영향이 있기는 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전망도 있다. 강남에서 룸살롱 '상무'로 일하는 A씨는 "지하경제는 지상과 별도로 돌아가는 거 아닌가"라며 "김영란법이 시행돼도 룸살롱은 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운전업계는 불똥이 튈까 봐 걱정이다.

김종용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장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대리운전이 가장 많은 강남 고급 룸살롱이나 고급식당의 주문이 많이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화훼업계는 축하난을 비롯해 꽃을 주고받는 문화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서울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모(40)씨는 "3개월 사이에 체감 매출이 30% 급감했다"며 "김영란법이 정식 시행되면 꽃을 주고받는 것을 불안해하고 스승의 날이나 어버이날에 꽃 주는 문화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원협회는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가격대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한편 시행령 개정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문상섭 한국화원협회장은 "김영란법 시행 전에도 2011년 공직자 윤리강령 시행 이후 매출이 반 토막이 나 꽃집 수가 급감했는데 이번에는 더 큰 매출 감소가 불 보듯 뻔하다"며 "우선은 화훼인들이 선물 비용 5만원, 경조사 비용 10만원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동시에 국회나 정부에 선물, 경조사 비용한도를 완화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21일 충북 충주시청에서 열린 김영란법 강의
21일 충북 충주시청에서 열린 김영란법 강의

◇ 대기업·경제단체 등 김영란법 '열공'

주요 대기업들은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지난 7~8월부터 그룹 사장단, 계열사 등으로 나눠 설명회를 열고 CEO급부터 현장 실무자까지 집중 전파교육을 하는 데 열을 올렸다.

일부 대기업은 국민권익위원회, 대형 로펌 등으로부터 사례 연구까지 해가며 '열공'을 했지만, 여전히 모호한 면이 많아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불확실성이 커져 대관·홍보 활동이 초기에는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은 지난 21일 수요 사장단협의회에서 법무팀으로부터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식사하거나 선물할 때 달라지는 점 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LG전자는 임직원들에게 사내 온라인교육시스템 '러닝넷'에 접속해 권익위가 안내하는 사례를 반복해서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서울, 구미, 파주 전 사업장에서 임원부터 실장, 팀장, 계장, 반장까지 대상으로 한 전파교육을 총 10회나 연다.

SK그룹 각 계열사는 지난달 회사별로 매뉴얼을 배포하고 김영란법 저촉 사례를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동영상을 배포했다.

경제단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김앤장 등 6개 로펌과 손잡고 대응방안을 찾았다. 지난주에는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을 초청해 CEO 조찬회도 열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회원사를 상대로 김영란법 관련 기업윤리학교ABC를 열어 대응전략을 안내했다. 무역협회는 법무법인 태평양과 청탁금지법 온라인 상담센터를 개설했다.

mangel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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