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순직한 아버지 이어 17년째 '소방관 요람' 지키는 아들

송고시간2016-09-25 08:11

서울소방학교 추병현씨…'父子 합쳐 30년 인연'에 감사패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 소방공무원을 교육하는 서울소방학교를 아버지에 이어 17년째 지키는 이가 있다.

25일 서울소방학교에 따르면 그 주인공은 청원경찰 추병현(41)씨다.

추씨는 1999년 11월부터 정문 옆 초소에서 학교를 지키고 있다. 한 번 근무할 때마다 24시간 꼬박 학교를 지키고, 이상이 없는지 틈틈이 순찰한다. 그동안 이곳을 거쳐 간 '소방 꿈나무'만 어림잡아 수백 명은 넘을 터다.

추씨의 아버지는 학교 교내 한편에 조성된 소방충혼탑에 그 이름이 올라가 있다. 바로 17년 전 이맘때인 1999년 9월 서울소방학교에서 순직한 고(故) 추만철씨가 그의 아버지다.

1986년 12월부터 13년간 기능직 공무원으로 이곳에 몸담았던 아버지는 기계와 보일러 등을 손보는 설비 업무를 해왔다.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 관련 전공을 살려 여행 가이드나 무역업계 종사를 꿈꾸던 추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한동안 경황이 없었다고 한다.

추씨는 "아버지는 특별한 지병은 없으셨지만, 근무 중 돌아가셔서 순직이 인정됐다"며 "아버지 이름도 새겨진 소방충혼탑은 순찰 코스에 포함돼 있어 매일 돌아본다. 늘 주변에 아버지를 기린 조형물을 두고 있는 셈"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아버지를 떠나보낸 지 2개월 뒤 마침 청원경찰 한 자리가 비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당시만 해도 젊은 청원경찰이 흔하지 않아 망설이기도 했지만, 고민 끝에 제복을 입게 됐다.

추씨는 "아버지는 생전에 언제나 부지런한 분이었다"며 "쉬는 시간에도 틈틈이 영어와 한자를 들여다보는 등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고 되돌아봤다.

아버지가 땀 흘려 일하던 곳에서 제복을 입게 된 소감이 복잡 미묘할 듯도 하지만, 소감을 묻자 의외로 '감사하다'는 소박한 대답이 돌아왔다.

추씨는 "처음에는 주변 동료들이 나름대로 생각해준다고 아버지 이야기를 꺼낼 때 기분이 복잡했다"면서도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소방 쪽은 제복을 입고 근무를 하다보니 딱딱한 분위기일 것 같지만, 실제로 일해보니 다들 친절하고 쿨하다"고 말했다.

그가 17년간 지켜 온 교문을 드나든 교육생들은 어느덧 모두 어엿한 소방공무원이 돼 시내 어딘가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있다. 지난 세월을 겪으며 기억에 남는 일화도 있을 터였다.

추씨는 "소방공무원을 바라고 이곳에 들어온 사람들은 높은 사명감이 있는 이들이 많더라"며 "지금도 내가 군에서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나도 흰 머리가 드문드문 보여서 깜짝깜짝 놀란다"고 말하며 멋쩍게 웃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는 2011년 7월 폭우로 큰 인명·재산 피해를 냈던 우면산 산사태를 꼽았다. 학교로 올라오는 길이 누런 진흙 물로 '물바다'가 돼 사람이 떠내려가던 것을 그와 다른 청원경찰이 구해낸 일이다.

추씨는 "도로가 완전히 물에 잠기는 바람에 오가지 못해 발이 묶인 사람도 많았다"며 "당시 워낙 매우 놀라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가 1986년부터 이곳에서 일했으니, 부자가 학교에서 일한 지도 어느덧 30년이 됐다. 1986년 9월은 마침 서울소방학교가 문을 연 때이기도 해 학교 역시 서른 번째 생일을 맞았다.

서울소방학교는 22일 30주년 행사를 열고 이를 기념해 추씨에게 감사패도 전달했다.

"감사패를 받은 소감이요? 제가 나이가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라서 그런지 연단에 올라가려니 쑥스러웠습니다. 아버지가 하신 말씀도 기억이 납니다. 잘하라고 이야기하기보다는 항상 부지런하게, 그리고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서울소방학교 추병현 씨
서울소방학교 추병현 씨

서울소방학교 30주년 기념식에서 감사패를 받는 추병현 씨
서울소방학교 30주년 기념식에서 감사패를 받는 추병현 씨

tsl@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