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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야자가로수 올초 한파에 시름시름…"올겨울 걱정"

송고시간2016-09-25 07:30

냉해로 2천700여그루 가지치기…20여그루 말라죽어

"이상기후로 더 덥고 추워져…향토수종 심자 의견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시 문예회관 앞 교차로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가령로와 승천로 1.2㎞ 구간.

한파 피해 전후 가로수길
한파 피해 전후 가로수길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지난 1월 제주에 불어닥친 기록적인 한파로 인해 열대, 아열대성 식물인 야자수가 냉해로 말라 죽어 베어졌다. 제주시 가령로의 야자수가 한파 피해를 당하기 전(사진 위)과 후(사진 아래)의 모습. 제주시 문예회관 앞 교차로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가령로와 승천로 1.2㎞ 구간에서 20여 그루가 고사했다. 2016.9.25

미국 대표 휴양지 하와이처럼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야자(워싱턴야자) 가로수들 사이로 밑동이 잘려나간 나무들이 이가 빠진 듯 듬성듬성 보였다.

하늘로 높이 뻗은 야자수들은 어림짐작으로도 10여m가 돼 보였지만 이들 중 20여 그루가 말라 죽어 베어졌다.

그나마 몸을 온전히 보전한 다른 야자수들 역시 이파리가 누렇게 변해 축 늘어져 있거나 가지치기 돼 몸통 줄기만 볼품없이 서 있었다.

지난 1월 제주에 불어닥친 기록적인 한파로 인해 열대, 아열대성 식물인 야자수가 냉해를 입은 것이다.

야자수들이 냉해 때문에 예년과 달리 일찍 말라가기 시작하자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3월부터 가지치기를 시작하는 등 관리에 들어갔지만, 일부 야자수들은 수개월이 지나도록 새순을 내지 못하고 고사해버렸다.

이 기간 가지치기한 야자수만 제주시 1천300여 그루, 서귀포시 1천400여 그루에 달한다.

제주에는 모두 6만7천539그루(제주시 3만9천257그루·서귀포시 2만8천282그루)의 가로수가 있는데, 이중 야자수는 3천594그루(제주시 1천325그루·2천269그루)다.

이는 제주도 내 가로수에 해당한 공식적인 기록일 뿐이며, 골프장과 주요 사설 관광지 등 사유지에 심어진 야자수들까지 더하면 냉해로 고사한 나무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냉해로 잘린 야자수
냉해로 잘린 야자수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지난 1월 제주에 불어닥친 기록적인 한파로 인해 열대, 아열대성 식물인 야자수가 냉해로 말라 죽어 베어진 모습. 제주시 문예회관 앞 교차로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가령로와 승천로 1.2㎞ 구간에서 20여 그루가 고사했다. 2016.9.25

실제로 서귀포 일부 골프장의 경우 야자수를 베어내기도 했다.

올 초 제주에는 이상기온으로 대설·강풍·한파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기온이 뚝 떨어져 최젓값 경신이 속출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월 24일 제주(제주도 북부)의 최저기온은 영하 5.8도로, 영하 6도까지 떨어졌던 1977년 2월 16일과 영하 5.9도까지 떨어졌던 1977년 2월 15일에 이어 3번째로 낮았다.

또 서귀포(남부)는 영하 6.4도, 고산(서부)은 영하 6.2도까지 떨어져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낮은 기온을 보였다.

성산(동부)도 최저기온이 영하 6.9도까지 떨어져 1990년 1월 23일(영하 7도)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이처럼 영하 5도 이하의 기온이 하루 이상 지속하면 야자수와 같은 열대, 아열대성 식물은 고사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누렇게 마른 야자수
누렇게 마른 야자수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지난 1월 제주에 불어닥친 기록적인 한파로 인해 열대, 아열대성 식물인 야자수가 이파리가 누렇게 변해 축 늘어져 있거나 가지치기 돼 몸통 줄기만 볼품없이 서 있다. 2016.9.25

제주시 관계자는 "가령로∼승천로 구간은 남쪽으로 올라간 동산을 따라 북서풍을 정면으로 맞기 때문에 기록적인 추위와 바람으로 더욱 큰 피해를 본 것 같다"며 "겨울은 더욱 추워지고 있고 여름은 훨씬 무더워지고 있어 앞으로 이러한 이상기온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971년 야자수를 제주에 심어 길러온 한림공원 관계자는 "생장점이 하나인 야자수는 새순이 돋아나면서 계속해서 수직생장을 한다. 그러나 순이 죽어버리면 더는 어찌할 방법이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죽은 잎을 제때 맞춰 가지치기하고 비료도 주는 등 한파에 대비해 연중 관리를 하면서 추위에 견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부 시민들은 야자수를 가로수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모(45·여)씨는 "관광지로서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제주에 야자수를 심었지만, 당장 눈으로도 보이듯 나뭇잎이 말라 죽어 축 늘어지고, 전깃줄과도 어지럽게 얽혀 미관상 좋은 점을 모르겠다"며 "제주 정서와 환경에 맞는 고유의 수종을 가로수로 선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깃줄과 어지럽게 얽힌 야자수
전깃줄과 어지럽게 얽힌 야자수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시 가령로 일대 심어진 야자수들이 전깃줄과 어지럽게 얽혀 있다. 2016.9.25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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