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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D-3> 숨죽인 공직사회…"만남 꺼리고 몸조심"

송고시간2016-09-25 07:00


<김영란법 D-3> 숨죽인 공직사회…"만남 꺼리고 몸조심"

드디어 나왔다! '김영란 정식'
드디어 나왔다! '김영란 정식'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6일 앞둔 22일 서울 종로구 해우리 광화문점에서 직원이 '김영란 정식'을 선보이고 있다. 해초바다요리브랜드 해우리는 1인 기준 2만9000원인 해우리 저녁 특정식 '란이한상'을 오는 29일부터 하루 5팀 한정으로 판매한다. 2016.9.22
saba@yna.co.kr

(세종·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김용래 김동호 박초롱 기자 = "일 매출이 평소 200만원 정도였는데 김영란법 얘기가 나온 이후로는 30만∼50만원으로 줄었습니다. 실제 법이 시행되면 얼마나 더 줄지 예상조차 힘듭니다."(정부세종청사 인근 A 음식점)

"자유주의 시장경제에서 '불법'을 저지르면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개인 간에 얼마 이상인 밥은 먹지 말라고 정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봅니다. 그러나 '악법도 법'이니 따를 수 밖에요"(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B 공무원)

"권익위 해석상 학부모가 건네준 커피 한 잔이나 음료수 한 병에도 학생에 대한 평가나 태도가 달라질 수 있어 불법이라구요? 도대체 교사들에게 얼마나 모욕감을 주고 싶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서울 시내 근무 중인 C 교사)

지난 수개월 간 무성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25일 관가에 따르면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태풍의 눈'에 들어간 것처럼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김영란법의 파장을 숨죽인 채 주시하고 있다.

'시범케이스'로 걸릴 것을 우려해 아예 점심이나 저녁 약속 자체를 잡지 않거나 민원인과의 만남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공무원이야 행동이 불편할 뿐이지만 인근 식당 등 자영업자들은 이미 불어닥친 경제적 타격에 한숨부터 쉬는 모습이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 등 대응책을 마련한다고는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만큼 '생존의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 시행 코앞인데 여전히 모호한 법…공직사회 혼란 가중

김영란법 시행을 코앞에 둔 관가는 이미 부처별로 법조인 등을 초청, 김영란법의 구체적 내용 및 해석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청렴 교육을 실시하는 곳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기업이나 민원인과의 만남이 잦을 수 밖에 없는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세종청사 내 주요부처들은 직원들 단속에 부쩍 신경쓰고 있다.

기재부는 아예 김영란법을 주제로 한 휴대전화 통화연결음(컬러링)을 제작해 직원들에게 배포했다.

업무 특성상 외부인들과의 만남과 연락이 잦을 수 밖에 없는 예산실 직원들과 민원인들이 서로 불편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자는 취지에서다. 박춘섭 기재부 예산실장이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 모호한데다 권익위의 해석 또한 사례마다 달라 공무원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법과 시행령을 통해 적용대상과 사례를 명확히 알 수 있는 대부분의 경우와 달리 김영란법은 시행령을 봐도 어떤 것은 할 수 있고 어떤 것은 법에 저촉되는지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세종시 내 한 정부부처 관계자는 "당장 다음주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는데 준비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국감은 하루 종일 진행되는 만큼 담당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은 물론 보좌진과 취재진도 하루 종일 국감에 참여한다.

통상 국감이 해당기관에서 열리면 구내식당 등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구내식당에서 제공하는 식사도 법에 어긋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국정감사 자체가 해당 부처와의 '업무관련성'이 있다는 해석이 있어 어떻게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한 상태다. 지금 같아서는 각자 알아서 밥을 먹고 오라고 해야 할 상황"이라며 "이런 공식 행사에 대해서도 권익위가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아 난감하다. 정부 내에서도 이런데 민간에서는 혼란이 더 클 것 같다"고 전했다.

이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아예 10월부터는 외부인사들과 약속을 잡지 않은 공무원들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공무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세종청사 인근 식당들이다. 이들 식당은 공무원들과 이들을 만나러 온 민원인들이 주 고객인데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인근 자영업자들도 이미 나름의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고심하는 모습이다.

한 고급식당은 1인 세트 2만9천원, 2인 세트 5만9천원 등으로 1인당 3만원 이하 정식 메뉴를 새로 개발해 별도 메뉴판을 내놓았다.

식당 관계자는 "일단 김영란법에 맞춘 메뉴를 만들었지만 실제 얼마나 영향이 있을지는 법이 시행돼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 깨끗한 10월 달력…식사약속은 '내부직원과'

사정은 정부서울청사 역시 다르지 않다.

점심·저녁으로 약속이 꽉 들어차 있던 금융위원회 1급 공직자의 달력도 28일 이후부터는 깨끗하다.

10월에 잡은 외부 약속은 단 1개, 그것도 업무 연관성이 없는 지인과의 저녁 식사 자리다.

그는 "김영란법 시행 초기에는 혼란이 많을 수 있기 때문에 연말까지 가급적 저녁 약속은 삼가고 점심은 직원들과 함께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부하 직원들에게 '문제될 만한 일은 웬만하면 하지말라', '식사 대접은 아예 받지말라'고 시시때때로 당부하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금융위 입장에선 특히 '공무수행사인(私人)' 문제가 특히 고민이다.

공무수행사인은 민간인이지만 공적인 업무를 맡은 사람으로, 부처가 만든 위원회에 참석하는 교수·기업인·금융인·변호사 등이 해당한다.

정부의 기금업무를 수탁하거나 외환 관련 업무를 하는 금융회사 직원도 공무수행사인이 될 수 있다.

청약저축·국민채권 발행은 공공기관인 주택도시보증공사와, 신용보증 업무는 신용보증기금과 함께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도시락을 먹으면서 회의를 하거나 커피를 대접받을 경우 법 위반이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아 금융위는 공무수행사인과 관련한 가이드라인까지 만들었다.

IBK기업은행[024110],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도 바싹 긴장하고 있다.

지난 7월 30일부터 '은행판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시중은행 직원들은 고객에게 3만원이 넘는 물품·식사, 20만원을 초과하는 경조사비를 줘도 된다.

준법감시인에게 누구를 대상으로 얼만큼을 썼는지 제대로 보고만 하면 위법이 아니다.

그러나 김영란법 적용을 받는 기업은행의 영업은 훨씬 복잡해졌다. 고객을 응대하는 등 직원들의 모든 일상 업무가 김영란법 적용을 받게 되면서 고객에게 선물 등을 아예 주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이 김영란법 시행을 기회로 삼아 기업은행 고객을 빼앗으려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 교육계 "크게 달라질 것 없어"…'시범 케이스' 걸릴까 최대한 조심

일선 초·중·고교들은 공·사립 구분 없이 교직원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김영란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사례와 함께 알려주는 등 법 시행에 앞서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공립학교와 사립학교가 김영란법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약간의 차이가 존재한다.

공립학교 교사는 교육공무원 신분으로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 일찌감치 포함됐지만, 사학의 경우 교직원을 공직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규제를 가하는 입법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우므로 적용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때 제기되는 등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장은 "지금 사학은 대부분 투명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과거 '부패사학'의 이미지와 일부 사학의 잘못된 행태가 부풀려져 비리의 온상으로 오해하는 시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법 적용대상에 사학 교직원까지 포함된 것은 유감이지만 김영란법 시행이 코앞에 닥친 만큼 법 시행 이후에 사학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가 고착화되지 않도록 더욱 철저히 교직원과 학부모를 상대로 법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직 교사들은 교단에서 촌지나 식사접대 요구 관행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김영란법이 시행되더라도 교단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학부모나 학생이 정성의 표시로 건네는 작은 과자나 선물을 별 생각 없이 받았다가 '시범 케이스'로 걸릴 수 있으므로 최대한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

지방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청에서 내려온 매뉴얼을 봐도 구체적인 내용에 들어가면 헷갈리는 부분이 많다"면서 "동료교사들 사이에서는 작은 음료수나 과자류도 아예 받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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