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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정호원 "어머니, 강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송고시간2016-09-17 12:58

낙상과 화마, 장애와 가난을 딛고 보치아 선수로 우뚝 선 정호원

해열제 투혼으로 감격스러운 패럴림픽 첫 금메달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보치아 선수 정호원(30·속초시장애인체육회)은 1986년 경기도 가평에서 홍현주 씨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넉넉하진 않았지만, 부동산을 하는 아버지와 지하철역 매점 일을 하는 어머니 밑에서 축복을 받으며 자랐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정호원은 그해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어머니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바닥에 떨어진 정호원은 그 충격으로 뇌병변 장애인이 됐다.

1995년 정호원은 다시 한 번 큰 풍파를 만났다. 원인 모를 화마가 집을 덮쳤다.

어머니 홍 씨는 몸이 아픈 정호원부터 감싸 안아 보호했다. 그사이 어린 나이의 형, 정상원은 전신에 화상을 입었다. 정상원 씨도 장애인이 됐다.

끝이 아니었다. 어머니와 형은 수차례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병원비는 정호원의 가정을 크게 흔들었다. 아버지는 자취를 감췄다.

정호원은 스포츠를 통해 장애와 불행을 이겨냈다. 1998년 보치아를 시작해 2002년 부산 아시아태평양 장애인경기대회 1위를 하는 등 눈부신 성과를 보였다.

그해 정호원은 특수교사 권철현 코치를 만나 함께 보치아를 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중간에 은퇴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정호원은 국내 간판선수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권 코치는 "칠레에 거주하는 후원자 이혜경 씨를 우연한 기회에 만나 도움을 받았다. 그 도움으로 (정)호원이가 계속 운동을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정호원과 권 코치는 세계무대를 휩쓸었다. 2009년 아시아선수권, 2010년 세계선수권, 2011년 월드컵 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랭킹 1위를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유독 패럴림픽 무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2008년 베이징 패럴림픽에서 개인전 동메달에 그쳤고, 2012 런던패럴림픽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호원의 이름 앞엔 '패럴림픽 트라우마'라는 꼬리표가 달렸다.

그래서 2016 리우패럴림픽도 무거운 부담을 안고 출전했다.

그는 13일(한국시간) 후배 최혜진(25), 김한수(24)와 함께 출전한 리우패럴림픽 보치아(장애등급 BC3) 2인조 결승 브라질과 경기에서 홈 관중의 야유 소리에 흔들려 2-5로 석패했다.

경기를 마친 정호원은 "주장인 제가 잘 못 했다.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이전 대회까지 한국 보치아는 패럴림픽 7회 연속 금메달 기록을 이어갔기에 정호원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설상가상으로 런던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최혜진과 세계랭킹 2위 김한수가 개인전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정호원은 결승전을 앞둔 16일 심한 열병 증세에 시달렸다. 몸이 엄청난 스트레스와 부담감,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는 해열제를 먹고서야 겨우 잠이 들 수 있었다.

결승전이 열린 1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카리오카 경기장 2는 브라질 현지 스포츠팬들로 가득 찼다.

정호원의 상대는 2008 베이징 패럴림픽 4강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안겼던 그리스의 폴리치로니디스 그레고리우스였다.

그는 1엔드에서 마지막 공까지 가는 접전 끝에 1점을 획득했다. 후공으로 진행된 2엔드에선 1구로 표적구에 붙은 상대 공을 쳐 내는 데 실패하면서 어렵게 경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정호원은 2구에서 침착하게 상대 공의 방향을 살짝 건드리면서 활로를 찾았다.

그리고 제한시간 2초를 남기고 6구를 굴려 상대 공으로 둘러싸인 표적구를 살짝 건드리는 데 성공했다. 정호원은 극적으로 추가 2득점을 올렸다.

그리고 3엔드에서 압도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보이며 5점을 추가해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최종 스코어는 8-1. 승리를 확인한 15년 지기 짝꿍 권철현 코치는 정호원을 안고 꺼이꺼이 울었다.

정호원은 힘겹게 오른팔을 하늘로 치켜들며 한을 풀었다.

경기 후 권 코치는 "(정)호원이가 엄청난 부담과 아픈 몸으로 결승전에 임했다"라며 "사실 경기 전날 호원이의 어머니가 보내온 응원 영상을 보여줬는데, 호원이가 하염없이 눈물을 쏟더라. 어머니의 응원이 호원이에게 큰 힘이 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정호원은 '어머니에게 드릴 말씀이 없느냐'라는 질문에 일그러진 얼굴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는 "어머니, 저를 강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이 평상시에도 장애인 체육과 보치아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패럴림픽> 보치아 금메달!
<패럴림픽> 보치아 금메달!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보치아 국가대표 정호원이 16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 카리오카 경기장 2에서 열린 2016 리우패럴림픽 보치아 혼성 개인전 (장애등급 BC3) 결승전에서 그리스의 폴리치로니디스 그레고리우스를 꺾고 우승한 뒤 권철현 코치에 안겨 환호하고 있다. 2016.9.17
kjhpress@yna.co.kr

<패럴림픽> 정호원 투구!
<패럴림픽> 정호원 투구!

(리우데자네이루=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보치아 국가대표 정호원(오른쪽)이 16일 오후(현지시간) 브라질 리우 카리오카 경기장 2에서 열린 2016 리우패럴림픽 보치아 혼성 개인(장애등급 BC3) 결승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2016.9.17
kjhpress@yna.co.kr

cyc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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