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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파문 10년> ① '문어·고래' 쓰나미에 휩쓸린 한국

송고시간2016-09-18 09:01

파칭코식 '대박' 게임…정권 실세 의혹 제기돼 초유의 파문

도박 게임 '무관용' 규제 여론 확립…檢 수사는 '용두사미'


파칭코식 '대박' 게임…정권 실세 의혹 제기돼 초유의 파문
도박 게임 '무관용' 규제 여론 확립…檢 수사는 '용두사미'

검찰 수사 발표에 등장한 바다이야기 게임 화면(자료)
검찰 수사 발표에 등장한 바다이야기 게임 화면(자료)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6년 여름. 문어·고래·상어가 나오는 게임이 한국을 흔들었다.

처음 보는 아수라장이었다. 국무총리가 '죄송하다'며 고개 숙였고 검찰은 거악(巨惡) 척결을 외치며 대형 수사를 시작했다.

당시 정권 실세가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국정감사에서는 '북핵'과 나란히 거론될 정도였다.

게임의 이름은 '바다이야기'. 한국 게임사에서 최악의 논란을 일으켰고 도박 게임에 대한 본격 규제를 불러온 촉매가 됐다.

바다이야기는 2004년 에이원비즈란 업체가 개발한 전자 게임이다. 4개 원판에서 돌아가는 해양 생물과 물고기 그림을 맞춰 상금을 따는 '릴 게임'으로 일본 파칭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도박 '칩'으로는 상품권을 썼다.

경찰에 적발된 바다이야기 게임기
경찰에 적발된 바다이야기 게임기

바다이야기는 2004년 12월 당시 게임물 규제를 맡던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에서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고 시중에 나왔다.

심의 과정에서는 '경품 한도 2만원 이상' '시간당 이용금액 9만원 이상' 등 사행성 한도를 넘지 않아 허가를 받았지만, 게임 소프트웨어(SW)를 통한 개·변조가 쉬웠다는 점이 화근이었다.

바다이야기는 '메모리 연타' '대박 예고' 등 기능을 통해 몰래 도박성을 부풀린 기기 수만대가 퍼져 전국 성인 게임장을 장악했다.

2005년 말께는 게임에 중독돼 재산을 날리고 폐인이 되는 사람들이 쏟아져 도박 게임에 대한 검찰 특별 단속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파문은 2006년 8월 급속도로 퍼졌다. 당시 갑작스럽게 경질된 유진룡 문화관광부 차관이 바다이야기 인허가를 반대하다 '정권 실세'와 갈등을 겪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

정국은 '혼란의 바다'에 빠졌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조카가 바다이야기 유통업체에 연루됐다는 주장이 나왔고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게임을 둘러싼 정관계 비리 의혹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한명숙 당시 국무총리는 2006년 8월 말 '사행성 게임의 악용 소지를 미리 못 챙긴 정부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했다. 야당은 같은 해 10월 국정감사 첫날 북한 핵실험 파문과 '바다이야기 게이트'를 함께 거론하며 공세를 폈다.

당시 언론보도에서 바다이야기 이야기가 빠지는 날이 거의 없었다. 주택가와 농어촌 곳곳까지 침투한 도박 게임의 병폐에 사람들은 기겁했다. 공분의 태풍이 불며 성인 게임장 산업은 사실상 초토화했다. 사행성 게임에 '무관용 규제'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이때 굳어졌다.

사행성 게임의 퇴출 법규도 마련됐다. 2007년 1월 개정된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다. 사행성 게임을 '합법적 게임' 범주에서 아예 제외하고, 등급을 보류해 유통을 차단한다고 못 박았다.

바다이야기 사태의 아수라장은 2007년 접어들며 정리됐다.

감사원은 2004∼2005년 문광부에서 게임 정책을 이끈 정동채 당시 장관과 배종신 차관 등이 직무유기 책임이 있다고 발표했지만, 이들은 모두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결론이 났다.

검찰은 권력형 비리 의혹을 저인망식으로 훑었지만 '거악의 고래를 잡겠다'는 목표와 달리 결과는 '잡어(雜魚) 포획'에 가까웠다. 기소 대상은 주로 게임·상품권 업자, 국장급 등 문광부 공무원, 조직폭력배, 브로커였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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