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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실적 쌓는다" 유혹에 보이스피싱 계좌 제공 60대 무죄

송고시간2016-09-16 08:30

법원 "범행 알고도 방조한다는 '고의' 인정돼야 처벌 가능"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금융권 거래실적을 쌓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 보이스피싱 일당에 계좌를 제공한 60대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단순히 속아서 계좌를 빌려줬을 뿐 범행 의도가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강산 판사는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A(6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자신의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준 뒤 이 계좌로 들어온 사기 수익금 총 1억2천여만원 중 일부를 인출해 범행 조직원들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보이스피싱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당신 명의가 타인의 사건에 도용됐으니 은행에서 계좌에 있는 잔고를 불러주는 금융감독원 관계자의 통장으로 돈을 보내라"고 속여 돈을 뜯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해 방조했다며 재판에 넘겼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김 판사는 "A씨가 어떤 불법적인 행위나 범죄에 가담하거나 이를 돕는다는 막연한 예상을 넘어 '보이스피싱 사기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라고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자신을 '대출업체 직원'으로 소개하며 A씨에게 "거래실적을 쌓아서 제1금융권에서 낮은 금리로 대출받게 해 주겠다"며 속인 점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실제 A씨 자신도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 140만원을 사기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은행 마감 전에 대출받기 위해 인지대에 필요한 돈을 빌려주면 곧바로 돌려주겠다"며 A씨에게 돈을 요구했다.

김 판사는 "A씨를 사기방조죄로 처벌하려면 보이스피싱 일당의 범행을 알고도 이를 방조한다는 고의가 미필적으로나마 있었다고 증명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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