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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 결정하는 도시풍경"…김지은 '변덕스러운 땅'展

송고시간2016-09-17 13:00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층아파트 그림이 전시장 한쪽 벽면을 가득 채웠다. 맞은편에는 레미콘 차량이 시멘트를 바닥에 쏟아놓고 그 사이에 걸린 대형 캔버스에는 오래된 콘크리트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 담겼다.

17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 시몬에서 전시 중인 김지은(39) 작가의 개인전 '변덕스러운 땅'은 자본의 움직임에 따라 그 용도와 풍경이 바뀌는, 말 그대로 '변덕스러운 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본의 추이에 따라 개발이 일어나기도 하고 폐허가 되는 장면을 포착한 것이다.

오래된 공장지대나 도심 주변부의 재개발 지역, 공사장에서 볼 수 있는 콘크리트나 비계, 컨테이너 건물이 작가의 작품에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작가의 이런 작업은 그의 작업실이 고양시 벽제에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김 작가는 "작업실 주변 지역이 계속 개발되고 있는데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새 물건을 팔기 위해 의도적으로 기존 물건을 진부화시킨다는 '계획된 진부화'라는 마케팅 용어가 떠오른다"며 "'재건축 연한 30년'이 말해주듯 한국에서의 건축은 이 계획된 진부화에 맞아떨어지는 '미래의 폐기물'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작가는 이어 "개발이 한창 진행 중인 벽제 같은 지역은 가건물의 땅이나 다름없다. 그러다가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돼 아파트가 들어서며 상전벽해와 같은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은 개인전 '변덕스러운 땅' [갤러리 시몬 제공]
김지은 개인전 '변덕스러운 땅' [갤러리 시몬 제공]

작가는 특히 건축이나 개발의 상징 격인 '콘크리트'에 주목, 작품 곳곳에 콘크리트의 물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직접적으로 콘크리트를 사용해 지은 건물이나 다리, 옹벽을 그리기도 하고 물감에 콘크리트를 섞어 그 독특한 질감을 살려내기도 한다.

김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가 단순히 건물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과정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012년 삼성미술관 리움의 '아트스펙트럼' 전시에서 용산 참사를 연상케 하는 망루를 설치했던 그는 이런 오래된 건물이나 가건물이 자리한 풍경을 통해 자본의 필요에 따라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비정규직의 삶을 대변한다.

작가도 전시 소개 글에서 '도시 내부에서 튕겨져 나온 것들, 도시 안으로 진입하지 못한 것들, 도시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하지만 가려져 있는 것들과 같은 변두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대 서양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미국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와 스코히건 회화 조각학교를 거친 김 작가는 두산연강예술상을 받는 등 미술계에서 작품성을 인정받는 젊은 작가다.

전시는 10월 28일까지.

문의 ☎ 02-549-3031

김지은 개인전 '변덕스러운 땅' [갤러리 시몬 제공]
김지은 개인전 '변덕스러운 땅' [갤러리 시몬 제공]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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