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조선왕실의 추석…제사 올리고 술·음악 곁들여 잔치

송고시간2016-09-13 17:04

추석제 올리다 신위판 떨어뜨려 유배 가기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15일 추석에, 대비전(大妃殿)에 진풍정(進豊呈)을 한 뒤에 백관과 명부를 모아 잔치할 것을 이미 예조(禮曹)에 일렀으나, 하루 안에 다 거행할 수 없으면 이튿날 거행하는 것이 어떠한가?"(중종실록 29권, 중종 12년 8월3일)

조선 11대 임금인 중종이 1517년 추석을 열흘 남짓 앞두고 오늘날 대통령 비서실격인 승정원과 추석맞이 진연(進宴)을 상의하는 장면이다. 하루로는 부족할 것 같다는 중종의 말에서 조선 왕실도 추석을 중요한 잔칫날로 여겼음을 엿볼 수 있다.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에 대한 기록은 신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 유리이사금 때는 추석 한 달 전부터 궁중에서 패를 갈라 길쌈을 한 뒤 추석날 술과 음식을 차려놓고 놀이를 했다. 이 잔치를 부르는 말인 가배(嘉俳)는 오늘날까지 추석의 다른 이름으로도 통한다.

조선 왕실은 선대 왕들에게 예를 갖춰 추석제(秋夕祭)를 올렸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임금들이 선조의 왕릉이나 위패를 모신 궁궐 내 사당에서 제사를 올린 기록이 여럿 등장한다.

조선왕실 제례 재현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선왕실 제례 재현 [연합뉴스 자료사진]

예치를 강조한 성리학을 통치이념으로 삼은 탓에 임금들은 추석제에 정성을 들였다. 세종은 1424년 이틀에 걸쳐 제사를 올린 뒤 "조금도 잘못된 점 없이 거행하였으니, 내가 매우 기쁘게 여기노라"라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절차를 중시한 만큼 뒤탈도 많았다. 나중에 영의정까지 오르는 윤은보는 연산군 때인 1497년 경복궁 내 문소전(文昭殿)에서 추석제를 집행하다가 신위판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노한 연산군의 지시로 의금부에 갇히고 유배까지 떠나게 된다.

조선왕조실록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선왕조실록 [연합뉴스 자료사진]

"불참한 자는 으레 모두 병을 청탁하니 만일 병이라 하여 추고(推考·죄를 캐물어 조사함)하지 않는다면, 조정 예의가 볼썽사나울 뿐만 아니라 제사를 지내는 예절에 있어서도 매우 미안합니다."

중종 때인 1531년 신하 몇몇은 병을 핑계로 추석제에 불참했다가 문책당하기도 했다. 명종 밑에서 영의정에 오르는 홍언필을 비롯한 관료 3명은 사헌부에 적발돼 이틀 뒤 징계성 인사가 났다.

그러나 궁궐 안에서도 엄숙한 제사 절차가 끝나면 술과 음악을 곁들인 잔치가 벌어졌다. 성종 21년 실록에는 당상관들에게 술 50병, 홍문관·예문관들에게는 30병을 내려 완월연을 베푼 기록이 나온다. 완월(玩月)은 달을 구경하며 즐긴다는 뜻이다. 성종은 "한 곳에 모이면 비단 땅이 협소하여 용납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위가 낮은 자는 반드시 마음대로 놀 수가 없을 것이니, 두 곳에 나누어 설치함이 편하겠다"며 훈련원·장악원 등 두 곳에서 연회를 열었다.

dada@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