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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지도자 되고 싶어요" 희귀병 앓는 채원이의 꿈

송고시간2016-09-16 08:00

해금·대금에 관심많던 17살 소녀, 희귀난치병으로 의식불명

병마와 싸우는 딸 뒷바라지…"병명없어 의료비 지원도 못받아"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엄마, 저는 국악 지도자가 돼서 전 세계에 아름다운 우리 소리를 알릴 거예요."

박채원(17) 양이 희귀난치병에 걸려 긴 잠에 빠져들기 전까지 어머니에게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채원이는 어렸을 적부터 국악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틈만 나면 집에서 국악을 듣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해금을 잡은 채원이는 금세 소질을 보였다.

대금 연주하는 채원이
대금 연주하는 채원이

(수원=연합뉴스) 지난 2014년 국립국악중학교 3학년 재학 중이던 박채원(17)양이 대금을 연주하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연합뉴스]

특별 레슨도, 과외도 받은 적 없었지만 국악 영재들만 모인다는 서울 강남에 있는 국립국악중학교에 입학해 대금을 전공했다.

뚜렷한 목표도 있었다.

국악 지도자가 돼 전 세계에 아름다운 우리 소리를 알리겠다는 것이었다.

그런 채원이는 신이 내린 선물과도 같은 존재였다. 비록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으나 국악에 혼신을 다하는 채원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어머니, 아버지는 기쁘고 행복했다.

그러나 절망은 하루아침에 찾아왔다.

2014년 8월, 방학을 맞아 경기 화성 동탄의 집으로 돌아온 채원이는 물건이 두 개로 보인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국악고 입학을 위해 실력을 갈고닦던 중요한 시기, 채원이에게 복시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점차 기력도 쇠약해져 갔다.

어머니는 채원이를 데리고 대형 안과, 서울의 대학병원, 국립암센터 등 다녀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병명은 병원마다 제각각이었다. 다발성경화증, 탈수초질환, 시신경척수염까지 난생 처음 들어본 진단이 내려졌다.

이는 모두 오진으로 판명 났고, 그 사이 채원이는 의식을 잃었다.

현재 채원이에게 내려진 진단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뇌염'이다. 채원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가끔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것뿐이다.

눈을 뜨지 못하는 시간이 길다 보니 속눈썹이 눈 안으로 자라 눈을 찌른다. 항생제를 투여하고 있으나 한계가 있어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채원이 어머니는 말한다.

병마와 사투하는 채원이
병마와 사투하는 채원이

(수원=연합뉴스) 지난 3월 경기 성남 소재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박채원(17)양이 휠체어에 앉아 잠들어 있는 모습.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연합뉴스]

밥을 떠먹일 수도 없다. 키 162cm에 몸무게는 48kg 밖에 나가지 않는 가냘픈 몸을 지탱해주는 채원이의 유일한 식사인 특수 분유는 위루관을 통해 들어간다.

더 큰 문제는 몸 전체의 근육이 뻣뻣하게 굳고 관절이 변형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막기 위해 지난해 7월 '바클로펜펌프' 수술을 했다. 약물을 주기적으로 주입할 수 있도록 배 부분에 펌프를 달아두는 것인데, 수술이 수반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생과 사를 오가는 채원이를 보는 어머니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다.

채원이 어머니는 "의식을 잃기 전 아이는 친구와 선생님을 보고 싶다고, 또 연말에 열릴 예술제에서 공연하고 싶다고 했다"며 "꼭 그렇게 될 거라고 말했는데, 약속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이어 "병명이 없는 희귀성 난치병이다 보니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도 없었다. 수시로 촬영해야 하는 MRI 비용만 한 번에 100만 원이 넘게 들었다"며 "수차례 각 기관에 민원을 넣었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 연락주겠다'라는 똑같은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채원이 어머니는 국악 지도자가 되겠다던 딸의 꿈을 이뤄주겠다고 다짐하며, 오늘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적을 기도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는 채원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고 모금을 시작하기로 했다.

모금은 기업은행 계좌 035-100411-04-331(예금주: 초록우산어린이재단)로, 문의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지역본부(☎ 031-234-2352)로 하면 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관계자는 "국내 사례가 없는 희귀난치병을 앓는 채원이에게는 매달 수백만 원의 의료비가 들어간다"며 "삶의 끝자락에 선 채원이를 위해 많은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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