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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에 '뿔난' 두테르테…"美·필리핀 '균열' 中 '어부지리'"(종합)

송고시간2016-09-13 19:49

"미군 철수해야…미·아세안 정상회의 일부러 불참"…자주외교 강조

'친미 반중 노선' 수정 논란… 美, 남중국해서 中 포위 견제전략 차질 예상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불과 몇 달 전까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에 맞서 끈끈한 연대를 과시하던 미국과 필리핀 사이에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신의 최우선 정책인 '마약과의 유혈전쟁'과 관련, 인권침해를 문제 삼는 미국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며 자주 외교노선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패권 확장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전략이 차질을 빚고 대신 중국이 이득을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AFP=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AFP=연합뉴스]

그는 12일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지역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한 데 이어 미국과의 정상회의에 일부러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8일 라오스에서 열린 미국·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를 두고 한 말이다. 필리핀 대통령실은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이 몸이 좋지 않아 불참했다고 설명했는데 거짓말이었던 셈이다.

그 전날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 정상들의 만찬에 앞서 오바마 대통령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잠시 만났을 때 인권 문제에 대해 '훈계'를 하자 미·아세안 정상회의 불참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올바른 방법으로 범죄와 전쟁을 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6일 예정된 미·필리핀 정상회담은 "(오바마가 필리핀의 마약 용의자 사살 정책에 관해 묻는다면) 개XX라고 욕할 것"이라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발언 파문으로 취소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8일 열린 EAS에는 참석해 미국의 필리핀 식민지배 시절인 1900년대 초 남부 민다나오에서 일어난 무슬림 학살 사건을 거론하며 미국이 인권 문제를 제기할 자격이 있는지 반문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게다가 미국이 2002년부터 민다나오에 파견한 군사지원단의 철수까지 돌연 요구했다. 미군이 현지 무슬림을 자극할 수 있고 반군단체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특수부대원으로 구성된 이 군사지원단은 납치와 테러를 일삼는 아부사야프 등 이슬람 반정부 무장단체 소탕전에 투입되는 필리핀군의 교육과 훈련을 지원하고 있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현지 언론에 "두테르테 대통령의 자주 외교 정책 지향을 반영한 것"이라며 미국과의 관계 재설정 의도가 있음을 내비쳤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필리핀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철수 요청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행보에 당혹해 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처드 헤이다리안 필리핀 데라살레대 교수는 "필리핀이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과 소원해지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중국과의 협상에서 입지가 약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필리핀이 미국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중국에 보여줘야 여러 카드를 갖고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헤이다리안 교수는 "미국은 정보, 군수, 훈련 등의 분야에서 필리핀에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며 미국의 지원 축소로 이어질 수 있는 양국 관계 악화를 우려했다.

안토니오 트릴라네스 필리핀 상원의원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미 성향이 안보정책 재조정의 토대가 돼서는 안 된다"며 "미군이 민다나오에서 필리핀군의 효과적인 작전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벨라 대변인은 논란이 커지자 두테르테 대통령의 미군 철수 발언은 정책이나 지시가 아닌 일종의 '경고'라고 한발 물러섰다.

2016년 4월 필리핀에서 실시된 미·필리핀 합동 군사훈련[EPA=연합뉴스]
2016년 4월 필리핀에서 실시된 미·필리핀 합동 군사훈련[EPA=연합뉴스]

지난 6월 말 취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친미 반중' 노선을 고수한 베니그노 아키노 전임 대통령과 달리 중국에 "적이 아닌 형제로 대해달라"며 적극적인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다.

최근 중국 관영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두테르테 대통령의 욕설 파장과 관련, "미국과 필리핀의 적대감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하는 등 중국으로서는 호재를 만났다는 분위기다.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미국은 1950년대 필리핀과 방위협정을 맺은 동맹국으로, 양국 관계는 바위처럼 단단하다"고 강조했지만, 미·필리핀 관계가 예전만 못한 것은 분명한 상황이다.

미국과 필리핀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2014년 미군에 필리핀 군사기지 이용을 허용하는 내용의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맺었다.

이 협정에 근거해 필리핀은 미군에 5개 군사기지를 제공, 24년 만의 미군 재주둔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친중 행보를 볼 때 실질적 협정 이행이 가능할지 불투명하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EDCA를 폐기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자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EDCA를 비롯해 다른 나라와 맺은 협정은 유지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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