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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지진 규모·시기 예측은 사실상 불가능"

송고시간2016-09-13 11:04

가스냄새·동물이동·구름 등 전조현상은 과학적 근거 없어

(대전=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한번 발생하면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초래하는 대지진을 미리 알 수는 없을까.

지진 전문가들은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일정 규모 이상, 예를 들어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어느 지역에서 언제 발생할 것'이라는 식으로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무너진 담벼락 살펴보는 주민
무너진 담벼락 살펴보는 주민

13일 오전 경북 경주 내남면 부지리의 한 주택에서 집주인이 전날 강진으로 무너진 담벼락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4년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강진·쓰나미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 비교적 근래 발생한 대지진도 세계 과학계는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지진 발생 가능성을 얘기할 때 단골 소재인 '캘리포니아 대지진'(the Big One)에 대해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내놓은 예측은 지진 예측의 어려움과 현재 과학·기술 수준을 잘 보여준다.

USGS는 2013년 11월 내놓은 캘리포니아 지진 전망 보고서에서 "규모 8.0 이상 지진이 30년 안에 샌안드레아스 단층대에서 일어날 확률이 7%"라고 밝혔다.

USGS는 이에 앞서 2008년 보고서에서는 캘리포니아 남부 샌안드레아스 단층에서 규모 7.8의 지진이 발생하면 1천800여명이 사망하고 2천130억 달러의 재산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USGS의 예측은 규모 8.0 지진이 바로 내일 일어날 수 있다고 해석될 수도 있고 100년 안에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이쯤 되면 이런 수준의 예측이라면 굳이 왜 필요하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또 이런 지진 예측의 어려움 때문에 자연현상들이 과학적 근거가 없이 '지진 전조'로 포장돼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지난 7월 부산 해운대구 중동과 남구 용호동·대연동 일대에서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되고 이틀 뒤에는 울산소방본부에 가스 냄새 신고가 20건 이상 이어지면서 SNS 등에 대지진 전조현상이 아니냐는 소문이 확산하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개미떼 이동이 지진 전조현상?
개미떼 이동이 지진 전조현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의 개미떼 사진.[SNS캡쳐=연합뉴스]

또 백사장에서 이동하는 개미떼 동영상이나 깃털 모양의 구름 사진 등이 인터넷 공간에 지진 전조로 알려져 확산하기도 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지진이 발생한 단층대에서 라돈 가스 함유량이 증가했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보고된 바 있지만 이번처럼 시내 전역에서 가스 냄새가 난다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지진운이나 지진광 등이 지진 전조로 지적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일관성 있게 관측되지 않아 과학적인 근거로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진 전조현상은 외국에서도 논란거리다. 일본에서는 2015년 4월 동부 이바라키현 가시마 부근 해안에서 엘렉트라 돌고래 156마리가 집단 폐사한 채 발견돼 대지진 전조가 아니냐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6일 전에 엘렉트라 돌고래 50마리가 인근 해변에서 집단 폐사한 적이 있다는 것을 근거로 논란이 빠르게 확산했지만, 전문가들은 돌고래 집단폐사와 지진 간 관련성의 근거를 찾지 못했다.

지진 예측의 어려움에 대한 몰이해는 이탈리아에서 지진을 정확히 예측하지 못한 과학자들을 기소해 처벌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이탈리아 국립대재난위원회(GRC) 소속 과학자 6명은 2009년 중부 도시 라퀼라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측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전원 징역 6년 등 실형을 선고받았다.

판결 직후 과학계는 "과학이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 것을 근본적으로 오해한 것"이라며 규탄했고 결국 항소심에서 결과가 뒤집혀 무죄가 선고됐지만 이 사건은 지진 예측의 어려움과 과학의 역할에 다시 논의하는 계기가 됐다.

세계적으로 지진을 예측하는 방법을 찾는 연구가 널리 수행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김규범 교수는 동굴 내 방사성 라돈(Rn)과 토론(Tn) 가스의 농도 변화를 측정해 지진 발생을 예측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발생 두 달 전 경북 울진의 성류굴에서 라돈(Rn-222)과 토론의 농도가 평소의 3∼4배로 급격히 올라가는 현상을 관찰했다며 방사성 기체의 농도를 측정하면 지진 발생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그러나 "지진 전문가들도 현재 수준으로는 정확한 지진 예측이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라돈·토론 농도 분석처럼 많은 연구자가 지진 예측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대부분 연구는 초기 단계 수준"이라고 말했다.

scite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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