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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으로 빈털터리…10년이 넘도록 고향 가고 싶어도 못 가"

송고시간2016-09-13 07:01

추석 연휴 앞둔 12일 강원랜드 인근서 혼자 사는 60대의 후회

(정선=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 "거지가 돼서 창피해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갈 수 없지. 그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해."

강원랜드 카지노 인근 강원 정선군 고한읍에 사는 김창수(가명·68)는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도박중독 예방 포스터
도박중독 예방 포스터

"고향에 못 간 지 10년이 넘었지만, TV에서 귀향 행렬 등을 보면 아직도 가슴 깊은 곳에서 후회와 함께 피눈물이 나…."

그는 고한읍에 혼자 산다.

고한읍이란 지명을 인생에서 지우고 싶지만,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귀향, 명절, 가족 등은 망각하고 싶은 단어지만,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고한읍에 첫발을 디딘 때는 2000년 10월 27일이다.

강원랜드 카지노는 다음날인 2000년 10월 28일 개장했다.

개장일을 착각해 하루 먼저 도착했다.

그는 그만큼 내국인 출입 가능 카지노 강원랜드 개장을 학수고대했다.

그가 카지노를 처음 접한 때는 1970년 중반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 방문한 미국에서였다.

호기심이었다.

한번은 잃고 한번은 따고 한번은 반 본전 하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그는 "어느 순간 누적 손실액 규모가 어느 순간 도박(카지노)이 아니고는 만회할 수 없게 됐고 그 이후로 미친 듯이 (도박에) 빠져들었다"라고 말했다.

1980년대 초에는 도박 문제로 사표를 써야 했다.

직장까지 잃자 인내하던 가족도 떠났다.

그래도 그는 도박을 멈추지 않았다.

돈과 시간이 있을 때마다 필리핀, 마카오 등 동남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 표 구매비용마저 부담되던 시절 강원랜드 카지노 개장 소식이 들렸다.

국내 카지노에서는 그동안 잃은 돈을 모두 만회할 수 있다는 설렘으로 강원랜드 개장일까지 착각했다.

그는 "미쳐 있었다"라는 한마디로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돈을 딸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이었다.

서울에서 강원랜드 카지노를 왕복한 지 약 3년이란 세월이 흐르자 재산이 바닥을 드러냈다.

친구와 친척은 물론 약간 안면이 있는 지인에게조차도 돈을 빌릴 수 없었다.

마지막 남은 재산은 작은 가게였다.

노후를 위해 절대 팔지 않겠다고 수십 차례 다짐한 '최후 보루'였다.

'팔자', '안된다'라는 고민으로 며칠 밤을 지새웠다.

결국, 팔고 말았다.

꼭 정리해야 할 빚을 정리하고 나니 손에는 채 1억 원이 남지 않았다.

그 돈을 들고 다시 강원랜드로 내달렸다.

2년 전 그 돈마저 모두 잃고 카지노 영구출입금지 신청을 했다.

그는 "마지막 가게를 팔아야 했던 순간 도박을 끊지 못한 게 가장 후회된다"라며 "읍사무소에서 연탄 표를 받아야 한다"라며 자리를 떴다.

고한읍은 겨울이 길고 상당히 춥다.

9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난방을 해야 한다.

그는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만 연탄을 땐다.

그것도 하루 2장씩 아껴 때야 겨울 4개월 날 수 있다.

비가 흩날린 12일 밤 고한읍 수은주는 15도까지 떨어졌다.

b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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